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품위와 혁신, 실내악의 젊은 신사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만드는 2021년 ‘세종 체임버시리즈’.
그 첫 문을 열 주인공은 ‘클럽M’이다.

물건에 ‘명품’이 있듯이, 클래식 공연장에도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세종문화회관에 위치한 세종체임버홀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러한 장소의 특성을 십분 살려 2015년부터 세종체임버홀에서 ‘세종 체임버시리즈’를 선보이며, 이른바 K-클래식의 흐름을 실내악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세종 체임버시리즈는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의 무대로 구성했습니다. 이름하여 ‘K-클래식 제너레이션’. 6월의 클럽M, 10월의 에스메 콰르텟, 11월의 김동현과 신창용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그중 클럽M이 첫 문을 엽니다. 클럽M 멤버들이 들려주는 6월 26일 공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6인이 만드는 소리의 육각형으로

2017년 결성된 클럽M은 일명 ‘여름의 앙상블’입니다. 국내외 무대와 오케스트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멤버들이 해외에서의 공연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귀국하여, 클럽M을 통해 귀국 인사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내악의 묘미는 음악에 따라 연주자들이 달라진다는 점인데요, 이번 공연도 그 구성원이 다양합니다. 이번 공연에는 클럽M의 리더 김재원(피아노)을 주축으로 원년 멤버인 김덕우(바이올린), 고관수(오보에), 심준호(첼로), 이신규(비올라), 조성현(플루트), 그리고 객원단원으로 김영준(바이올린)이 함께 합니다.
현악기와 관악기가 어우러진 클럽M은 ‘실내악 구성의 재미’가 돋보이는 앙상블입니다. 김재원은 “이번 공연에서도 이러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로시니·슈만·베토벤·라벨의 작품을 차례대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만드는 2021년 ‘세종 체임버시리즈’.

왼쪽부터 조성현(플루트), 김덕우(바이올린), 김재원(피아노), 이신규(비올라), 심준호(첼로), 고관수(오보에).

로시니로, 안녕!

로시니의 플루트 4중주 2번은 우리에게 ‘오페라 작곡가’로 잘 알려진 로시니의 또 다른 면모를 들여다보게 하는 곡입니다. 조성현(플루트), 김덕우(바이올린), 이신규(비올라), 심준호(첼로)가 함께 하는데요. 그 조합을 살펴보면 3대의 현악기와 1대의 목관악기 플루트가 함께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현악기와 함께 하는 모차르트의 실내악곡을 많이 연주해봐서 현악기들과의 호흡은 늘 반갑다”라고 말하는 조성현은 “이탈리아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로시니의 선율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음악”이라고 이 곡을 소개합니다. 김덕우도 “플루트와 현악기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점이 매력”이라고 덧붙입니다.
오페라 작곡가로만 알려진 로시니의 실내악곡으로 문을 연 이번 무대는 이어지는 곡으로 멤버들의 화력을 드러냅니다. 바로 슈만의 피아노 5중주 작품번호 44입니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만드는 2021년 ‘세종 체임버시리즈’.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만드는 2021년 ‘세종 체임버시리즈’.

슈만이 클럽M의 또래였던 시기에 작곡한 곡은
멤버들이 남다른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슈만과 ‘클럽M’, 인생의 같은 지점에서

“슈만의 실내악 작품 중에 가장 많이 연주되고,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재원)
피아노 5중주는 원래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피아노가 함께 하는 구성인데, 슈만은 독특하게 더블베이스 대신 바이올린을 넣어 2대의 바이올린이 함께 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김덕우와 김영준(바이올린), 이신규(비올라), 심준호(첼로), 김재원(피아노)이 함께 하는 이 곡은 ‘현악 4중주’와 ‘피아노’가 맞붙은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재원은 “슈만이 아내 클라라에게 헌정한 곡인데요, 그때 그의 나이는 지금 우리 멤버들과 비슷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곡에 대한 멤버들의 감정이입도 남다릅니다. 4개 악장 구성인데요, 멤버들마다 각별하게 생각하는 악장도 있습니다.
김덕우는 “슈만이 심각한 우울증을 앓던 때에 작곡한 곡”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악장에는 긍정적인 부분이 참 많다”고 합니다. 이 곡을 수십 차례 연주해보았다는 심준호는 “1악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첼로 소리가 인상적”이라 곁들이고요.
2악장은 이신규에게 “일종의 장송곡처럼 다가오는 악장”으로, “뭔가를 회상하는, 잊어져 가는 것을 반추하는 분위기”입니다. 고통 뒤에는 희망이 찾아오는 법이죠. 씩씩한 3장을 지나 만날 수 있는 4악장에 대하여 김덕우는 “팡파르 같은 악장”이라며, “힘든 지금의 일상을 이겨내게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만드는 2021년 ‘세종 체임버시리즈’.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만드는 2021년 ‘세종 체임버시리즈’.

상주 작곡가 손일훈이 클럽M 편성에 맞춰 편곡한 ‘어미 거위’ 모음곡은
세종 체임버시리즈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레어템’이다.

베토벤과 라벨로 ‘클럽M’스럽게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4번 작품번호 11은 ‘가센하우어’라는 부제가 붙은 곡입니다. 김재원은 “조성현의 플루트가 로시니를 책임진다면, 고관수의 오보에가 베토벤을 책임진다”며 리더로서 자신감을 드러냅니다. 고관수와 심준호(첼로), 김재원(피아노)이 함께 하는 곡으로, ‘오보에 전지적 시점’으로 이 곡을 설명하는 고관수는 “베토벤의 초창기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밝은 기운이 묘하게 담겨 있는 곡”이라 말합니다. 첼로의 매력도 빠질 수 없네요. 심준호는 “첼로가 현악기로 태어났지만, 리듬악기처럼 박자를 짚어주고 오보에와 피아노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클럽M은 손일훈을 상주 작곡가로 영입해 ‘이성’, ‘Mind Map’ 등의 자작곡을 선보이며 자체적인 레퍼토리도 확보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한 마리의 동물을 등장시킬 예정인데요. 바로 라벨이 작곡한 ‘어미 거위’ 모음곡을 손일훈이 클럽M 편성에 맞게 편곡해 선보이는 순간입니다. 한 대의 피아노를 놓고 두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음악(이러한 연주 형식을 ‘연탄곡’이라 합니다)이 라벨은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훗날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하며 ‘어미 거위’ 모음곡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손일훈은 이렇게 탄생한 ‘어미 거위’ 관현악 모음곡을 이번 공연을 위해 클럽M 편성에 맞는 실내악용으로 편곡했습니다. 김덕우(바이올린), 이신규(비올라), 심준호(첼로), 김재원(피아노), 조성현(플루트), 고관수(오보에), 클럽M 전 멤버가 장식하는 피날레입니다.
손일훈은 관객 입장에선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좋은 곡”이며, 클럽M의 입장에선 “멤버들이 다 같이 참여하면서도 각각의 색을 드러내고, 동시에 피아노와 현악·관악이 어울리기 좋은 곡”이라며 이 곡을 택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곡은 오직 세종 체임버시리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버전”이라고 덧붙이며 ‘레어템’으로서의 농도를 높이네요.
‘여름의 앙상블’이 여는 세종 체임버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 로시니, 슈만, 베토벤을 꿰뚫는 여섯 남자들의 호흡과 열기, 그리고 기존의 작품을 ‘실내악의 새 호흡’으로 선보일 라벨의 명곡까지. 클럽M이 선보일 실내악 향연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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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