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합창만 하는 줄 알았니?

서울시합창단 단원들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두 가지 색 음악회,
<쁘티 콘서트>가 찾아왔다.

모두의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울림으로 퍼지는 합창. 최상의 하모니를 만드는 서울시합창단이 이번에는 조금 다른 공연을 준비했다. 서울시합창단의 제123회 특별연주회는 함께 어울려 하모니를 빚어내던 단원들이 각자의 무대로 관객을 만나는 <쁘띠 콘서트>로 진행된다. 이번 콘서트는 단원들이 솔리스트로서의 기량과 개성을 펼치는 자리이자 서울시합창단의 색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다. 단원들 개개인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

<쁘티 콘서트>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자의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들려주고 싶은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을 연주자가 선곡하고, 무대 구성까지 직접 만든다. 연주자 스스로 곡을 선정하고 연주하는 덕분에 관객에게 좀 더 깊은 감정을 전달하며 함께 호흡할 수 있다. <쁘티 콘서트>는 서울시합창단 전체 단원이 약 4개 팀으로 나뉘어 격년마다 2팀씩 무대를 준비한다. 올해는 작년 공연에서 만나지 못했던 나머지 2팀인 24명 단원들이 준비한 아름다운 무대를 만날 수 있다.

2019년 <쁘티 콘서트> 공연 모습. Ⓒ서울시합창단

한국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다

이번 콘서트는 이틀간 다른 주제로 진행된다. 공연 첫날인 6월 25일에는 한국 가곡으로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통해 관객과 인생을 함께 공감하고자 하는 출연진들의 마음을 담았다.
기쁠 ‘희(喜)’는 장장식의 아름다운 시와 이안삼의 멋진 선율이 더해진 한국 가곡, ‘그대가 꽃이라면’으로 시작한다. 소프라노 정주연은 아름다운 노랫말과 서정적인 멜로디를 가진 이 곡이 전해주는 기쁨을 관객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성낼 ‘노(努)’는 아름다운 자연과 대비되는 전쟁의 비극적인 소회에서 비롯된 가곡 ‘비목’으로 시작한다. 이 곡은 강원도 백암산 부근에서 무명 용사의 돌무덤을 보고 조국을 위해 죽어간 젊은이들을 기린 한명희의 시에서 비롯되었다. 작곡가 장일남은 한명희의 시를 보자마자 즉석에서 곡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슬플 ‘애(哀)’는 ‘숭고한 정신과 자연애’라는 꽃말을 가진 가곡 ‘목련화’를 통해 만난다. 테너 김민수는 추운 겨울을 이겨낸 의지를 나타내는 목련화를 예찬하며, 조국의 앞날을 이끌고 갈 젊은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연주할 예정이다. 즐길 ‘락(樂)’은 통일을 염원하는 가곡 ‘그리운 금강산’으로 시작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남북 예술단 교환공연 등 남북관계의 중요한 순간마다 불리며 우리의 눈시울을 붉히는 가곡이다. 아름다운 우리 산이지만 분단으로 인해 가보지 못하고 그리워하기만 해야 하는 애틋한 심경은 언제나 가슴을 매이게 한다.

올해 <쁘티 콘서트>를 만들 24명의 서울시합창단 단원들. Ⓒ서울시합창단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연주하다

6월 26일, 공연 둘째 날에는 가곡과 아리아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쉼표를 많이 넣어 남녀가 입을 맞출 때의 떨림과 머뭇거림을 생생하게 표현한 루이지 아르디티(Luigi Arditi)의 일바치오(Il bacio)는 진실한 사랑과 떨림을 담은 노래다. 소프라노 김온유와 테너 김재화가 연주할 ‘첫사랑’은 김효근이 아내의 생일에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사랑을 맹세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다. 

비극적이고 슬픈 사랑의 이면을 그리는 곡도 만날 수 있다. ‘사랑의 기쁨’이 그렇다. 제목은 ‘기쁨’이지만 변함 없는 사랑을 맹세한 연인의 마음이 변하자 허무함에 슬퍼하는 비련의 노래다.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인 장 폴 에지드 마르티니(Jean Paul Egide Martini)가 프랑스 시인 장 삐에르 클라리스 플로리안의 시를 토대로 만들었다.
함께 구성된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자’도 비극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 유럽 최고 권력자였던 필리포 2세는 자신의 아들인 카를로의 약혼녀 엘리자베타 공주를 세 번째 부인으로 맞는다. 졸지에 약혼녀를 어머니로 맞아 점점 정신이 쇠약해져가는 카를로를 위해 그의 평생 친구인 로드리고가 이제 약혼녀를 잊고 큰 뜻을 펼치자며 위로하는 노래다.

<쁘티 콘서트>는 2019년에도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서울시합창단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펼쳐지는 서울시합창단의 정통 성악 음악회 <쁘띠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개관과 함께한 서울시합창단은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 공연인 오페라 <박쥐>와 제1회 정기연주회 브람스 <사랑의 노래>로 첫발을 내디딘 서울시합창단은 ‘합창을 통한 행복 전파’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며 오페라 전문 합창단으로서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아름다운 이들의 합창, 그 너머의 매력을 <쁘티 콘서트>에서 만나보자.

_신은정(<문화공간175>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