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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연출가가 읽어주는 모차르트 오페라

서울시오페라단 <여자는 다 그래>

오페라 연출가가 읽어주는
모차르트 오페라

서울시오페라단 <여자는 다 그래>

글. 이경재(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오페라 연출가)

올 11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와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극작가 로렌초 다 폰테가 작업한
<여자는 다 그래>의 무대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얽힌 사랑 이야기를
모차르트의 아름답고 진지한 음악으로 한 올 한 올 풀어낸 무대를 미리 읽어보자.

©윤문성

1790년 1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모차르트의 스무 번째 오페라 작품 <코지 판 투테>가 초연되고 있었다.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피가로의 결혼>,<돈 조반니>와 같은 모차르트 작품의 대본을 썼던 당대의 유명한 대본가 로렌초다 폰테와 함께 작업한 세 번째 작품이었다. 전작이었던 <피가로의 결혼> 1막 중 하녀 수잔나가 자기 방에 남자아이 케루비노를 숨겨두고 있던 모습을 본 음악 교사가 “코지 판 투테 르 벨(Cosi fan tutte le belle, 예쁜 애들은 다 그렇지)!”이라고 말한 장면에서 다음 오페라인 <코지 판 투테>를 이끌어냈다. 이것만 보더라도 전작 이상으로 기대가 되는 오페라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당시 모차르트에게 관심이 많았던 빈의 황제 레오폴트 2세의 건강이 극도로 나빴던 시기에 공연되었고, 같은 해 2월 황제가 서거하면서 궁정의 슬픈 분위기 속에 단 5회만 상연되었다. 이후 세 번 더 공연되기는 했으나 결국 모차르트의 생애에는 그 공연이 마지막이 되었다.

ⓒ 윤문성

적은 공연 횟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관객들은 ‘여자는 다 그렇다’라는 작품의 주제에 관해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오페라는 두 시간 반이 넘는 공연 시간 동안 두 남녀 커플이 짝을 바꾸어 연애를 시도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여자친구들의 마음을 굳게 믿는 페란도와 굴리엘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들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 확신이 일의 발단이고 이유다. 결론은 ‘여자들은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남자들이 일을 벌였으니 남자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감정이나 상황에 이끌려 마음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마는 여자들이야말로 정말 그렇고 그런 존재라고 봐야 할지, 지금의 가치관으로도 헛갈리기만 한다. 모차르트와 다 폰테는 참으로 영리하게 이 부분을 관객의 몫으로 돌려놓고 있는 듯하다.
변장한 남자가 연인의 정절을 흔들 때, 그 장단에 인형처럼 춤을 추며 마음이 흔들리는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 자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애처로우면서도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한다. 변장한 남자들의 끊임없는 구애의 결과로 남자친구가 있는 이 두 여성은 결국 결혼을 승낙하고, 이후 돌아온 남자들에게 그 사실이 탄로가 나면서 낭패와 당황스러운 절망을 맞게 된다.

ⓒ 윤문성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비단 두 남녀 커플만이 아니다. 이 내기를 제안한 나이 많은 돈 알폰소와 두 자매의 하녀 데스피나의 역할이 크다. 경험과 지식의 상징인 돈 알폰소와 경제 원리와 실리를 추구하는 데스피나는 오페라 내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도록 두 커플을 유도한다. 세속적인 인물이 순수한 남녀간의 사랑을 물들이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가 살던 시대보다 오히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저속하고 부도덕한 작품으로 여겨지며 공연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1900년대 중반에 다다르면서 작품의 아름다움이 다시 조명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리스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남녀 이야기는 1700년대이건 2000년대이건 늘 있을 수 있고, 있어 왔던 일일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해볼 때 2017년 11월에 공연될 서울시오페라단의 <여자는 다 그래>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 현재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으로 그려질 것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스타일 숍이 배경이 되고, 그 배경 안에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는 데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을 투영하고 있다. 주제가 주는 선정성이나 인물의 심리적 전개가 현대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랑은 시대를 초월해 늘 진지한 소재고 이유다. 이들이 사랑이라는 주제를 어떤 사건들로 진지하게 풀어갈지 기대해보아도 좋다. 그 진지함이 오히려 관객에게 코믹한 모습으로 다가갈 것이다.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코지 판 투테)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코지 판 투테)

일정 : 2017.11.21 (화) ~ 2017.11.25 (토)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화~금 19시30분 / 토 15시, 19시

티켓 :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문의 : 02-399-17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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