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덴마크를 대표하는 국립교향악단(덴마크 방송교향악단)은 수도에 위치한 코펜하겐 콘서트홀에서 독특한 기획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바이오쇼크’ 등 게임 속 음악들을 선보인 <Gaming in Symphony> 공연이었습니다. 게임의 줄거리가 특정 설화나 전설에 기반했기에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악기 외에도 독특한 세계의 전통악기가 함께 하기도 했죠. 서양의 오케스트라, 자국의 전통음악이 ‘게임’을 교두보 삼아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게임 속의 난사음과 폭발음도 중간마다 들려왔습니다. 디자인과 조명도 무대를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려하게 연출되어 공연장 관객들을 게임 속으로 ‘로그인’하게 하는 듯했습니다. 지휘는 게임음악 전문 작곡가로 유명한 아이머 눈이 맡았어요.
영화나 게임은 음악을 위해 태어난 예술은 아니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음악을 추출하여 선보이는 공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연의 관객 타겟 설정도 영화나 게임을 체험한 이들로, 그 어느 공연보다 분명한 편이죠. 영화나 게임이 현대인이 즐기는 또 하나의 예술과 문화라는 점에서 이런 콘서트 기획은 가속력이 붙고 있습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의 전유물인 콘서트홀과 오케스트라의 저변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4월 2일부터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도 이런 유행과 흐름을 느껴볼 수 있는 메가톤급 게임음악회입니다. 게임음악 기획공연에 특화된 젊은 지휘자 진솔, 한국의 국립교향악단으로 활약하는 KBS교향악단이 함께하는 무대죠.
이번 공연의 연주를 책임질 KBS교향악단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 중 하나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로 게임 속 음악을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공연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음악을 오케스트라 실연으로 만날 수 있는 무대예요. 라이엇게임즈의 대표작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세계 최고의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입니다. 독특한 전장과 지형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전투. 그 안에서 게이머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승리를 쟁취하고자 치열한 전략을 세우고 겨뤄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투 액션의 재미까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식 유튜브(League of Legends-Korea) 채널의 구독자는 42.9만 명. 단순히 게임이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e-스포츠’로도 불리는 이 게임 때문에 자가용 출퇴근을 포기하고, 게임을 즐기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롤플레잉 게임의 재미는 가상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죠. 15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들의 활약에는 ‘음악’과 ‘음향’이 함께 합니다. 이러한 음악은 게임 속 가상세계와 역할에 더 몰입하게 하고, 전투 장면에선 영웅의 미장센에 멋을 더하기도 하죠.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배경음악 ‘Warriors’부터 ‘Pentakill Medley’까지, 다양한 음악이 오릅니다. 뿐만 아니라 초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영상이 함께합니다.
진솔은 게임음악 전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게임음악 오케스트라 ‘플래직’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게임음악 전문 지휘자로 잘 알려진 지휘자 진솔의 활약이 돋보이는 시간입니다. 덴마크 국립교향악단 ‘Gaming in Symphony’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게임음악 전문 지휘자 아이머 눈처럼, 진솔은 2017년부터 게임음악 전문 플랫폼 ‘플래직’의 창업자로 활약하고 있지요. 플래직은 ‘와우’ ‘스타크래프트’를 내놓은 게임 엔터테인먼트 블리자드와 계약을 맺고 게임음악을 공연 콘텐츠로 환원하며 음악 시장과 공연계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영의 선봉에 서 있는 진솔과 KBS교향악단의 탄탄한 연주력에 이어,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인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국악 연주가 함께하며 전설과 설화의 상상력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앞에서 관객을 기다리던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들.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된다
원래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대대적인 준비와 함께 작년 11월에 관객 맞이 준비를 마친 상태였어요. 광화문광장에서 바라다본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챔피언 바드, 아무무, 티모, 트위치, 블리츠크랭크의 대형 풍선이 세워졌고, 그들은 악기를 하나씩 든 ‘챔피언 악단’의 모습으로 시민들의 이목을 끌며 관객들의 포토존 역할을 단단히 했지요.
지난 2월 ‘2021 세종시즌’ 기자간담회에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올해 빈 필하모닉과 홍콩 필하모닉의 내한과 함께 주목해야 할 세종문화회관의 대표작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를 손꼽았습니다. 더불어 김성규 사장은 이 공연의 성격을 단지 게임음악을 선보이는 것 외에 “융복합 성격의 공연으로 관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인터랙티브(대화형)하게 하는 걸 기획하고 있다”라며 “게임과 공연장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새롭게 시도하는 공연이라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어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스마트폰은 이른바 ‘안방 제1열 극장 시대’를 여는 첨병이자, 참여형 공연의 미래 시대를 예언하고 개막한 일상 속 마술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댓글은 가장 기본적인 참여 방식이죠. 일례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미래극장’ 공연은 인기 게이머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실시간 방송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트위치(Twitch)를 적극 활용하여,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양분된 세계가 아닌 그 둘이 묘하게 겹쳐진 제3세계에서 선보인 색다른 국악 공연이었습니다.
2021년 4월 다시 돌아온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도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여 관객이 공연 콘텐츠의 일부가 되는 인터랙션형 콘텐츠의 옷을 입고 있어요. 공연 중 관객이 보내는 이모티콘과 텍스트 등이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노출될 예정이죠. 음악가와 예술가만 오르던 무대에 자신의 메시지가 오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마니아들이 즐기는 롤플레잉의 기법을 공연장으로 과감히 도입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더욱 새로워질 미래 공연예술 리그의 레전드급 공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