STAGE

귀로 보는 노트르담 드 파리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 뮤지컬 〈태양의 노래〉 등을 쓴 김한솔 작가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매력적인 넘버들을 꼽았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지 않은 사람도 ‘지금 이 순간’이라는 넘버를 알고, 뮤지컬 <캣츠>를 보지 않은 사람도 ‘메모리’ 넘버를 알 듯,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지 않았어도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라는 노래를 한 번쯤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송스루 뮤지컬(대사 없이 스토리 진행을 오로지 노래로만 하는 뮤지컬)’답게 가장 유명한 넘버인 ‘대성당들의 시대’를 포함해 웅장하고 아름다운 넘버들이 많은데요. 이 넘버들 중 6개를 골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뮤지컬입니다. 1482년 파리를 배경으로 하죠. 시인 그랭구아르의 노래로 막을 열고,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그녀를 사랑하는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주요 인물들을 대표 넘버들과 함께 살펴볼게요.

‘보헤미안’_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가 처음 등장하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에스메랄다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데요. ‘나는 고향을 알지 못해’, ‘길 위에서 난 자랐지’, ‘결코 내일을 알 순 없어’라는 가사에서 에스메랄다가 떠돌이 집시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운명이 손금에 적혀 있다고 말하는 이 넘버는 어쩐지 슬프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아마 자유를 원하면서도 진실한 사랑을 동경하는 에스메랄다의 슬픈 운명이 느껴져서일까요?

콰지모도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불공평한 이 세상’_콰지모도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잘생긴 귀족 페뷔스를 사랑합니다. ‘불공평한 이 세상’은 못생기고 가난해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며 부르는 넘버인데요, ‘불공평한 이 세상 너무나도 다른 운명, 신이여 이 불행은 나의 잘못인가요’, ‘사랑하고 싸우고 타협한 그 일조차 이 추한 나에게는 너무 먼 얘기인가요’라는 가사를 듣고 있으면 왠지 울컥하게 됩니다. 아마 우리에게도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기에, 콰지모도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정 이입이 되는 넘버인 것 같네요.

‘파멸의 길로 나를’_프롤로

프롤로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로 춤추는 에스메랄다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데요. 하지만 그 사랑은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과는 많이 다릅니다. ‘파멸의 길로 날 빠트린 너, 널 저주하겠어 삶이 끝날 때까지’라는 가사가 말해주듯 프롤로의 사랑은 집착에 더 가깝습니다. 에스메랄다가 페뷔스를 사랑하는 걸 알고 난 후 그 집착은 점점 더 광기에 물들어갑니다. 탐욕에 사로잡혀 노래를 부르는 프롤로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프롤로 때문에 콰지모도의 사랑이 관객들에게 더 진실되고 순수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는 각자의 방식대로 에스메랄다를 사랑한다.

‘괴로워’_페뷔스

파리의 근위대장인 페뷔스는 약혼녀 플뢰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메랄다와 사랑에 빠집니다. 두 사람을 사랑하는 괴로움을 노래하는 이 넘버를 듣고 있으면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남들이 볼 때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페뷔스는 ‘이 고통 갈라져 버린 마음 괴로워’라며 자신의 괴로움을 노래합니다. 노래가 빠르고 힘이 있다 보니 페뷔스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넘버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Belle’_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가 각자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넘버인데요, ‘대성당들의 시대’ 만큼이나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 중 하나입니다. 멜로디는 똑같지만 각자 가사가 달라서 세 남자의 사랑이 비교되면서도 각자의 캐릭터가 가장 잘 보이는 넘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콰지모도가 ‘오, 루시퍼 단 한 번만 그녀를 만져볼 수 있게 해주오’라는 가사를 부를 때는 사랑하는 그녀를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콰지모도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대성당들의 시대’_그랭구아르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인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르는 사람은 시인 그랭구아르입니다. 그랭구아르는 극 안에서 사회자 역할을 하는데요, 뮤지컬이 시작되고 서곡이 끝나면 제일 먼저 등장해 부르는 노래가 ‘대성당들의 시대’입니다. 이 넘버를 통해 시대의 배경과 흐름을 알려주고, 대성당들의 시대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넘버는 뮤지컬이 끝날 때 다시 한번 나오는데, 그때는 앞서 들었을 때와 느낌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오! 노래 좋은데?’라고 들었다면, 마지막에 다시 들을 때는 이 노래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말하려는 바를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에 위선적이고 탐욕적인 인간들이 만들어낸 비극, 그리고 그 안에서 순수한 사랑을 하려고 했던 콰지모도의 슬픈 이야기죠.

유명한 넘버 ‘대성당들의 시대’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귀로 보는 <노트르담 드 파리>, 어떠셨나요? 위의 여섯 곡 말고도 시적인 가사와 낭만적인 음악들로 가득 채워진 뮤지컬이라, 공연을 보는 내내 아름다운 음악에 흠뻑 빠져드실 거예요. 여러분이 극장을 나오면서 <노트르담 드 파리>의 어떤 넘버를 흥얼거리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김한솔(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인사이드 윌리엄>, <태양의 노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