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만큼이나 탄탄한 실력을 갖춘 국내 최고의 청소년합창단,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이 드디어 정기공연 <봄, 봄>을 엽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3번이나 무산된 이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지휘자와 단원들은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 왔습니다. 서울시합창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현악 사중주, 샌드아트까지 함께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에서 단원들은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 아름다운 창작곡을 노래합니다. 손꼽아 기다린 공연을 앞둔 소감을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조용석 지휘자, 그리고 메조소프라노 이가원, 박예음, 소윤아 단원에게 들어보았습니다.
Q. 4월 정기공연 <봄, 봄>에 기대가 큽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1년 만에 열리게 됐죠
조용석 지휘자_작년 4월로 예정되어 있던 정기공연이 코로나 1차 유행으로 취소됐습니다. 작년 8월 다시 정기공연을 열 예정이었는데, 7월에 2차 유행이 시작돼 또 취소할 수밖에 없었어요. 12월 말에 정기공연을 열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3차 유행이 번진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취소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열리지 못했던 정기공연이 이번 4월에 열리는 거죠. 이번만큼은 꼭 공연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정기공연이 거듭 취소돼 조용석 지휘자와 이가원, 박예음, 소윤아 단원(왼쪽부터)이
공연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 간절하다.
Q. 정기공연이 1년간 3번이나 취소된 건데요. 지휘자로서 많이 안타까웠을 것 같습니다
조용석 지휘자_공연을 못하니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단원들도 합창을 배우고 공연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하게 되니까 무척 안타까웠죠. 또 저희가 대면 연습과 비대면 연습을 병행하는데 대면 연습을 할 때는 단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힘들 텐데도 재미있게, 열심히 잘해주니 저는 오히려 감사하죠.
Q. 단원으로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공연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박예음 단원_합창 공연을 너무 하고 싶은데 공연이 계속 취소되니까 많이 아쉬웠어요. ‘코로나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매일 들어요.
이가원 단원_작년 8월 공연도 취소됐는데, 12월에 또 취소됐다는 말을 듣고 집에 가서 하소연했어요. “왜 취소됐냐”고요. 그런 일이 있어서 이번 공연을 오히려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 것 같아요.
소윤아 단원_공연이 계속 취소되니까 하고 싶었던 게 다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이번에는 꼭 공연하고 싶어요.
<봄, 봄>을 준비하는 단원들과 지휘자의 눈에는 열정이 가득하다.
Q. 이번 공연은 모두에게 정말 간절하고 특별한 공연이네요
조용석 지휘자_대면 연습과 비대면 연습을 병행하다 보니 일정이 굉장히 촉박했어요. 그래서 부족한 점도 있지만, 저희 단원들 모두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같이 힘을 모으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의미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일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성취감을 주는 소중한 공연인 거죠.
Q. 대면 연습 횟수는 자연히 줄어들었겠네요. 대안인 비대면 연습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조용석 지휘자_대면 연습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할 수 있는 인원수가 줄어듭니다. 그러니 과거에는 두 번 연습할 수 있었던 기회가 한 번으로 줄어든 거죠. 저희 합창단 연습실에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비대면으로 연습할 때는 이 모니터와 ‘줌(Zoom)’이라는 영상 회의 플랫폼을 활용했습니다. 단원들은 집에서, 저희 선생님들은 이 연습실에서, 화면을 통해 서로를 보면서 파트별 연습이나 합창 교육을 했죠. 그런데 사실 합창은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거든요. 비대면으로는 하모니를 만드는 연습을 할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죠.
Q. 작년 4월부터 대면과 비대면 연습을 병행했는데, 화면을 보면서 노래를 배우고 연습하는 게 불편하지는 않았나요?
박예음 단원_저는 학교 수업 때도 줌을 써서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이가원 단원_저도요. 지휘자님 없이 저희끼리 줌으로 연습한 적도 있어요. 처음에는 심심해서 모인 거였어요. 화면을 활용해서 그림 맞추기 같은 놀이를 하다 연습까지 하게 됐어요. 줌은 한 번에 40분만 사용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각자 방을 하나씩 만들어서 한 방에 모여서 연습하다가, 40분이 지나서 방이 닫히면 다른 방으로 옮기면서 연습했어요.
안무와 함께하는 합창은 관객뿐만 아니라 단원들도 신나게 만든다.
Q. 어렵게 무대에 오르는 만큼 정말 공들인 공연 구성이 눈에 띕니다. 서울시합창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현악사중주가 함께 하고요. 샌드아트 공연도 있던데요?
조용석 지휘자_관객들이 1년 만에 보러 오시는 정기공연이기 때문에 더 풍성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곡을 합창하고, 또 많은 분이 ‘힐링’하실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합창과 연관되는 여러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Q. 창작 동요가 많은 이번 프로그램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 공연이 2014년부터 시작된 ‘창작동요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고요.
조용석 지휘자_원래는 전체 프로그램을 창작곡으로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연습 방식이 바뀌기도 했고, 위로의 메시지도 전하고 싶어서 처음 기획했던 것과는 프로그램을 약간 바꾸었어요.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곡들을 더 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창작곡들은 이번 공연 후에 다른 합창단들도 부를 수 있도록 무료 배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은 어려운 곡도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Q. 이번 공연에서 많은 곡을 부르게 될 텐데요. 어느 곡을 가장 좋아하나요?
박예음 단원_제일 듣기 좋은 건 ‘평화의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멜로디가 너무 좋은 것 같아서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음정이 있어요. 중간에 “오름직한 동산이 되고”라는 부분이에요.
이가원 단원_저도 ‘평화의 세상’을 좋아하고요, ‘성장통’이라는 곡도 좋아해요. 중간에 솔로 파트가 있는데, 솔로 파트가 끝나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나오거든요. 그때 소리가 가장 예쁜 것 같아요.
소윤아 단원_저는 ‘다 잘 될 거야’를 가장 좋아해요. 안무도 있고 신나는 곡이에요. “다 잘 될 거야”가 세 번 나오는 부분에서 다 같이 움직이는 안무가 있는데, 예쁘고 세련되어 보여서 좋아요.
Q.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합창은 어떤 점에서 가장 특별할까요?
조용석 지휘자_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은 오랫동안 좋은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받아 온 합창단입니다. 그래서 단원들의 발성뿐만 아니라 음정도 아주 정확하죠. 저희 공연의 첫 무대에 아카펠라 곡을 많이 선보이는데, 성부가 많고 어려운 아카펠라 곡을 소년소녀합창단이 해내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 합창단 단원들은 그걸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하죠. 이렇게 수준 높은 곡을 소화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의 소년소녀합창단만이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단원들도 그 부분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요. 그게 바로 우리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