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둘은 좋아, 셋은 무리

올해 제16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환희의 송가’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의 듀오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을 빛낸다.

매년 5월이면 찾아오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이하 SSF). 서울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 중 하나인 SSF는 ‘실내악’이라는 장르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고정 팬을 착실히 늘리고 있습니다. SSF와 세종체임버홀은 모두 2006년 태어나 올해로 열여섯 번째 해를 맞이합니다. 세종체임버홀이 2006년 8월 개관해 축제 시즌인 5월보다 살짝 늦어 제1회 축제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가을로 연기된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축제의 역사를 함께 써오고 있습니다.
오랜 인연은 올해도 이어져 5월 13일 개막공연과 5월 18일 공연을 세종체임버홀 무대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둘은 좋아, 셋은 무리(Two’s Company, Three’s a Crowd)’라는 유머러스한 주제의 이번 공연에서는 여러 구성의 ‘듀오(이중주)’로 펼쳐지는 이색적인 무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함께해서 더 좋은

최나경(플루트) & 박규희(기타)
M. 줄리아니: 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그랜드 포푸리, Op.53
‘둘은 과연 어떻게 좋은지’를 보여주는 첫 무대는 19세기 초 이탈리아 기타 음악 역사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줄리아니(1781-1829)의 음악으로 시작합니다. ‘포푸리’라고 하면 마른 꽃잎을 모아 좋은 향을 내게 하는 작은 주머니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무언가 여러 가지를 모은 것을 의미하듯, 이 작품에서는 기타와 플루트의 매력을 뽐낼 수 있는 다양한 선율이 메들리처럼 이어집니다. 2014년부터 SSF 무대에서 꾸준히 만날 수 있었던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올해 처음 축제 무대에 서게 된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함께합니다.

올해 제16회 스프링실내악축제 ‘환희의 송가’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의 듀오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을 빛낸다.

2020 SSF 개막공연. SSF와 세종체임버홀은 2006년 태어나 함께 실내악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전적인 담백함과 경쾌함

채재일(클라리넷) & 이민호(바순)
L. v. 베토벤: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2중주 내림나장조 WoO.27 No.3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Werks Ohne Opuszahl)’을 의미하는 WoO. WoO.27번의 세 곡은 베토벤이 1792년 빈으로 거처를 옮기기 직전, 본에서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20대 초반의 청년 베토벤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하고 독창적인 초기작입니다. 생전에 출판되었다고는 하지만, 작품번호가 붙지 않았고 작곡가 자신이 언급한 어떠한 자료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그중 3번은 화려한 클라리넷과 이를 묵묵하게 받쳐주는 바순의 어울림이 고전주의적 담백함과 경쾌함을 선물하는 곡입니다.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은 2009년부터, 그리고 바수니스트 이민호는 2010년부터 SSF와 함께하고 있어 축제의 숨은 공로자들이기도 하죠. 소나타 작품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연주되는 베토벤의 2중주 작품이라 그 의미가 더욱 남다릅니다.

대화하듯 이어지는 선율

한수진(바이올린) & 박규희(기타)
N. 파가니니: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콘체르타타 가장조 Op. 61
‘파가니니’ 하면 악마의 기교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를 먼저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나 사실 파가니니가 바이올린만큼 탐닉했던 악기는 바로 기타였고, 두 악기를 조합한 편성의 작품도 많이 썼답니다. ‘콘체르타타’는 초기 바로크 시기의 장르로 선율부와 저음부의 고정된 역할 없이 번갈아 가며 자유롭게 전개되는 곡을 말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바이올린과 기타는 시종일관 선율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마치 ‘대화하듯’ 노래를 이어갑니다. 올해 처음 호흡을 맞추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케미스트리가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올해 제16회 스프링실내악축제 ‘환희의 송가’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의 듀오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을 빛낸다.

2020 SSF 폐막공연.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SSF가 세종체임버홀과 함께하지 못해 올해 축제가 더욱 기대된다.

둘이었다가, 하나였다가

신박 듀오(피아노 듀오)
F. 멘델스존: 4개의 손을 위한 안단테와 알레그로 브릴란테 Op. 92
2명의 피아니스트를 위해 쓰인 멘델스존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이 곡은 당대의 뛰어난 여류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되었습니다. 4개의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은, 한 대의 피아노를 공유하는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하는가 하면 한 사람이 4개의 손이 되어야 할 때도 있지요. 이 작품은 그런 ‘포 핸즈(4 hands)’의 특징을 대변하는 우아함과 깔끔함이 있는 낭만적인 노래입니다. 2013년 듀오 결성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신미정과 박상욱의 완벽한 파트너십이라면 이 느낌을 훌륭하게 잘 살려줄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되네요.

강렬한 스페인의 리듬

최나경(플루트) & 박규희(기타)
J. 이베르: 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간주곡
무대 밖에서도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기타리스트 박규희는 이날 두 번의 호흡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19세기 작곡가인 파가니니에서 20세기의 이베르(1890~1962)로 건너뛰어 강렬한 스페인의 플라멩코 리듬을 들려줍니다. 1차 세계대전 동안 해군으로 복무하며 유럽 각지의 항구를 다닌 이베르의 작품에는 이국적인 주제와 선율이 녹아있는데요. 이 작품은 플루트와 기타뿐 아니라 바이올린과 하프 편성, 그리고 교차 편성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작품입니다. 2012년 SSF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과 기타리스트 서정실 듀오로 연주된 적이 있다고 하네요.

올해 제16회 스프링실내악축제 ‘환희의 송가’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의 듀오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을 빛낸다.

2020 SSF 고택음악회. 5월 18일 ‘둘은 좋아, 셋은 무리’에서는
이색적인 악기 조합만큼이나 다양한 작품과 듀오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

둘도 좋지만, 셋은 또 달라

문지영(피아노) & 강동석(바이올린)&조영창(첼로)
J. 브람스: 피아노 3중주 제1번 나장조 Op. 8
‘둘이 좋아’라고 말하던 이날의 연주는 재미있게도 세 명의 연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셋은 또 달라’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죠. 이 곡은 완벽주의를 지향했던 브람스가 20대에 작곡한 작품을 35년이나 지나 수정한 후 원본과 개정판을 같이 출판했을 만큼,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세 악기의 풍부한 음향과 드라마틱한 전개로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작품은 SSF에 가장 많이 선택된 곡 중 하나입니다.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가장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조영창은 작년 코비드19 사태로 불참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해 빠짐없이 축제를 빛내주었는데요. 연배로는 한참 후배인 피아니스트 문지영이지만, 이들과 함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예술적 줄다리기로 컬래버레이션을 펼칠 예정입니다.

불과 여섯 작품이지만 악기마다 개성을 드러내며 경쟁하듯 화합하는 묘미가 있는 ‘둘은 좋아, 셋은 무리’. 이날 무대에 서는 한 연주자는 ‘아낌없이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는 연주라 어렵지만, 함께 무대에 서는 짜릿함이 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요. 이색적인 악기 조합만큼이나 다양한 작품과 ‘듀오’의 매력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연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이지은(칼럼니스트·음악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