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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연습현장 스케치

THE SHOW MUST GO ON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연습현장 스케치

글. 장경진(객원기자, 공연칼럼니스트)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최근 국내 초연을 막 시작한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gt의 해외 리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호흡 곤란이 올 정도로 웃겨서 어쩔 줄 모르겠다.” 그 실체를 찾아 지난 10월 고양 연습실을 찾았다. 짧고 굵은 장면들을 보니 올 연말 공연은 이 연극이면 되겠다 싶었다.

 

“검술 장면이 있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뮤지컬 <벤허>를 할 때였어요. 검술신에서 실제로 칼이 부러져버렸어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상대배우랑 순간 눈빛으로 이야기한 후 육탄전으로 신을 넘겼었죠.”(배우 선재)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gt을 간단히 설명하면, 공연 중 벌어진 이런 에피소드들이 130분 내내 계속되는 작품이다. 배우의 경험과 다른 게 있다면, 이 연극은 실수와 같은 장면들이 모두 철저한 계산 끝에 도출된 결과라는 점이다.

10월 25일 고양어울림누리 연습실에서 열린 공개연습현장은 웜업과 게임으로 시작됐다. 웜업은 모든 공연에서 중요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이 연극의 핵심이 팀워크에 있기 때문이다. 웜업은 경력과 나이, 성별을 뛰어넘어 모든 배우가 돌아가며 진행하고, 이 작품이 공연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한다는 게임에는 연출가도 참여한다. 수평적인 관계는 좋은 앙상블을 위한 첫 걸음이 된다. 이날의 웜업은 산드라 역의 배우 이경은이 맡았다. 스트레칭을 겸한 짧은 웜업은 스피드가 생명인 얼핏 단순해 보이는 게임으로 이어졌다. 벌칙마저도 스쿼트나 팔굽혀펴기인. 이 게임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다치지 않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 셈이다.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제목 그대로 잘못되어가는 연극을 다룬 연극이다. 연극이 잘못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품이 없어지거나, 대사 실수를 하거나, 무대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션 터너는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코미디가 “타인의 불운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말한다. 이번 현장에서는 극중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중 죽은 찰스 해버샴의 사체를 확인하는 장면, 카터 경감이 찰스의 아내 플로렌스를 취조하는 장면, 플로렌스의 오빠인 토마스가 세실 해버샴과 동생의 관계를 알게 되는 총 세 장면이 공개되었다.

사체 상태의 찰스는 동료 배우들이 들지 못해 스스로 들것에 굴러 떨어지고, 가져온 들것마저 망가지는 바람에 제때 퇴장도 못한 상태가 된다. 찰스 역의 조나단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동료 배우와 관객의 눈에 띄지 않게 사라지는 것. 하지만 무대 앞쪽에 떨어진 그가 관객에게 보이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스태프가 수첩과 펜 대신 꽃병과 열쇠를 줘도 카터 경감은 진지하게 취조를 해야 한다. 동생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토마스가 세실과 대결하는 장면에서 칼이 부러지면 입으로라도 소리를 내서 극을 이어가야 한다. 대사가 꼬이는 바람에 질문보다 답이 먼저 나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암담한” 상황이 “아담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동료 배우가 등장하며 벌컥 열어젖힌 문에 다른 배우가 기절까지 하니 배우들의 신체적 능력과 호흡은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모든 것이다.

대사 실수나 슬랩스틱은 상당히 고전적인 방식의 코미디이다. 그러나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실제 무대에서 있을 법한 실수를 극중극이라는 형식에 녹여 최대한 상황에 집중한 코미디를 만든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실수들이 반복될 때마다 당황하는 배우들의 표정과 이 사태를 수습하려 애쓰는 몸짓들은 그 어떤 말과 과장된 액션보다도 더 관객을 사로잡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모든 사건·사고는 만들어진 것이다. 작품의 성패는 관객이 이 해프닝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몰입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때문에 연습 내내 연출가는 코미디의 타이밍을 강조하고,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배우들은 연신 기다리고, 구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을 통해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아이들 장난”(배우 고동옥) 같던 대본은 “움직임으로서 더 많은 것이 느껴지는”(배우 이경은) 연극의 형태로 구체화되는 중이다.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한 대학의 소위 연극 동아리를 배경으로 한다. 극중극인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은 난생 처음으로 배역의 수와 회원의 수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작품이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력을 뽐내고 싶고, 누군가는 그저 관객이 박수를 쳐주면 기쁠 뿐이다. 그저 친구를 만들고 싶어 모임에 들어온 사람도 있다. 진행되면 될수록 연극은 점점 더 망가지지만, 처음으로 모두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서 이들은 ‘공연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정서를 공유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은 무대예술이 갖는 ‘라이브’의 매력을 가장 확실하고 재밌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수많은 실수로 장르의 매력을 역살하는 작품인 셈이다.

“공연을 하다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백지병’에 걸릴 때가 있거든요. 그때 무대 위의 동료들이 도와주면 그 순간이 에피소드가 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역적’이 돼요.”(배우 호산)

그의 말처럼 무대예술은 ‘협업’이라는 단어를 가장 구체화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두의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이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에 있다. 물론 작은 펍에서 시작해 6년 만에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을 만큼 연극은 보편적으로 웃기다. 그러나 한바탕 웃고 떠든 후 극장을 나왔을 때, 생각보다 묵직한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공연은 11월 2일부터 2019년 1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일정 : 2018.11.2(금) ~ 19.1.5(토)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평일 오후 8시 / 토요일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 일요일 오후 2시, 오후 6시 30분

연령 : 8세 이상 관람가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티켓 : VIP석 7만원, R석 6만원, S석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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