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

서울시뮤지컬단 창단 60주년 기념작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아버지와 딸들의 이야기다. 이번
작품의 무대를 맡은 무대 디자이너 이엄지와 그의 아버지인 만화가 이현세를 만나 서로
믿어주고 지켜주는 부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이 4월 27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표작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지난 시간을 기념합니다. 벌써 여섯 차례나 올린 공연으로, 1991년 한국뮤지컬 30주년 기념 축하공연으로도 선보인 뜻깊은 작품이죠. 아버지와 딸들의 이야기로 많은 공감을 얻으며 오랜 시간 사랑받았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좀 더 특별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무대에 담깁니다. 이번 공연의 무대를 담당하는 무대 디자이너 이엄지가 그의 아버지인 만화가 이현세 작가와의 시간을 무대 곳곳에 녹인 겁니다. 그림으로, 무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무대 디자이너 이엄지와 그의 아버지인 만화가 이현세를 만나 서로 믿어주고 지켜주는 부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현세 딸’로 불리던 날을 기억하는 이엄지는 아버지가 ‘이엄지 아빠’로 불릴 날을 위해 성장 중이다.

Q.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아버지를 많이 떠올리셨다고요

이엄지_무대 디자이너가 되고 고전 작품이 거의 안 들어왔는데, 신기하게 이 작품이 저를 찾아왔어요. 처음 대본을 읽는 순간 ‘우리 아빠인데?’라고 생각했죠. 극 중 테비예는 아빠 같고 딸들에겐 제 모습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감정이입이 잘 됐고, 딸들이 각자 선택한 길을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테비예의 쓸쓸한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비단 저와 아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네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될 거예요.
이현세_테비예는 억척스러운 아버지죠. 다섯 딸을 키워낼 힘을 주는 확고한 신념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억장이 무너져도 결국 딸들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줘요. 그건 지금의 아버지와 딸들도 똑같은 거죠. 아버지들은 험한 세상을 살아왔으니 가능하면 딸이 조금은 더 편하게 출발했으면 해요. 내가 십 리를 뛰어야 했다면 딸은 자동차를 타고 출발했으면 하죠. 그런데 딸들은 ‘비바람을 맞으며 달려가 봐야지’라고 해요. 아버지 눈엔 딸이 어떤 과정을 겪을지 훤히 보이지만, 눈에 불을 켜고 자신 있다고 하는 씩씩한 딸을 믿고 지켜볼 수밖에 없죠.

무대 디자이너 이엄지와 그의 아버지인 만화가 이현세를 만나 서로 믿어주고 지켜주는 부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현세는 ‘엄지’라는 이름에 딸이 삶의 풍파를 이겨내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Q. 작품에서처럼 아버지의 신념과 딸의 선택이 부딪힌 경험이 있으셨을까요?

이현세_ 물론입니다. 엄지가 진로를 결정할 때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특히요. 미술을 전공하다 미국으로 유학 간 엄지가 갑자기 조소를 한다더군요. 조각은 외로운 작업이라 아버지로서 썩 마음이 놓이지 않았어요. 그러다 얼마 뒤 무대 디자인을 하겠다는데 얼마나 다행이고 좋던지요. 엄지가 어려서부터 공간지각 능력은 탁월했고 무대 디자인은 여럿이 함께하는 작업이니 걱정이 덜 되었어요. 엄지가 결혼할 때도 많이 부딪혔어요.

Q. 그런데 결국 딸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네요

이현세_이현세 딸을 믿는 마음이 더 크니까요. 딸을 잃기 싫으니까 져주는 거죠.
이엄지_아빠는 굉장히 개방된 분이세요. 항상 제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셨어요. 특히 진로 고민을 할 땐 “아빠로선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인생 멘토로서 의견은 이렇다”며 자신의 역할을 구분해서 조언해 주셨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니 아빠는 항상 내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기도 하고, 앞에서는 인생 멘토로 끌어주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큰 힘을 받았어요.

무대 디자이너 이엄지와 그의 아버지인 만화가 이현세를 만나 서로 믿어주고 지켜주는 부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엄지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많은 감정을 그림처럼 무대에 담아낸다.

Q. 학창 시절엔 ‘이현세 딸’, 게다가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속 엄지라는 이름을 가진 딸로 힘든 점도 많았겠어요

이엄지_선생님들의 관심은 차라리 감사했고 모르는 친구들에게 “쟤가 이현세 딸이래”, “이현세 딸이 저것도 못해?” 등 많은 눈길을 받았죠. 그러다 한 학기가 지나면 저도 보통 친구가 될 수 있었고요. 유학을 다녀와서 무대 디자인을 시작할 때도 ‘이현세’라는 그늘이 따라왔어요. 때론 그림자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잘해서 아빠가 ‘이엄지 아빠’라는 말을 들으시면 좋겠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현세_이현세 어딜 가나 “네가 엄지냐?”라는 말을 들으니 실수하지 않으려고 엄지가 고생했을 거예요. 다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둘째 딸에게 ‘엄지’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이현세_그 또한 저의 신념과 현실이 부딪힌 결과예요. 딸을 낳으면 ‘엄지’라는 이름을 짓고 싶다는 결심은 만화를 시작하고 작가가 됐을 때부터 했어요. <공포의 외인구단> 속 엄지는 청소년들이 갖고 싶은 사랑의 상징이자, 엄지공주처럼 작은 공주가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기며 모험을 떠난다는 의미로 그렸어요. 딸이 태어나면 살아가며 부딪힐 세상이 결국 모험의 여정이니 이겨내고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엄지로 이름 짓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시 4대가 함께 살던 대가족이어서 큰할머니께서 첫 손주는 직접 이름을 짓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둘째 딸이 엄지가 된 거예요.

Q. 이번 무대에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어떻게 담겼을까요?

이엄지_작품을 읽고 바로 떠오른 게 샤갈의 그림입니다. 샤갈의 그림은 무거운 색을 썼지만 꿈처럼 예쁘고 따뜻하죠. 무겁지만 크게, 늘 그늘이 되어 저를 따뜻하게 감싸주신 아버지의 삶과 무대를 연결하고 싶었어요. 예전 아버지의 그림이 평면에서 선과 빛, 어둠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한 것처럼 무대 위 많은 감정을 입체가 아닌 평면으로, 흑과 백, 선의 두께와 질감 차이로 표현했고 그 위에 조명과 영상으로 색을 입혀 가족과의 추억을 녹였어요.

무대 디자이너 이엄지와 그의 아버지인 만화가 이현세를 만나 서로 믿어주고 지켜주는 부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만화가 이현세는 딸이 신념과 가치, 예술로 자신만의 든든한 둥지를 만들기를 바란다.

Q. 이야기를 듣고 보니 두 분께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특별한 작품이네요. 이 작품을 통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현세_가족은 흔들리는 나무 꼭대기 위에 있는 까치집 같은 둥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선 만사가 해결되는 것 같지만 밑에서 보기엔 위태롭기 그지없고, 지붕 위 바이올린과 다를 바 없어요. 딸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볼 때마다 짠한 게 있어요. 부모가 만든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만들겠다고 떠나는데, 독수리 둥지같이 튼튼하게 시작하는 딸이 얼마나 될까요. 다 외풍 심한 까치둥지예요. 부모 입장에선 항상 부족해 보이고 짠하지만, 그래도 굳세게 버티고 있는 게 대견하기도 하고요. 큰 둥지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 자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신념과 가치, 예술로 든든히 둥지를 지키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이엄지_극 중 “소식이 없으니까 잘 지내겠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 거야”란 테비예의 대사를 읽고 뭉클했어요. 나는 매일 바쁘고 치열한데 부모님 입장에선 얼마나 궁금하시겠어요. 아이를 낳으니 그 마음을 이제야 이해해요. 늘 옆에서 기다리고 지켜주신 아빠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부모님과 같은 길로 가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큰 나무로 만들어주신 그늘 덕분에 시원하고 편하게 잘 자랐어요. 이제 제가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이엄지 아빠’가 되실 수 있게 열심히 달릴 테니 지금처럼 옆에서 든든히 계셔주시면 좋겠습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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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허백윤(서울신문 기자)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