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세종대왕의 마음으로

21세기의 세종대왕을 상상하며 <세종음악기행>을 준비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박호성 단장이 마음을 담은 서신을 보내왔다.

세종.
저는 이 ‘세종’이란 단어와 인연이 참 깊습니다.

 

젊은 날, 스스로 개척하고 일궈오며 30여년의 세월을 함께 한 민간단체 세종국악관현악단, 올해부터 몸담게 된 세종문화회관의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그리고 이번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선보일 공연 <세종음악기행>까지 저와 ‘세종’이라는 단어는 깊은 운명과도 같은 인연인 것 같습니다. 이번 <세종음악기행> 공연을 준비하며, 세종대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우리 역사에서 왕권과 신권이 조화를 이루며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와 문화도 가장 크게 발전한 시기의 임금이 바로 세종대왕입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세종대왕 동상, 동상을 호위하듯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그 옆에 듬직하게 자리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오늘날 그 가치를 더욱 드높입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세종음악기행>은 바로 이 가치의 결과물입니다. 2014년 ‘세종의 하루’를 시작으로 2015년 <세종음악기행>으로 이름을 바꾸어 해마다 이어져온 이 공연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만의 참신한 브랜드를 창출해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세종음악기행은 다시 한번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 여러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난 <세종음악기행> 공연 모습. 올해 연주자들은 홍주의를 벗고 현대적 의상으로 공연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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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선보인 세종음악기행은 전통에 무게를 싣고 홍주의를 입은 연주자들이 바닥에 앉아 연주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2019년 <세종음악기행>이라는 브랜드는 현대적 감성과 가치를 새롭게 담아 예년과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입니다. 연주자들은 현대적 의상을 입고 의자에 앉아 21세기 오늘날에 맞춰 새롭게 다듬은 관현악을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올해 <세종음악기행> 공연의 주제는 ‘작곡가 세종’입니다. 세종대왕이 2019년 오늘날에 살고 있다면 과연 어떤 음악이 탄생했을까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그 질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임금은 완성된 편경을 시연하는 자리에서 미세한 음 차이를 지적했는데, 제작과정에서 먹줄로 표시한 선이 덜 갈렸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잡았다.’ 『세종실록』에 실린 세종 15년의 기록입니다. 한편 세종 31년에는 이러한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임금은 음률을 깊이 깨닫고 계셨다. 신악의 장단과 음의 높고 낮음은 모두 임금이 만드셨는데, 막대기를 짚고 땅을 치는 것으로 하루 저녁에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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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모든 음체계의 바탕이 되는 기본 율관(律管)을 사용하여 음높이를 제정하고, 궁중의 제사 및 연회음악 연주에 필요한 악기들을 새로 만들어냈습니다. 음악을 기록하는 악보를 처음으로 창안해 낸 것 또한 세종대왕의 중요한 업적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은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음악적 재능까지 가진 분으로 우리나라의 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올해 공연에서는 이러한 음악적 감각이 현대에서 구현된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며 현대 작곡가 5명이 세종대왕의 시선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관객 여러분들은 <세종음악기행 ‘작곡가 세종’>에서 오늘날 새롭게 투영된 작곡가로서의 세종대왕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음악 프레젠터, 내레이터, 배우, 보컬, 합창, 무용, 연주, 영상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세종’이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가 펼쳐질 것입니다. 서울시극단의 김광보 단장이 연출을 맡고, 서울시합창단과 국악인 하윤주, 뮤지컬배우 박소연 등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출연진이 함께 무대를 꾸밉니다. 훌륭한 출연진과 제작진이 함께 남다른 규모와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공연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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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특별한 점 또 하나는 지난 5년간 구축해온 <세종음악기행>이라는 공연 콘텐츠와 국악방송의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곡가 세종을 만나다>가 결합해, 다큐멘터리 방송의 공연 무대화, 음악의 확장을 보여주는 융합공연이 되리라는 사실입니다. 공연과 방송에서 최고의 콘텐츠 두 가지가 만나 극대화된 시너지 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올해 6년째를 맞는 브랜드 <세종음악기행>의 도전적 성공을 위해,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새로움과 참신함을 덧붙여 막바지 작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경천애민 정신으로 백성을 위하고 음악을 만들었던 세종대왕의 마음을 짐작해 봅니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합니다. 공들여 준비한 올해의 <세종음악기행>이 관객 여러분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따스한 감동으로 남길 바랍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제340회 정기연주회
`세종음악기행 작곡가 세종’
일정 : 2019.5.15(수)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오후 7시 30분(공연시간 : 100분 / 인터미션 없음)
연령 : 만 7세 이상
티켓 : R석 50,000원, S석 30,000원,A석 20,000원, B석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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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l 박호성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