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12살이 쓴 오페라?

오페라 톡톡 〈모차르트: 바스티앙과 바스티엔〉에서 들을 수 있는 숨겨진 이야기.
이번 공연 연출가 이범로를 만나 살짝 들어봤다.

<돈 조반니>,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모차르트 오페라들이죠. 이들 오페라는 35세에 사망한 모차르트(1756~1791)의 창작이 절정에 이르렀던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최후의 10년 동안 쏟아져 나온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들 걸작의 탄생을 예견하는 오페라가 모차르트 나이 12세 때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죠. 바로 모차르트의 첫 오페라 <바스티앙과 바스티엔>이 바로 그 작품입니다. 오페라 시작을 알리는 서곡(overture)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현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울림을 듣다 보면 ‘모차르트의 작법과 테크닉은 이미 어릴 적부터 확립돼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차르트: 바스티앙과 바스티엔>이 4월 10일 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서울 강북구 번동 북서울 꿈의 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 무대에 오릅니다. 세종문화회관이 ‘해설이 있는 공연’ 형식으로 여는 <오페라 톡톡>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연출을 맡은 오페라 연출가 이범로가 무대에 올라 직접 해설을 하며 오페라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공연에 앞서 연출가 이범로를 만나봤습니다.

Q. 모차르트의 첫 오페라 〈바스티앙과 비스티엔〉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이 작품을 쓰기 전 모차르트는 이미 서유럽을 두 차례 돌며 연주 여행을 마치고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고 있었어요. 각국의 왕가와 귀족 앞에서 펼친 연주와 작곡 솜씨가 신화가 돼 유럽 전역에 퍼졌고, 빈의 통치자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요제프2세는 이런 모차르트에게 2편의 오페라 작곡을 의뢰했어요. 하지만 빈에 있던 음악가들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시기했고 ‘열두 살짜리가 오페라를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온갖 방해공작을 펼쳐 모차르트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막았죠. 모차르트의 실력을 알아보고 후원자를 자처했던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 박사가 이런 상황을 딱하게 여기고 <바스티앙과 비스티엔> 작곡을 위촉했죠. 이 오페라는 메스머 박사의 정원에서 초연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오페라 연출가 이범로가 무대에 올라 직접 해설을 하며 오페라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해설이 있는 공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오페라 톡톡>에서는
‘신동 모차르트’의 숨은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Q.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쓴 오페라인데요, 어떤 줄거리인가요?

아! 원작은 따로 있어요. 우리에겐 철학가로 잘 알려진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오페라 7편을 쓴 작곡가이기도 했어요. 그의 오페라 중 <마을의 점쟁이(Le Devin du village)>라는 히트작이 있는데, 이 작품을 패러디한 게 <바스티앙과 비스티엔>이에요. 이름이 비슷한 바스티앙과 비스티엔이라는 연인이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다가, 콜라스라는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완성해 나간다는 내용입니다. 단막극에 공연시간은 50분 내외예요.

 Q. 사랑스러운 줄거리네요. 결국 남녀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연출 시 어디에 주안점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오페라 하면 일단 웅장한 서곡과 아름다운 아리아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 작품에서 언어의 매력과 연극적 요소를 살리는데 주안점을 뒀어요. 독일어로 된 작품을 한국어로 번안한 만큼 최대한 한국어의 뉘앙스를 살리려고 했어요. 사실 오페라에선 연출가가 가수들과 대본 연습을 많이 하진 않아요. 하지만 이번엔 마치 TV 드라마를 촬영하듯 대본 연습을 함께 많이 했어요. 가수들의 연기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서죠. 등장인물이 셋뿐이라 인물 별로 캐릭터의 톤을 달리하는데도 신경 썼어요. 양치기 아가씨 바스티엔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인 반면, 소년 바스티앙은 좀 촌스러우면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죠.

오페라 연출가 이범로가 무대에 올라 직접 해설을 하며 오페라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오페라 연출가 이범로가 무대에 올라 직접 해설을 하며 오페라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공연은 가수들의 연기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대본 연습을 거쳤다.
2020년 <오페라 톡톡> 공연 모습.

Q. 단막극에 등장인물이 셋뿐이라··· 공연이 좀 평면적으로 흐를 수도 있겠는데요?

이번 공연의 두 가지 요소를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이번 공연은 가족 관객이 대상인 만큼, 아이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중간중간 흥미로운 마술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또 실 커튼을 달고 조명을 달리하며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해요. 의상에선 판타지 영화의 느낌을 내려고 합니다. 해리포터 주인공들이 입는 옷처럼 시대를 초월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Q. 우리가 잘 알아는 〈마술피리〉,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등 모차르트가 성숙한 시기에 쓴 작품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어릴 적에 쓴 작품이니 완성도가 좀 떨어지나요?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리아를 아주 훌륭하다고 보긴 힘들어요. 하지만 서곡은 꽤 근사해요. 작품을 들여다보면 독일 오페라라는 새 장르를 구축해 보겠다는 모차르트의 집념과 구상이 어릴 때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그때 음악계에선 이탈리아 오페라 아니면 취급을 안 해주는 분위기였거든요. 이 작품은 이탈리아어가 아닌 독일어로 된 음악극인 ‘징슈필’이에요. 모차르트 최후의 오페라인 <마술피리>를 모차르트 독일 오페라의 정점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출발점이 <바스티앙과 비스티엔>인 셈이죠.

오페라 연출가 이범로가 무대에 올라 직접 해설을 하며 오페라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연출자 이범로는 무대에서 <바스티앙과 바스티엔>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Q. 말씀하신대로 이 작품은 징슈필로 구분되죠. 오페라 장르가 여러 가지인데, 익숙지 못한 분들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징슈필과 오페라부파, 오페라세리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오페라는 그리스 비극을 모방하면서 시작됐어요. 목가극이라고도 하는 오페라 세리아는 주로 그리스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었어요. 이탈리아의 작곡가 몬테베르디(1567~1643)가 훌륭한 오페라 세리아를 많이 남겼어요. 그런데 이 같은 정극을 할 땐 막을 바꾸는 짧은 시간에 무대에 올리는 막간극이 존재했어요. 가벼운 코미디극이었는데 이게 점차 발전하면서 오페라 부파로 발전했죠. 오페라 세리아는 19세기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1813~1901)와 푸치니(1858~1924)에 이르러 완성됐고, 오페라 부파는 모차르트가 확립했다고 볼 수 있어요. <코지 판 투테>가 오페라 부파의 대표작이죠. 모차르트가 확립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전까지의 오페라에서 결여됐던 개연성을 부여했기 때문이에요. 이전엔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도 까닭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Q. 오페라는 서양 음악의 총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께 해주실 만한 조언이 있나요?  

오페라를 보기 전 준비를 해오면 많은 걸 받을 수 있어요. 적어도 스토리는 살펴보고 오시길 권유해드립니다. 그리고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관람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음식에 비유하면 오페라는 가마솥밥과 같아요. 처음엔 잘 모르지만 천천히 씹다 보면 깊은 맛이 느껴지죠. 오페라도 여러 번 보고 꼼꼼히 준비해서 감상하면 그 안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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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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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오수현(매일경제 기자)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