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다시 한번, 작은아씨들

재공연을 앞둔 서울시뮤지컬단 〈작은아씨들〉의 박천휘 작곡가와 오경택 연출가를 만났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작은아씨들>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호평을 받았지만 서울시의 코로나19 방역 긴급조치에 따라 세종문화회관이 2주간 문을 닫으며 공연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죠. 오는 12월 7일~26일 M씨어터 무대에 다시 오르는 <작은아씨들>은 지난해의 아쉬움을 풀어줄 전망입니다.
이 작품은 아버지가 남북전쟁에 참전한 후 어머니와 꿋꿋하게 살아가는 네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작가 한아름, 작곡가 박천휘, 연출가 오경택 등 국내 최정예 창작진이 모여 뮤지컬로 만들었죠. 올해 재공연을 위해 다시 뭉친 창작진 가운데 박천휘 작곡가와 오경택 연출가를 만나 작품 이모저모를 들어봤습니다.

<작은아씨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연말 가족극이지만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는 등 반응이 좋던 상황에서 공연이 단축돼 아쉬웠어요. 올해 재공연은 캐스팅에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작품 자체는 지난해와 다르지 않습니다.”(박천휘)

박천휘 작곡가는 여성 서사로도 매력적인 소설 <작은아씨들>을
서울시뮤지컬단의 연말 가족극으로 추천했다.

박천휘 작곡가는 그동안 <쓰릴 미>, <빅 피쉬>, <넥스트 투 노멀>과 연극 <필로우 맨> 등 수많은 라이선스 공연의 번역가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하지만 원래 1997년 아마추어 뮤지컬 창작집단 변주의 <X라는 아이에 대한 임상학적 보고서>에 작곡가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공연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죠. 이후 박 작곡가는 <마라, 사드>, <필로우 맨>, <트레인스포팅> 등 30여 편의 연극 음악을 담당했으며 뮤지컬 <토킹>, <52blue>,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무성영화 변사 공연 <청춘의 십자로> 등에서 작곡을 맡았습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작은아씨들>을 무대화한 것도 박 작곡가의 제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년 전 서울시뮤지컬단이 연말 가족극을 위한 창작진을 꾸렸을 때 작품은 확정되지 않았어요. 그즈음 아내가 소설 <작은아씨들>을 추천했는데, 생각해 보니 딱 맞는 소재인 거예요. 최근 국내 공연계의 트렌드인 여성 서사로도 매력적이고요. 그래서 살짝 제안해 봤더니 다들 괜찮다는 거예요. 특히나 한아름 작가는 과거 CJ 크리에이터랩에서 이 작품을 개발하려고 했었더라고요.”(박천휘)

국내 최정예 창작진들의 합작품

<작은아씨들>을 함께 작업하는 한아름 작가는 2004년 연극 <죽도록 달린다>로 데뷔한 이후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 <릴레이>, 뮤지컬 <영웅> <윤동주, 달을 쏘다>, 창극 <메디아>, <아비. 방연> 등 수많은 히트작을 쏟아냈습니다. 한 작가는 CJ E&M이 창작뮤지컬 개발을 위해 2013~2017년 운영했던 공동창작시스템 CJ 크리에이터랩에 참여하며 오경택 연출가와 만났습니다.

오경택 연출가는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해 한국 관객에 맞는 뮤지컬 <작은아씨들>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오 연출가는 1999년 실험극 축제인 ‘변방연극제’를 만든 주역으로 2003년 연극 <죽도록 행복한 사나이>로 공식 데뷔했습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다녀온 그는 2009년 국립극단의 <세 자매>로 연출력을 인정받기 시작해 2011년 연극 <레드>와 <갈매기>로 ‘핫한’ 연출가의 반열에 올랐죠. 최근엔 <라스트 세션>과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같은 화제작을 연출했습니다. 뮤지컬에서는 2014년 서울예술단에서 한아름 작가가 대본을 쓴 <뿌리 깊은 나무>가 그의 연출 데뷔작입니다. 이어 2017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18년 초연된 <레드북> 연출로 평단과 대중의 환호를 받았어요.
“무대예술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늘 있었어요. 이후 CJ 크리에이터랩에서 다른 창작자들과 교류하며 보다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죠. 그러다가 뮤지컬로는 겨우 두 번째 작품이었던 <레드북>이 운 좋게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오경택)

뮤지컬 <작은아씨들>은 서울시뮤지컬단이 공연에 목마른 공연 애호가에게 보내는 연말 선물이다.

<레드북> 이후 오 연출가는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에서도 미학적 안목과 대본 분석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궁: 장녹수전>, <놋> 등의 무용극도 연출하는 등 연출 스펙트럼을 계속 넓혀가고 있습니다.
“연극, 뮤지컬, 무용극 등 각각 다른 무대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극’이라는 면에서 관통하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연출가로서 다양한 결의 작품을 연출하는 즐거움이 있어요.”(오경택)

그런데, 서울시뮤지컬단이 <작은아씨들> 공연을 준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원작의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 시얼샤 로넌·엠마 왓슨·티모시 샬라메 등이 출연한 영화 <작은아씨들>은 국내외에서 호평받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원작이 7번(6번째는 현대적 각색)이나 영화화될 정도로 인기 있는 고전이지만 하필이면 같은 해에 영화가 먼저 개봉하는 바람에 창작진의 우려는 컸습니다.
“솔직히 영화 <작은아씨들>을 보고 ‘우린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정말 잘 만들었더라고요. 게다가 현대적 감성으로 원작을 재해석한 부분이 우리 콘셉트와 비슷했거든요. 그래서 작품 준비 내내 부담을 느꼈는데, 관객들이 영화와 다른 뮤지컬의 매력을 알아줘서 기뻤습니다.”(박천휘)

박천휘 작곡가와 오경택 연출가는 서울시뮤지컬단만의 <작은아씨들>을 위해 항상 의견을 나눈다.

서울시뮤지컬단만의 <작은아씨들>로

사실 <작은아씨들>은 영화만이 아니라 브로드웨이에서 2005년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다만 겨우 4개월 반 공연하고 막을 내릴 정도로 성공적이진 못했죠. 박 작곡가의 경우 혹시라도 그 영향을 받을까 봐 (영상으로 남은) 뮤지컬을 제대로 보지 않은 반면 오 연출가는 꼼꼼히 보고 문제점을 파악했습니다. <작은 아씨들>의 분량이 방대한 데다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다 보니 무대화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전형적인 해피엔딩 대신 열린 결말로 끝내는 것에 대해 작가와 작곡가가 한동안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은아씨들>은 흥미롭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 작품은 한국 관객에 맞게 현대적인 재해석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오경택)
“여운을 주는 결말로 끝내려면 마지막 넘버를 빼야 했어요. 하지만 작품을 마무리하며 가장 정성을 쏟아부은 곡이라 빼기가 쉽지 않았어요.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제가 마지막 넘버를 빼니 모두 기뻐하더라고요.”(박천휘)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방침으로 공연계가 기지개를 켜지만, 서울시뮤지컬단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철저한 방역을 통해 <작은아씨들>의 재공연이 예정대로 이루어지길 바라서죠.
“리허설 내내 배우들이 마스크 쓰고 연습하느라 힘들어요. 그래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 익숙해진 듯 심리적으로 안정된 것 같아요. 다들 올해는 중단 없이 공연이 이뤄져 제대로 평가받길 바라고 있습니다.”(오경택)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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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장지영(국민일보 선임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