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작은 아씨들이 건네는 위로

위기의 시대.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성장하는 네 자매의 모습은 위로를 준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작은 아씨들〉은 새로운 연말 뮤지컬의 탄생을 알렸다.

서울시뮤지컬단은 2019년부터 고전 명작을 뮤지컬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을 시작으로 올해는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의 장편소설 <작은 아씨들>을 뮤지컬화했다. 1868년 세상에 나온 소설 원작은 작가 올컷의 자전적 이야기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살고 있는 중산층 가족의 삶을 배경으로 한다. 각기 다른 성격의 네 자매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꿈을 키우며 당당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지난 2월, 영화감독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의 영화 <작은 아씨들>이 개봉해 호평을 받았다. 이 고전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란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여성의 자주적인 모습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19세기를 살아가는 작품 속의 조는 이 시대에도 귀감이 될 만한 독립적인 여성이다. 한 인터뷰에서 거윅 감독은 “<작은 아씨들>이 이렇게나 모던한 소설인지, 이렇게나 동시대적인 이슈를 다뤘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의 시대.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성장하는 네 자매의 모습은 위로를 준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은 새로운 연말 뮤지컬의 탄생을 알렸다.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가 없던 시절, 꿋꿋이 펜을 들었던 둘째 조는 원작자 올컷의 자화상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 입체적인 캐릭터

<작은 아씨들>은 수없이 재해석되어 온 고전 중 고전이다. 고전 각색은 원작의 시대 감각을 어떻게 현대적인 감수성에 맞출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작은 아씨들> 원작을 보면 19세기 여성과 21세기 여성의 고민이 어찌도 이리 닮아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동시대성이 담긴 원작이기에 지금의 언어로 각색하기가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장편소설을 150분 분량의 뮤지컬로 압축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을 테다. 이번 작품에선 방대한 분량을 제한된 시간 안에 풀어내기 위해 조의 내레이션으로 사건을 속도감 있게 전개했다. 주요 사건을 꼽아서 재현했으며, 무엇보다 네 자매의 개성을 부각시킨 점이 인상 깊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꼽는다면 ‘조’와 ‘에이미’일 것이다. 서울시뮤지컬단 <작은 아씨들>에서도 두 배역의 입체적인 연기가 도드라졌다.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가 없던 시절, 꿋꿋이 펜을 들었던 둘째 조는 원작자 올컷의 자화상이다. 그렇기에 원작에서도 조의 대사는 유독 생생하고, 뮤지컬에서도 조가 부르는 모든 노래에 생동감이 가득했다. 야망을 품은 막내, 에이미의 모습도 조만큼 이목을 끌었다. 과거 여러 작품에서는 에이미를 철부지 아씨로 그리곤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에이미는 조와 비슷한 비중의 책임감을 지닌 여성으로 나타났다. 어리광스럽던 막내가 주체적인 여성으로 성장한 모습은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위기의 시대.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성장하는 네 자매의 모습은 위로를 준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은 새로운 연말 뮤지컬의 탄생을 알렸다.
위기의 시대.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성장하는 네 자매의 모습은 위로를 준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은 새로운 연말 뮤지컬의 탄생을 알렸다.

작사와 작곡을 맡은 박천휘는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듣는 재미를 주었다.

다채로운 음악을 적재적소에

뮤지컬의 핵심은 음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사와 작곡을 맡은 박천휘는 음악의 전체 구조를 촘촘히 구성했다. 총 28곡이 작품을 채웠는데, 캐릭터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넣어 듣는 재미를 주었다. <작은 아씨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묵직하다. 음악은 네 자매마다 차별을 두어 각 캐릭터의 성향, 그에 따른 주제의식을 잘 포착해냈다. 허영에 들뜬 첫째 딸 메그의 마음은 왈츠, 수줍음이 많은 셋째 딸 베스는 클래식 음악으로 표현했다. 진취적인 성향의 둘째 딸 조와 야무진 막내 에이미는 대중음악을 차용해 더 공감을 불러왔다. 폭넓은 장르의 음악은 여성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었다. 조의 주변에는 다양한 인물이 존재한다. 조가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난 뉴욕에서는 도시 분위기가 담긴 재즈, 열정적인 대고모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탱고가 울려 퍼졌다.

이번 작품은 ‘크리스마스 맞춤형 뮤지컬’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작품 말미에는 작품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캐럴을 노래했다. 분위기를 녹여준 캐럴은 점차 확장해 크리스마스 칸타타로 막을 내렸다. 150년 전 이야기지만 현대인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오도록 세심히 만들어진 음악은 작품에 몰입감을 줬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다채로운 음악, 이에 더해진 역동적인 안무 덕에 관객의 눈과 귀가 즐거웠다.

위기의 시대.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성장하는 네 자매의 모습은 위로를 준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은 새로운 연말 뮤지컬의 탄생을 알렸다.

작은 다락방이 있는 집에서 네 자매는 어린 시절 추억을 나누었다.

집의 소중함을 깨닫다

네 자매는 다정하다. 전쟁터로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네 딸은 서로를 위할 줄 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밝게 성장해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잠시나마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젊은 관객이 주를 이루는 다른 뮤지컬에 비해 서울시뮤지컬단 <작은 아씨들> 공연장에는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다.
‘집(Home)’을 중심으로 무대가 설치됐다. 작은 다락방이 있는 네 자매의 집이 작품의 큰 중심이 된다. 집으로 시작한 첫 장면은 뉴욕과 파리를 오간 뒤 집으로 회귀한다. 어린 시절 함께 추억을 나눴던 집이지만, 자매들에게는 꿈을 펼치기에 한없이 모자란 공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네 자매는 각기 다른 인생을 펼쳐가지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안락한 보금자리가 있다. 온전히 그 자리에 있어준 집이란 공간은 성장통을 견뎌낸 자매들을 다시금 모이도록 했다.

바야흐로 위기의 시대다. 코로나19는 잦아들지 않고 더 확산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가족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작은 아씨들>은 12월 4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공연 종료 소식을 전했다. 연말 ‘가족 뮤지컬’로 자리 잡을만한 이 작품이 이대로 묻히는 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는 신년에는 바이러스가 종식되어 작은 아씨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행복이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작은 아씨들>을 통해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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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장혜선(월간 <객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