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한국무용에 다시 한번 생명력을

2019년 큰 호응을 받았던 ‘동무동락’ 시리즈 〈허행초〉가
더 다채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한국무용을 하는 국·시립 무용단체에게는 으레 두 가지 주요한 과제가 주어지곤 합니다. 하나는 동시대적인 창작 작품으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하나는 우리 고유 춤 예술의 가치를 이어가는 역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서울시무용단의 최근 행보만 보더라도, 2019년 봄 <놋-N.O.T>이나 올해 봄 <감괘>처럼 동시대적인 감각이 짙게 묻어나는 대작을 발표하는가 하면 ‘동무동락(同舞同樂)’처럼 우리 고유 춤 예술의 가치를 이어가는 기획공연을 매년 마련해 왔습니다.

전통춤 시리즈 ‘동무동락’의 역할

서울시무용단은 201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창작적 시도에 몰두해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위험부담을 안고 있으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예술적 정체성 혼란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대적인 감각의 창작과 함께 우리 고유의 춤 예술에 근거해 기본을 다지는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2018년 가을 첫선을 보인 ‘동무동락’은 그동안 새로운 창작에 몰두함으로써 야기된 정체성 혼란이라는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기획공연으로 주목받았습니다.

2019년 큰 호응을 받았던 ‘동무동락’ 시리즈 〈허행초〉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동무동락’은 서울시무용단이 2018년부터 매년 우리 전통춤의 본질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 전통춤 시리즈다.

함께 춤추고 함께 즐긴다는 뜻을 가진 ‘동무동락’이라는 기획은 2018년 가을에 첫선을 보인 이래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2019년에는 신무용의 대가 故 최현 선생의 춤을 재조명하는 <허행초>를 통해 큰 호응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0월에는 총 네 차례에 걸친 재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러 갈래의 전통춤이나 신무용 등을 섞어서 펼치는 단순 갈라 형태의 공연에서 벗어나 최현이 안무한 춤들을 재구성해 놓았다는 점에서 기획공연의 주제 의미, 전개상의 통일성, 역사적 가치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낭만주의자 최현의 춤

‘이 시대 마지막 낭만주의자’로 일컬어지는 최현(1929~2002)은 조택원과 송범을 잇는 남성 신무용가로서, 우리의 전통적 소재를 사용하면서 이를 자연스럽고 풍성하고 섬세하고 품격 있는 신무용으로 구현했습니다. 활동 반경도 넓어서 신무용을 비롯해 창극, 마당극, 뮤지컬 등을 넘나들면서 100여 편의 작품을 안무한 바 있습니다.
이번 기획공연의 부제이기도 하면서 최현의 대표작인 ‘허행초(虛行抄)’는 시인이자 평론가인 김영태가 최현의 춤을 보고 헌사한 동명의 시를 훗날 최현이 화답하듯 만든 춤입니다. 여기에다 ‘무당춤’, ‘군자무’, ‘허행초’, ‘약동’, ‘태평소시나위’, ‘흥과 멋’, ‘남색끝동’, ‘방자전’, ‘사랑가’, ‘미얄할미’, ‘신명을 일깨운 소리’, ‘고풍’, ‘신로심불로’, ‘비상’, ‘신명’, ‘살풀이’ ‘연가’, ‘태평무’, ‘북춤’ 그리고 유일하게 정승희의 안무이면서 최현 선생과 연이 깊은 ‘고로초롬만 살았으면 싶어라’까지 총 스무 개의 작품이 펼쳐집니다.

2019년 큰 호응을 받았던 ‘동무동락’ 시리즈 〈허행초〉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2019년 큰 호응을 받았던 ‘동무동락’ 시리즈 〈허행초〉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비상’(왼쪽)은 원작을 충실히 재현해냈고, ‘고풍’(오른쪽)은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됐다.

이런 소품들 중 일부는 원작에 충실하게 재현되었으며 다른 일부는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신명’, ‘비상’ 같은 작품은 유족인 한국무용가 원필녀의 고증을 받아 비교적 원작에 충실히 재현했으며 ‘허행초’, ‘약동’, ‘고풍’ 등은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에 의해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됐습니다. 후자의 경우, 두 개의 작품을 엮어놓거나 늘어지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독무를 군무로 확대하거나 하면서 요즘 관객에게 보다 다채로운 멋과 흥을 느낄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입니다. 최현의 제자이기도 한 정혜진 단장은 원작의 풍취를 살리면서도 동시대적인 감각을 더한 재안무로 ‘동무동락-허행초’라는 기획공연을 다채롭게 완성시키고 있는 셈이죠.
이번에 새로 추가된 작품들도 여섯 개에 달합니다. ‘신명을 일깨운 소리’, ‘사랑가’, ‘방자전’, ‘북춤’, ‘살풀이’ 그리고 ‘고로초롬만 살았으면 싶어라’입니다. ‘사랑가’와 ‘방자전’은 ‘춘향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춤이 등장합니다. 서정주 시의 한 구절에서 영감을 받은 ‘고로초롬만 살았으면 싶어라’는 1983년 초연 당시 김정길 작곡과 최연호 무대미술에 최현과 정승희가 주역을 맡아 큰 호평을 받은 목가적인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오랫동안 묻혀 사장될 뻔한 작품을 이번에 서울시무용단이 발굴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19년 큰 호응을 받았던 ‘동무동락’ 시리즈 〈허행초〉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2019년 큰 호응을 받았던 ‘동무동락’ 시리즈 〈허행초〉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허행초>에서는 최현 춤의 흥과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최현 춤의 매력을 구현할 직계 제자들

최현 춤의 특징은 편안한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도 호흡이 매우 깊어 풍부한 동작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채우고 비우는 호흡법은 한국무용의 기본으로도 여겨질 수 있는데 서울시무용단 무용수들에 의해 제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서울시무용단의 긍정적인 면모로서 단원들의 역량 강화를 여실히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현 춤의 흥과 멋을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이는 아무래도 직계 제자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공연에는 최현 선생에게 직접 사사한 세 명의 무용가가 출연합니다. ‘신로심불로’를 홀로 이끄는 한수문, ‘미얄할미’와 ‘신명’에 출연하는 최태선과 강환규가 그들입니다. 특히 ‘신로심불로’의 한수문은 2019년 공연 당시 삶의 희로애락, 한국춤의 멋과 흥, 소우주적인 존재감, 남성춤의 풍류와 기개 등을 한데 아우르면서 깊고 풍부하지만 과하거나 넘치지는 않는 바로 그 지점을 추어냈다는 점에서 박수 세례를 받은 바 있습니다. 한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어느 시대건 멋스럽고 고고하게 느껴지는 최현의 춤을 가장 잘 구현해낼 무용가 셋을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2019년 큰 호응을 받았던 ‘동무동락’ 시리즈 〈허행초〉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번 공연에서는 동시대적인 감각이 녹아든 춤과 우리 고유의 춤 예술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10월 28일~30일 세종M씨어터에서 펼쳐질 <허행초>는 서울시무용단 단장으로 교정 안무를 맡은 정혜진, 유족으로서 고증 및 지도를 맡은 원필녀, 유려한 라이브 연주를 이끄는 음악감독 유인상, 그리고 춤 역량이 두드러지게 향상된 서울시무용단이 어우러져 한층 더 축적되고 확장된 최현 춤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서울시무용단이 동시대적인 감각의 창작과 함께 ‘우리 고유의 춤 예술에 대한 기본 다지기’라는 균형을 제대로 잡아가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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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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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심정민(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