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친구에서 듀오로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빛낸 2021 세종 체임버시리즈.
마지막 무대는 신창용·김동현 듀오가 장식한다.

‘한국 클래식의 미래’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신창용(27)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1)은 동네 친구입니다. 동네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지만, 정작 함께 연주해 본 적은 없습니다. 친구지만 아티스트로서는 아직 서로 낯선 신창용과 김동현의 첫 듀오 무대가 드디어 11월 27일 세종체임버홀에서 펼쳐집니다. 바로 2015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선보이고 있는 ‘세종 체임버시리즈’ 무대에서죠. 올해 3차례 진행되는 세종 체임버시리즈는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활약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로 기획됐는데, 마지막 무대를 신창용과 김동현이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특히 두 연주자는 세계 굴지의 콩쿠르에서 입상한 이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중심으로 연주를 펼쳐왔던 터라 이번 이중주는 팬들에게도 아주 소중한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23일 세종체임버홀에서 “동네에서 놀기만 하다 함께 연주하려니 어색하다”라며 낯을 가리는 두 남자를 만났습니다.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빛낸 2021 세종 체임버시리즈.마지막 무대는 신창용·김동현 듀오가 장식한다.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미국의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인 지나 바카우어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했다.

Q. 올해 세종 체임버시리즈는 현재 클래식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들을 만나는 무대로 주목받았습니다. 올해 마지막 연주회를 두 분이 장식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신창용 정말 영광이에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는 게 처음이라 설렙니다. 어릴 때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수많은 공연을 보면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지만, 이상하게 세종문화회관 무대와 인연은 없었어요. 드디어 무대에 서게 되네요.
김동현 뜻깊은 무대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동네 형인 창용 형과 처음 함께 연주하게 됐어요.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빛낸 2021 세종 체임버시리즈.마지막 무대는 신창용·김동현 듀오가 장식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만 19세 나이로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했다.

Q. 신창용 씨는 지나 바카우어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했고, 김동현 씨는 만 19세 나이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했습니다. 주목받는 신예답게 두 분은 주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 올랐죠. 그래서 작은 편성의 세종 체임버시리즈 무대가 낯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신창용 사실 학교에선 이중주를 많이 연주했어요. 하지만 정식 공개 연주에서 듀오로 선 적이 거의 없어서 오랜만의 이중주 무대에요. 이중주는 솔로보다 확실히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독주를 할 땐 제 마음대로 모든 걸 다 펼쳐낼 수 있지만, 이중주는 상대 연주자와 조화를 이뤄야 하니까요. 삼중주, 오중주처럼 합주자가 더 많은 경우보다 이중주가 제겐 더 까다롭게 느껴져요.
김동현 삼중주, 사중주 같은 실내악 연주에선 각 악기별로 역할을 어떻게 조율해 갈지가 핵심이에요. 어떤 악기는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도 하고, 어떤 악기는 보조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중주에선 그 비율이 거의 50 대 50으로 비슷해요. 그래서 보다 책임감을 갖고 연주에 임해야 하죠.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빛낸 2021 세종 체임버시리즈.마지막 무대는 신창용·김동현 듀오가 장식한다.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빛낸 2021 세종 체임버시리즈.마지막 무대는 신창용·김동현 듀오가 장식한다.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동네 친구지만
연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중한 아티스트다.

Q. 말씀하신 대로 이중주는 두 연주자 사이의 소통과 호흡이 핵심인 만큼, 연주자끼리 친하면 무대를 준비하는 데 보다 수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두 분은 원래 서로 잘 아는 사이였나요?

김동현 작년에 갑자기 친해졌어요. 각자 지인들이 굉장히 겹치더라고요. 그 덕에 자연스럽게 모임에서 만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집이 정말 가까운 거예요.
신창용 동네 이웃이라는 걸 알게 되니 갑자기 친밀감이 생겼어요. ‘동네 친구 생겼다’ 이런 느낌?(웃음) 연습하고 함께 집에 가는 길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됐고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그런데 인간적으로 친한 사이인 것과 연주자 대 연주자로 만나 함께 연주를 하는 건 확실히 다른 느낌이에요. 일단 서로의 음악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함께 놀던 친구랑 갑자기 일을 하려고 하니 왠지 어색하기도 하고요.
김동현 맞아요. 악기 없이 개인적으로 만날 때와 각자 악기를 갖고 마주 볼 때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평소 내가 알던 창용 형이 아닌 것 같죠. 피아노 앞에선 남다른 포스가 뿜어져 나오고, 뭔가 좀 어려운 느낌이에요.

Q. 이번 연주회는 슈베르트, 브람스, 슈만, 프랑크의 작품으로 구성됐습니다. 브람스 작품은 굉장히 무게감 있는 곡인 반면, 슈베르트와 슈만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감상적인 작품들입니다. 어떻게 구성하게 된 프로그램인가요?

김동현 4곡 중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과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가 메인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두 작품을 중심으로 해서 비슷한 감성의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와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을 선택했어요.
신창용 브람스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워낙 명곡이고, 꼭 연주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그동안 연주할 기회가 없었는데, 동현이와 첫 무대이니 이 작품들을 꼭 해보자고 했어요.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빛낸 2021 세종 체임버시리즈.마지막 무대는 신창용·김동현 듀오가 장식한다.

세종체임버시리즈 마지막 공연의 감상 포인트는 신창용·김동현 듀오만의 색깔을 발견하는 것이다.

Q.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는 말이 바이올린 소나타지, 피아노에도 굉장한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피아니스트 입장에서 본 브람스의 바이올린 작품은 어떤가요?

신창용 사실 전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보다 바이올린 곡을 더 좋아해요. 브람스의 피아노는 너무 단단하고 빈틈이 없어요. 하지만 바이올린 작품에선 피아노곡에서 찾을 수 없는 감정선이 엿보이죠. 특히 이번에 연주할 1번은 2번, 3번 소나타보다 훨씬 진솔한 느낌의 작품이에요.
김동현 브람스의 교향곡이나 협주곡이 정제된 공개 연설 같다면, 바이올린 소나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한 음 한 음 더 소중하게 대하게 돼요.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인 만큼, 저희만의 색깔을 확실히 입혀 연주할 생각이에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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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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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오수현(매일경제 기자)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