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국무용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요. 제대로 된 한국무용을 보기가 쉽지 않아요. 한국무용인지 현대무용인지 모를 작품이 많죠. 한국무용의 맥을 잘 찾고 우리 시대에 맞게 풀어내서 한국무용의 가치를 더 높이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세종문화회관의 아홉 개 산하 단체 중에서 제일 잘 하고 싶어요. ‘세종문화회관’ 하면 ‘서울시무용단’을 떠올릴 수 있게 멋진 작품을 많이 발표하려 합니다. 세 번째로는 서울시무용단을 통해 서울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무용가 피나 바우쉬 덕분에 작은 도시 부퍼탈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서울시무용단이 서울을 대표해서 서울의 문화 수준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일단 관객들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하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작품이 올라가기 전에 30~40분 정도의 관객을 연습실로 모셔서 저희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작품이 더 친근해질테니까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나 소외 계층을 찾아가서 보여드리는 무용 공연도 더 열심히 진행하려고 해요.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세종예술아카데미를 통해서 한국무용 강좌도 진행하고 싶어요. 문화는 음식과 같아서 많이 보고 느낄수록 그 맛을 알게 되거든요. 한국무용의 멋과 맛, 우리 춤의 역사, 한국 무용이 왜 건강에 좋은지 등을 강좌를 통해서 널리 알리려고 합니다.
올해 정기 공연은 세 번이에요. 그 중에서도 5월 23일과 24일에 열릴 첫 번째 정기 공연을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가제는 ‘No One There’. 약자로 N.O.T. 우리 말로 하면 ‘거기 누구 없소?’ 정도가 되겠죠. 아직 최종 대본은 안 나왔는데 이산가족 집안에서 자란 아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판타지가 있는 한국무용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이 공연을 통해서 서울시무용단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관심 갖고 지켜봐 주세요!
1퍼센트의 재능이 상당히 많은 걸 좌우하지만 결국 99퍼센트의 노력이 중요해요. 노력이 없으면 어떤 예술도 할 수 없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춤에 매진하지 않고는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춤을 출 수 없죠.
재능으로 따지자면 무용가한테는 공간 지각력이 필요해요. 머리로 구상하는 동작과 실제 몸으로 구현하는 동작이 일치되는 능력이죠. 공간 지각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동작을 한번 보여주면 금세 따라하곤 하죠. 재미있는 건 공간 지각력이 부족한 사람도 매일 같이 연습하면 매일 같이 발전한다는 사실이에요. 제가 40여 년 동안 초등학생부터 프로까지 가르쳤는데 재능이 모자란 친구도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만 가지면 다 되더라고요. 예술은 끝까지 싫증 안 내고 계속 하는 사람이 결국 뜻을 이루더라고요. 공간 지각력 말고도 무용가한테는 음악 감각, 박자 관념, 리듬을 타는 능력,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성이 필요하지요.
전 무용을 너무 좋아했어요. 친구들 하고 캠핑을 가도 레슨 시간 되면 새벽 기차 타고 올라와서 레슨 하고 다시 내려갈 정도로요. 그래서 슬럼프가 별로 없었어요. 슬럼프라기보다는 고2 때 잠깐 방황을 한 적이 있죠. 역사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사학과에 가서 역사학자가 되면 어떨까 고민했어요. 그래도 춤이 너무 좋으니까 ‘그럼 한국무용으로 역사를 풀어보자’ 이렇게 결론을 내렸죠.
여전히 춤은 저한테 생명과도 같아요. 서울시무용단 단원들하고 같이 춤을 추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이 너무 행복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접목한 공연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요 저는 그것이 접목이라기보다 한국무용에 현대무용이 입혀졌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현대무용이든 아이돌 댄스든 그것이 한국무용에 그냥 입혀지는 게 아니라 화학 반응을 통해서 새로운 창작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한국무용의 멋과 맛을 잘 아는 사람들이 현대화 작업을 통해서 특별한 작품을 창작하는 것. 저는 이것이 바람직한 한국무용의 대중화라고 생각해요.
정혜진 단장은 한국무용에 현대무용 등이 입혀진 것이 아닌, 화학 작용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공연을 지향한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에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용단 전체가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고 인정해야 성공할 수 있거든요. 물론 저도 단원들을 사랑해야 하고요.
인터뷰 내내 정혜진 단장이 강조한 것은 ‘제대로 된 한국무용 작품을 선보여 한국무용과 서울시의 문화수준을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무용의 향기를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열정은 서울시무용단의 미래를 환하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같았다.
– 다음호에는 서울시합창단 강기성 단장님의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세종문화회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많은 질문을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