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이국적인 정취로 찾아온 썸머클래식

코로나19에 무더위까지. 답답한 여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썸머클래식〉의
이국적인 정취를 감상하며 세계 여행을 떠나보자.

흔히 클래식 공연하면 우아하고 고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멀쑥한 드레스를 갖춰 입고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을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무겁고 진중한 작품만 무대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클래식에도 역동하는 곡들이 많습니다. 정열적인 작품을 들으며 무더위를 견디는 팬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말 그대로 이열치열(以熱治熱)입니다.

8월 12일, 13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름 더위를 식혀줄 뜨거운 음악회,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썸머클래식>이 열립니다. <썸머클래식>은 친절한 해설과 음악을 시각화한 영상을 활용해 더욱 투명하고 친숙한 클래식을 선물합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이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은 1984년 창단된 악단으로 현재 20대 음악전공생 120여 명이 단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쇼스타코비치나 말러, 브루크너 등 대편성 교향곡과 작곡가 윤이상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실력을 쌓아왔습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연주 활동을 이어온 음악가인 지휘자 리누스 레너가 기획했습니다. 미국 라운드 탑 페스티벌, 브라질 그라마도 국제 페스티벌 등 굵직한 음악축제에서 예술감독을 맡았죠. 현재는 그라마도 심포니 오케스트라, 리오그란데두노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아리조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무더위까지. 답답한 여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의 이국적인 정취를 감상하며 세계 여행을 떠나보자.

<썸머클래식>은 친절한 설명과 영상을 활용해 고전음악을 만나게 해준다.

멕시코의 정열을 담아

이번 공연의 첫 곡은 미국 현대 작곡가인 에런 코플란드가 1936년 작곡한 ‘엘 살롱 멕시코’입니다. 코플란드란 이름이 낯설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미국 음악에 끼친 영향은 큽니다. 피아노곡, 성악곡은 물론 연극, 영화,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명작을 남겼습니다. 그는 미국 최고의 현대음악가이자 지휘자였고, 저널리스트이자 음악가들의 스승이었습니다. 1964년에는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영예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탑니다. 퓰리처상과 구겐하임상도 받았지요. 대공황을 극복하는 미국을 그려낸 ‘애팔랜치아의 봄’이나 링컨 대통령에게 헌사한 ‘링컨의 초상화’가 그의 대표작입니다. 자국을 향한 열정을 음악으로 풀어내오던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1932년 멕시코를 방문하고 깜짝 놀랍니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감화된 겁니다. 그는 멕시코시티의 댄스홀인 ‘엘 살롱 멕시코’의 풍경을 오선지에 담아냅니다. 에런 코플란드는 생전 ‘이 홀은 정열적인데 자연스럽다. 있는 그대로의 멕시코를 보는 것 같았다’고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엘 살롱 멕시코’는 서부와 주부 그리고 앞선 선율을 반복하는 재현부로 이뤄졌습니다. 멕시코 민요 ‘엘 파소 베르데’를 변주했습니다. 금관악기의 역동적인 화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멕시코 댄스홀에 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코로나19에 무더위까지. 답답한 여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의 이국적인 정취를 감상하며 세계 여행을 떠나보자.

이국적인 정취로 가득한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지휘자 리누스 레너가 기획했다.

우아하게 또는 자유롭게

첫 곡의 경쾌함은 라흐마니노프의 우아한 선율로 이어집니다. 바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입니다. 그중 18번은 인기 드라마 <밀회>에서 주인공 선재(유아인)가 혜원(김희애)과 함께 연습했던 레퍼토리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사랑의 은하수>의 OST로도 쓰였습니다.
이 곡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악마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한 니콜로 파가니니의 곡을 변주한 작품입니다.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 중에서 마지막 곡(카프리치오)의 멜로디를 피아노 협주곡으로 풀어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이전에는 브람스와 리스트가 카프리치오 선율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습니다.

곡의 첫 부분은 드뷔시의 ‘달빛’을 떠오르게 합니다. 달빛처럼 우아하게 전개되다 순간 박진감이 넘치는 피아노 독주가 펼쳐져 ‘광시곡’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연주입니다. 피아니스트 채문영이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화음을 빚어낼 겁니다. 두 번째 곡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채문영은 영국 왕립대학교와 그라즈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해왔습니다. 레히 국제음악 페스티벌, 메뉴힌 페스티벌 등에서 데뷔 무대를 치르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코로나19에 무더위까지. 답답한 여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의 이국적인 정취를 감상하며 세계 여행을 떠나보자.

피아니스트 채문영은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과 함께 우아하면서도 박진감 있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들려줄 것이다.

익숙함을 그리워하고 낯선 정취를 노래하다

후반부에서 연주될 두 곡도 이국적인 정취를 풍깁니다.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과 2번’ 그리고 안토닌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신세계로부터)’입니다. 우선 낭만주의를 상징하는 프랑스 작곡가인 비제는 1875년 오페라 <카르멘>을 완성합니다. 같은 해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했지만 관객들 반응은 그저 그랬습니다. 3개월 후 <카르멘>의 대성공을 목격하지 못하고 비제는 숨을 거둡니다. <카르멘>은 총 3막으로 구성된 희극 오페라입니다. 영화 주제곡처럼 모음곡도 공연에서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선율이 담겨있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입니다. 모음곡 1번에 담긴 ‘아라고네즈’나, 2번곡에 실린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등은 전주만 들어도 곡 전체를 흥얼거릴 만큼 익숙합니다.

피날레를 장식할 레퍼토리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신세계로부터)’으로, 드보르작의 대표적인 표제음악 중 하나입니다. 표제음악은 곡의 내용을 암시할 수 있도록 제목이 붙은 작품을 뜻합니다. 음악성을 미덕으로 삼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릅니다. 제목만 봐도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보르작은 베를리오즈와 리스트에게 영향을 받아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가 ‘신세계’로 지향했던 곳은 바로 미국입니다. 1892년 드보르작은 미국 뉴욕음악원 초대 원장으로 부임하며 체코를 떠나게 됩니다. 이 곡은 체코에 대한 그리움과 낯선 땅에서 느끼는 정취를 오선지에 그린 작품입니다.

코로나19에 무더위까지. 답답한 여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의 이국적인 정취를 감상하며 세계 여행을 떠나보자.

여름의 고전, <썸머클래식>은 올해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의 패기와 열정 넘치는 연주를 들려줄 것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들었지만 네 가지 악장 모두 경쾌합니다. 첫 악장에선 호른을 중심으로 헝가리 민속음악과 흑인 음악 선율이 흐릅니다. 2악장에서도 서정적인 호른 연주가 돋보입니다. 3악장에서는 시골 사람들의 춤곡이 연주되다 4악장에서 분위기가 전환됩니다. 4악장은 영화 <죠스>에서 상어가 등장할 때 흐르는 멜로디입니다. 4개 악장의 주제 선율이 재등장하더니 차례대로 결합해 화음을 만듭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성대한 감동이 밀려오는 작품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 미국 작곡가가 풀어낸 멕시코 풍경으로 시작해 체코 작곡가가 바라본 미국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청각으로나마 세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오현우(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