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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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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습니다

김성규 사장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

글. 「문화공간 175」 편집부

지난해 말 세종문화회관의 수장에 오른 김성규 사장을 만났다. 경영인 출신답게 더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힌 그는 세종과 관련된 모든 이가 정서적인 편안함을 느끼는 ‘이모셔널 세이프티’와 서울시예술단의 역량 강화도 강조했다.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 드립니다. 사장님께서는 오랫동안 회계 법인을 이끌어오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인 출신 사장하고는 결이 다른 경영을 기대하게 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예술단까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죠. 그래서 예술이든 경영이든 한쪽에만 강점을 가진 리더가 오래 운영하면 세종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어요. 다만 전임 사장님이 ‘예술’에 가까운 분이라면 저는 ‘경영’에 더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세종문화회관의 경영 컨설팅을 비롯해서 여러 예술 단체의 비상임 이사로 참여하고 강의도 하면서 예술 경영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예술계가 친숙합니다. 예술 경영인으로서 세종문화회관의 조직 문화, 재원 조성, 시스템 발전 등을 이뤄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취임 후 1백여 일간 세종문화회관의 여러 업무를 파악하셨겠지요. 밖에서 본 세종과 안에서 직접 본 세종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생각보다는 복잡하지 않았어요. 의욕적인 직원들이 꽤 많아서 긍정적으로 느꼈고요. 업무 성과도 훌륭해요. 앞으로 직원들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게 제 과제죠. 저는 예술이 우리 사회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 원인 중 하나가 조직 문화에 있습니다. 제가 취임하고 ‘세종에 바라는 점’을 주제로 직원 설문 조사를 했는데,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의견이 많았어요. 그 결과를 보고 조직 문화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지원할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나 아니면 안 돼’ 하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어요.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많은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요. 전 그런 것들을 감수하면서 과감하게 결정하는 데 익숙합니다. 앞으로 계속 예술계에서 일하실 분들은 이 자리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하죠. 저는 20여년 간 예술계에서 일해왔지만 이해 관계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입니다. 그래서 제가 주도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데 아무 걸림돌이 없습니다.

김성규 사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문화회관을 ‘시민들이 더 행복한 예술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성규 사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문화회관을 ‘시민들이 더 행복한 예술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세종의 모습에서 지키고 싶은 것, 바꾸고 싶은 것, 발전시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요?

지키고 싶은 것은 ‘세종’이라는 브랜드예요. ‘세종문화회관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30년 전의 세종은 유일무이한 존재였지만 이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크고 작은 공연장과 문화기관이 상당히 많죠. 그들이 각자 열심히 자신의 것을 만들어나가는 상황에서 세종은 무엇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 저는 세종의 브랜드 가치를 다시 세워서 지켜나가는 것이 필수라고 봐요. 그 다음 바꿔나가고 싶은 건 조직 문화예요.

발전시키고 싶은 건 ‘공간’입니다. 오래된 세종 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저는 ‘이모셔널 세이프티’라는 개념을 주장하고 있어요. 세종문화회관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이들이 편리하고,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대기실, 식당, 주차장 등등 세종과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정서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예술 공간을 만들어갈 계획이에요. 작년 12월 ‘허그 데이’ 때 ‘허그 베어’를 설치한 것도 크리스마스 트리 대신 조금 더 감성적인 접근으로 시도해 본 거예요.

작년 말 문을 연 ‘세종S씨어터’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이신지요?

밴드, 비보이, 재즈, 발레, 합창 등 다양한 공연을 시도하면서 이 공연장이 어떻게 쓰이는 게 가장 좋을지 실험해보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2020년부터는 고정 레퍼토리를 정해나가게 되겠죠. 예를 들어 특정 요일에만 공연하는 프로그램도 좋고, 시즌을 잡아서 두 달 간은 비보이 공연만 할 수도 있겠고요. 저는 이런 비전만 제시하고 실행은 각 실무자와 아티스트가 추진하는 게 맞다고 봐요.

세종문화회관은 다른 공연장과 다르게 제작을 겸하지요. 그 정체성을 더 단단하게 다져가겠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단순히 시민들에게 많은 공연을 선보이는 게 주된 목적이라면 예술단이 아니라 민간 공연 단체를 통해서 할 수도 있겠지요. 서울시예술단이 훌륭한 공연을 선보여서 어린 예술가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제공하면 그들이 세종에서 공연하는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서울시예술단의 주된 역할은 이런 데 있다고 봐요.

세종문화회관은 ‘히트작’도 만들어야겠지만 수익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기관으로서 공연 예술의 토대를 지키는 역할도 해야겠지요. 이 두 가지의 조율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예요. 이것은 순수 예술이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봐요. 그와 반대로 ‘이 공연은 우리 무용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연이 될 것이다’ 할 정도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유료 관객이 단 한 명도 없다 해도 그 공연은 무대에 올리는 게 맞다고 봐요. 그 자체로 세종과 우리 문화예술 역사에 남을 테니까요.

세종문화회관 산하에 9개의 서울시예술단이 있습니다. 서울시예술단의 역할 중 하나는 서울시민에게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겠지요.

맞아요. 하지만 좋은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그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다 하는 정도의 수준의 공연을 보여주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고의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최고의 작품을 시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 때 그 자신감으로 공연을 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우선 서울시예술단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사장으로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겠지요. 공연을 보면서 생각을 전환하는 기회도 자주 가지시나요?

세종에 부임한 이후로는 공연을 그 자체로 즐기기 어려워졌어요. 다른 공연장에 가도 나도 모르게 객석 배치, 무대 디자인, 조명 등을 살피게 돼요. 머리가 복잡할 땐 산책을 합니다. 경희궁이나 성곡미술관 근처까지 걷다 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곤 해요.

사장 임기가 끝난 3년 후, 세종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세종의 조직 문화는 얼마나 개선되었나?’ 저 스스로 생각하는 변화의 기준은 이거예요. 3년 후 세종이 더 역동적이고 활기찬 조직으로 바뀌었다면 제 목표를 이룬 셈이죠. 또 세종문화회관 곳곳이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서울시예술단의 자체 제작 공연 레퍼토리가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기대해봅니다.

끝으로 「문화공간 175」 독자들에게 2019년 인사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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