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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천천히 그러나 찬란하게 빛나다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피아노로 써내려 간 편지> 김정원×선우예권×손열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천천히 그러나 찬란하게 빛나다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피아노로 써내려 간 편지>
김정원×선우예권×손열음

글. 김희경(<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사진 : 선우예권

음악가의 삶에서 기다림은 숙명이다. 많은 연습과 깊은 고뇌가 있어야만 선율에서 빛이 나기 때문이다. 그 빛을 대중이 발견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기다림의 정도는 각자 다르다. 어떤 이는 어릴 때 이 행운을 얻는 반면 누군 가는 좀 더 인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쳐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그저 견디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세계 4대 콩쿠르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천천히, 그러나 묵묵히 걸어온 만큼 더 찬란하게 빛난 순간이었다.
선우예권이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보여준 무대는 ‘꾸준함’이란 씨줄과 ‘절실함’이란 날줄로 잘 엮어낸 결과물이었다. 특히 결선 무대에서 보여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에선 그동안 축적해둔 에너지가 한데 모여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길고 긴 기다림의 화려한 끝을 알리듯 말이다. ‘북미의 쇼팽 콩쿠르’라고 불리는 이 대회에서 선우예권은 55년 역사상 한국인 최초로 1위를 기록했다. 그에게 콩쿠르 첫 우승은 아니었다. 무려 여덟 번째에 달한다. 10년 전 프라하 국제콩쿠르를 시작으로 재작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까지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4대 콩쿠르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꾸준히 노력해 나름의 성과도 얻었지만, 아쉽게도 그 빛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타이틀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마지막 콩쿠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이 무대에서 드디어 새로운 길이 열렸다. 준비 과정은 이전보다 더 혹독하고 치열했다. 그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평소 5~6배의 노력을 쏟아부었다. 연주에 더 몰입하기 위해 고독과의 싸움도 시작했다. “준비와 동시에 지인들은 물론 어머니와도 연락을 잠시 중단했다”고 했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그가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역량이 서서히 결집됐다. 선우예권은 다른 연주자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바심내지 않고 커티스음악원, 줄리아드음대, 뉴욕메네스음대, 하노버국립음대를 거치며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왔다. 덕분에 그의 음악 스펙트럼은 매우 넓은 편이다. 감각적이면서도 직설적인 라흐마니노프부터 서정적이면서도 짙은 감성의 슈베르트의 음악까지 다채롭게 섭렵하고 있다. 평소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영화 등도 즐기며 종합적인 예술 감각을 키워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진 : 선우예권

한층 더 성숙해졌을 그의 연주는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즐길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상주음악가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펼치는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피아노로 써내려 간 편지>의 마지막 공연에서다. 이 공연에는 김정원, 선우예권과 함께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무대에 오른다. 국내 실력파 연주자들이 총집결한 이 무대에서는 선우예권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라흐마니노프의 또 다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 Op.16-5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1번에 이어 <여섯 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를 연주, 풍성하고 다채로운 선율을 선사한다. 아렌스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1번과 2번도 펼쳐진다.
음악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지나 새로운 여정을 떠나게 된 선우예권. 더 환하고 밝은 빛을 내기 위해 내디딜 그의 걸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피아노로 써내려 간 편지` Ⅳ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피아노로 써내려 간 편지` Ⅳ

일정 : 2017.12.23 (토)

장소 : 세종체임버홀

시간 : 17시

티켓 : R석 5만원 / S석 4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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