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175

THE SHOW MUST GO ON

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는 울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한 줄기 빛이 있다.
다시 극장에서 감동을 나눌 때까지 위안을 줄 전 세계 온라인 공연들을 만나보자.

아카이브 서비스에서 SNS 연주까지

지난 1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아시아 투어를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는 ‘단원들의 건강을 걱정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후 상반기에 예정된 주요 내한 공연이 잇따라 무산되었다. 2월 24일, 감염병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며 국내 주요 공연장은 대부분 휴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유럽과 미주 공연계까지 빙하기로 만들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언했다. 각 정부의 권유의 따라 클래식 음악 본고장의 주요 공연들도 대다수 중단됐다. 그러자 모순되게도, 국내 음악팬에게는 온라인으로 해외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창구가 열렸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단체는 베를린 필하모닉이다. 한시적으로 공연을 취소한 베를린 필은 공연 영상을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콘서트홀’(www.digitalconcerthall.com/ko/news)을 3월 31일까지 무료로 개방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지휘자 카라얀이 활동하던 1960년대 후반부터 지난해 취임한 키릴 페트렌코의 공연까지 600여 편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서 여러 해외 오케스트라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디지털 아카이브 서비스 사이트를 활용하도록 공지를 띄웠다. 5월까지의 공연을 취소한 미국의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연간 회원이 볼 수 있던 ‘DSO Replay’(livefromorchestrahall.vhx.tv)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디지털 콘서트’를 3월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디지털 콘서트’를 3월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는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나우>는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반면 무관중 공연을 시도하는 단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무관중 공연은 대개 단체의 유튜브나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다.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이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리며 기획한 3월 12일 <베토벤나우(BeethovenNOW)> 공연을 관객이 없는 키멀센터 버라이존홀에서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 공연 영상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유튜브(youtu.be/zKWYX5ohadQ)를 통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호주의 멜버른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3월 16일 공연을 멜버른아트센터에서 무관중으로 공연했다(youtu.be/MCBYvd5LKa4). 멜버른 심포니는 시청자 편의를 위해 공연 중간에 사회자가 곡을 설명하는 순서를 구성해 색다름을 추구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nightly met opera streams’를 진행한다. 온라인으로 매일 한 편씩 무료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동안 올렸던 프로덕션 중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받은 작품들을 공개해 기대를 모은다. 공연은 뉴욕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 30분부터 다음날인 오후 6시 30분까지 23시간 동안 볼 수 있다(www.metopera.org/season/on-demand). 1주차에는 <카르멘>, <라 보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연대의 딸>을 공개하고, 2주차에는 바그너의 주요작을 만날 수 있다. 빈 슈타츠오퍼 역시 메트 오페라와 유사한 방식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일 오후 시간대가 되면 지난 공연들을 한 편씩 공개하고 있다(www.staatsoperlive.com/live).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매일 한 편씩 무료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매일 한 편씩 무료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빈 슈타츠오퍼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오후 지난 공연들을 보여주고 있다.

빈 슈타츠오퍼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오후 지난 공연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를 잃었다. 해외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 도나토는 4월, 메트 오페라 <베르테르>에 설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다. 그러자 조이스 디 도나토는 자신의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베르테르>의 주요 아리아를 선보여 애호가들에게 환호를 받았다(www.facebook.com/JoyceDiDonatoOfficial).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빗은 그동안 트위터를 통해 연주뿐 아니라 정치적 견해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왔다.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3월이 되자, 그는 자신의 거실에 찍은 피아노 연주 영상을 피드에 더 자주 올리고 있다(twitter.com/igorpianist).

| 장혜선(월간 <객석> 기자)

공연 영상화와 생중계는 공연예술의 또 다른 기회

장점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쉽게 단점이 된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공연예술의 희소성은 그 자체로 매력이지만, 선택한 일부의 관객에게만 제공되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단점이다. 공연 작품의 영상화 작업은 공연예술의 명확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선택되었다. 그중 1972년에 뉴욕에서 시작된 ‘Great Performance’는 이 시도의 가장 오래된 버전으로 소개된다.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와 발레가 해당 시리즈로 제작되어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방송되었다. 이후 기술의 변화와 함께 작업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2006년에 등장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The Met: Live in HD’를 시작으로 영상화된 공연은 또 하나의 장르로 인식됐다.

두 시리즈는 공연예술의 접근성과 다양성 면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러나 실황 녹화 중계라는 점은 공연예술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9년에 시작한 영국 국립극장의 ‘NT Live(ntlive.nationaltheatre.org.uk)’는 두 시리즈의 장점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작품이 공연되는 시각에 영국 전 지역의 극장과 영화관에서 연극을 실시간 중계함으로써 매체의 장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도 중점을 뒀다. 공연장 곳곳에 배치한 5~8개의 카메라는 다양한 앵글과 카메라 워크로 연출 의도를 최대한 담아낸다. 은퇴를 앞둔 80세 리어왕의 내면은 줌인과 클로즈업으로 흡인력을 얻었다.

‘NT Live’는 녹화 중계와 실황 중계를 병행해 공연예술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NT Live’는 녹화 중계와 실황 중계를 병행해 공연예술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NT Live’는 녹화 중계와 실황 중계를 병행해 공연예술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자폐인의 성향을 직선의 연출으로 구현한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벌어진 의문의 사건>은 부감 샷으로 관객 시각 너머의 감각을 선보였다. 매진으로 보기 힘들었던 이안 매켈런과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의 무대 연기를 보게 된 것도 ‘NT Live’ 덕분이다. ‘NT Live’는 극단 차원의 첫 생중계 시리즈로 기록되며, 이후 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의 ‘RSC live’와 영국국립오페라단의 ‘ENO studio live’로도 이어졌다.

공연예술의 희소성을 극대화 버전도 있다. 미국의 방송사 NBC와 FOX, ABC에서는 생방송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한 편의 뮤지컬을 공개한다. 2013년 NBC로부터 시작된 이 장르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 <그리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렌트>와 같은 스테디셀러 뮤지컬이 선택되었다. 일상적인 공연보다는 ‘기념’의 형식에 가까운 까닭에 존 레전드(<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지저스 역)와 드랙퀸 발렌티나(<렌트> 엔젤 역) 같은 다양한 아티스트가 출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히 지적되어온 저조한 시청률과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는 생방송 진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대신 ‘Broadway HD’에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300여 편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Broadway HD’는 2015년에 시작된 공연 실황으로만 이루어진 멤버십 스트리밍 시리즈로, 코로나19로 전 세계 극장들의 휴관 소식에 맞춰 7일간의 무료 버전을 공개하고 있다.

멤버십 스트리밍 시리즈 ‘Broadway HD’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공연을 소개한다.
멤버십 스트리밍 시리즈 ‘Broadway HD’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공연을 소개한다.

멤버십 스트리밍 시리즈 ‘Broadway HD’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공연을 소개한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공연의 영상화와 생중계 작업을 진행해왔던 예술의전당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물론, 세종문화회관과 서울돈화문국악당 등이 무관중 생중계와 공연실황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변화한 시대에 맞춘 새로운 관람의 형태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 된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예술을 가까이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장경진(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