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빈 필과 무티,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황금 조합

얼어붙은 공연계에 찾아온 희소식.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의 ‘하프너’와 ‘더 그레이트’가 온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시련이 전 세계를 덮쳐 공연계는 간신히 숨만 쉴 정도로 어렵게 지내야 했습니다. 특히 100명 이상의 단원이 움직여야 하는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안타깝게도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그 삭막한 시간을 버텨온 우리에게 드디어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빈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이 성사된 것입니다. 1973년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첫 내한공연을 가진 이후 12번째 방문이며, 세종문화회관에는 2004년에 오자와 세이지와 함께 온 후 17년 만에 오르는 무대입니다.

‘빈 필하모닉 사운드’란 무엇일까?

빈 필하모닉은 1842년에 창단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입니다. 이 오케스트라에는 항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수식이 따라다니죠. 그러나 빈 필하모닉의 명성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가 아니라, 긴 세월 동안 그들만의 전통을 지키고 있으며, 역사의 거장들이 그 전통을 함께 해왔으며, 여전히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준다는 데 있습니다.
흔히 ‘빈 필 사운드(Wiener Klangstil)’라고 불리는 그들의 독특한 음향은 유명합니다. <뉴욕타임스>는 빈 필 사운드를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빈의 소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매체가 ‘반짝이는 실크와 벨벳과 같은 품위, 그리고 현란한 기교’, ‘풍성하고 다양한 색채로 가득한 소리’ 등으로 묘사했습니다. 이 특별한 소리는 빈 필하모닉이 고수하고 있는 악기를 보면 잘 드러납니다. 특히 관악 파트는 19세기 후반에 사용하던 빈의 악기를 고집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기적인 차이에다 대를 이어 지켜온 연주 방식이 더해져서 빈 필하모닉의 특별한 사운드가 되었습니다.

‘빈 필 사운드(Wiener Klangstil)’에는 빈 필하모닉만의 전통이 녹아있다. ⒸTerry Linke

빈 필하모닉을 거쳐간 거장들

빈 필하모닉을 빛내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이 오케스트라를 거쳐 간 거장들의 면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빈 필하모닉은 1842년에 오토 니콜라이의 지휘로 공식적인 첫 음악회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칼 에케르트, 오토 데소프, 한스 리히터와 같은 지휘자를 만났습니다. 작곡가로 유명한 구스타브 말러가 3년 동안 이 오케스트라를 조련한 것은 유명한 일입니다. 말러에 이어 펠릭스 바인가르트너,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클레멘스 크라우스라는 거장이 함께했습니다.
크라우스 이후엔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단원들이 선출한 객원지휘자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상임지휘자 없이 객원지휘자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빈 필을 특징짓는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만이 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빈 필하모닉에 초대된 지휘자의 면모는 1939년부터 시작한 신년음악회(Das 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에서 알 수 있습니다. 클레멘스 클라우스가 신년음악회 지휘를 맡은 이후 로린 마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카를로스 클라이버. 세이지 오자와, 다니엘 바렌보임, 주빈 메타, 클라우디오 아바도, 마리스 얀손스,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이름만으로도 떨리게 만드는 인물들이 ‘올해의 지휘자’로 이 무대에 섰습니다.

리카르도 무티는 1993년 처음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지휘자로 초빙되었고,
이후 6회나 신년음악회 무대에 올랐다.

리카르도 무티, 우리 시대의 마지막 거장

이번 내한공연을 책임질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1941년에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올해로 정확히 80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세계를 누비며 지휘를 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거장입니다. 그는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했으며, 졸업 전에 이미 지휘자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죠.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면 영화배우라고 할 정도로 잘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음악적인 면에서 그의 매력은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고 명확한 해석에 있습니다. 1969년에 피렌체 5월 음악제의 음악감독이 된 후,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밀라노 스칼라극장의 상임지휘자와 음악감독을 지냈습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시카고심포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무티는 1993년에 처음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지휘자로 초빙되었는데, 이후 총 6회나 신년음악회 무대에 섰을 정도로 이 오케스트라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의 지휘봉이 빈 필하모닉의 환상적인 사운드를 만나는 순간은 항상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17년 만에 세종문화회관을 찾는 ‘빈 필하모닉 & 리카르도 무티’의
환상적인 연주는 클래식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Terry Linke

빈 필의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는 ‘언제나 옳다’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35번 D장조, K.385 ‘하프너’와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 C장조, D.944 ‘더 그레이트’입니다. 모두 빈에서 작곡된 명곡이며, 빈 필하모닉으로선 ‘고향의 노래’ 같은 곡입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35번은 하프너 가문의 의뢰를 받아 만들어둔 ‘세레나데’를 다시 교향곡으로 확장해서 발표한 곡입니다.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쳐 황제인 요제프 2세가 특별 상금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빈에서 쓴 6개의 교향곡 중에서 첫 번째 작품이며 전체적으로 밝고 우아합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은 어렵게 태어난 곡입니다. 슈베르트는 1821년에 ‘미완성 교향곡’을 작곡하고 무려 7년이 지난 후인 1828년 3월에 9번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는 이 곡을 작곡한 즉시 무대에 올리고 싶어 했지만, 너무 길고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슈베르트는 곡을 작곡한 지 불과 9개월도 지나지 않은 그해 11월에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이 곡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 되었습니다. 슈베르트가 죽고 9년이 지난 1837년에 작곡가 슈만이 슈베르트의 형을 찾아갔다가 악보 꾸러미 속에서 이 곡을 발견합니다. 그는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기뻐하며 악보를 지휘자인 멘델스존에게 보내서 초연하게 합니다. 초연을 들으며 슈만은 클라라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답니다.
“클라라. 나는 오늘 복을 받았소. 이 곡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관현악법도, 엄청난 길이도 모두 놀랍소. 난 너무나 행복했어요. 당신이 나의 아내가 되고 내가 이런 곡을 쓸 수 있기만 빌었소.”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서른다섯 살과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버린 천재! 그들이 남긴 교향곡 두 편이 한 무대에 오릅니다. 그 위대한 곡을 리카르도 무티와 빈 필하모닉이라는 황금조합을 통해 듣게 됩니다. 슈만이 184년 전에 느꼈다는 행복한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 줄 것 같습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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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조희창(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