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무대로

2030 직장인을 위한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을 선보이는
박선희 연출, 김한솔 작가를 만났다.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공감 가는 이야기와 담백한 문체로 담아 많은 사랑을 받은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같은 이름의 연극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서울시극단이 동시대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새롭게 기획한 창작 프로젝트 ‘시극단의 시선’의 첫 작품이 오는 21일 세종S씨어터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인디아 블로그>, <킬롤로지>, <클럽 베를린> 등으로 잘 알려진 박선희 연출, 그리고 최근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태양의 노래> 등으로 공연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진 김한솔 작가가 의기투합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원작 소설의 매력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연극만의 새로운 재미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Q. 장류진 작가의 원작 소설집은 원래 알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한솔 서울시극단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책을 알게 됐어요.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각색해야 하는데 읽어봤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책을 사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직장인 친구들이 많다 보니 친구들에게서 늘 듣던 이야기가 잘 묘사돼 있어 신기했죠.
박선희 저도 공연 제안을 받고 난 뒤 소설을 읽었어요. 저로서는 소설 속 직장인 이야기가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그 생소함이 창작자 입장에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제목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지만, 슬픔보다 기쁨을 찾으려고 하는 착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2030 직장인을 위한 연극 을 선보이는 박선희 연출, 김한솔 작가를 만났다.

박선희 연출은 <인디아 블로그>, <킬롤로지>, <클럽 베를린> 등을 연출했다.

Q. 소설집에 실린 8편의 단편 중 6편을 하나의 극으로 엮었습니다. 이렇게 각색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김한솔 직장인의 이야기를 ‘아침-점심-저녁’ 순으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로 구성하고 싶었어요. 물론 각색 과정이 쉽진 않았어요. 각각의 에피소드 속 감정 변화를 흩트려 놓으면 깊이가 없고, 하나로 붙이면 너무 소설 같아서 고민이 많았죠. 연출님을 만난 뒤에야 극본이 완성됐고, 지금은 무척 만족합니다.
박선희 각색한 극본을 보면서 6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펼쳐지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특히 에피소드가 바뀌는 장면은 영화에서 편집이 바뀌는 것처럼 영화적이었고요. 영화 <펄프 픽션>처럼 옴니버스식 구성의 영화를 좋아해서인지 한솔 작가의 극본이 더 좋았어요. 관객은 각각의 에피소드 속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2030 직장인을 위한 연극 을 선보이는 박선희 연출, 김한솔 작가를 만났다.

김한솔 작가는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태양의 노래> 등으로 공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Q. 원작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이를 연극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작과 비교해 이번 연극만이 지닌 재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선희 전체적인 극의 구성에서 연극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소설은 하나의 단편이 끝나면 그 여운을 잘 정리한 뒤 다음 에피소드를 읽게 되죠. 반면 우리 연극은 첫 번째 에피소드가 끝나면 여운을 간직한 채 바로 다음 에피소드를 보게 돼요. 마지막에 이르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인 여운이 하나로 증폭되는 순간이 찾아오죠. ‘웃픈’ 블랙코미디처럼 일상의 판타지 같은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슬프다가도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김한솔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소설처럼 밝고 유쾌해요.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처럼, 우리 연극도 이야기가 쉽게 넘어가면서 동시에 소설처럼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는 순간이 곳곳에 있죠. 표제작 속 등장인물 ‘거북이알’의 대사처럼 소설에서 직접 인용한 문장도 꽤 있고요. 장류진 작가님도 공연을 보러 오신다고 해서 꼭 만나길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2030 직장인을 위한 연극 을 선보이는 박선희 연출, 김한솔 작가를 만났다.
2030 직장인을 위한 연극 을 선보이는 박선희 연출, 김한솔 작가를 만났다.

박선희 연출과 김한솔 작가는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며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다.

Q. 두 분이 한 작품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같이 작업해 보니 어땠나요?

박선희 주변에 김한솔 작가에 대해 물으니 “연출님과 잘 맞을 거예요”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한솔 작가는 유연해요. 하루는 연습 도중 다른 스태프들과 ‘리니지’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걸 들은 한솔 작가가 그날 밤 리니지에 대한 내용을 대사로 추가한 극본을 보내왔더라고요. 굉장히 ‘디테일해서’ 놀랐어요.
김한솔 뮤지컬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대본을 바꾸는 것에 익숙해요. 물론 저도 기본적으로는 연출가에게 작가로서 해야 할 말은 다 하는 스타일이지만요.(웃음) 그런데 이번엔 연출님이나 배우들이 내준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Q. 공연계 선후배 창작자로서 이번 작업을 통해 서로 자극이 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김한솔 저는 작업하면서 안전하게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연출님은 과감하고 모험적이어서 놀랐어요. 예전에 연출님이 공연한 여행 연극 <라틴 아메리카 콰르텟>을 정말 인상적으로 봤어요. 마침 남미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때라 펑펑 울면서 공연을 봤죠. 그래서 작품의 PD님을 찾아 “박선희 연출님과 같이 작업하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연출님은 직접 극본을 쓰신다고 하더라고요.
박선희 같이 여행을 갑시다. 사실 여행 갈 때 작가를 같이 데려가고 싶은데 같이 갈 작가가 없었어요.(웃음) 한솔 작가의 뮤지컬은 보지 못했지만, 이번 연극에서 장류진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이외의 부분에서 연극적 재미를 추구하려고 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각색 작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쉽지 않은데,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연극적 재미를 추구하려고 한 고민이 좋았어요.

2030 직장인을 위한 연극 을 선보이는 박선희 연출, 김한솔 작가를 만났다.

박선희 연출과 김한솔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Q. <일의 기쁨과 슬픔> 이후 두 분의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박선희 저는 상반기에 공연한 여행 연극 <클럽 베를린>을 소외계층을 위해 찾아가는 지역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고요. CJ아지트의 공간 지원을 받아 ‘다큐 씨어터’에 대한 스터디와 함께 내년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은 가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동안 미뤄둔 여행 연극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리프레시 하는 시간이 돼서 좋아요.
김한솔 저는 11월에 리딩 공연이 하나 있고요. 12월엔 어린이 뮤지컬 <랑랑 별의 선물>을 공연해요. 앞으로 연극 작업도 제안이 들어오면 하고 싶은데…. 연출님과 여행 연극을 함께 하고 싶어요!
박선희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아일랜드나 스웨덴으로 여행을 가려고 생각 중인데, 갈래요?
김한솔 같이 가겠습니다!(웃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장병호(이데일리 기자)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