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숲 속, 저녁 어스름 위에 스크린의 빛이 환히 스며드는 순간은 〈꿈의숲 시네마〉 만이 전하는 매력이다. 살랑거리는 초여름 밤의 바람, 숲에서 들려오는 나뭇잎 소리는 영화를 관람함에 있어 방해는커녕 오히려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는 요일별로 다른데, 금요일에는 로맨스 영화가, 토요일에는 다양한 예술 장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그리고 일요일은 가족 영화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다.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친구, 연인, 그리고 가족과 함께 모여 누워서 혹은 앉아서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하는 낭만적인 경험을 추천해본다.

금요일은 로맨스

대책 없이 용감했던 고딩 시절, 톱스타 유덕화의 마누라가 꿈인 평범한 소녀 린전신과 학교를 주름잡는 비범한 소년 쉬타이위의 첫사랑을 담은 《나의 소녀시대》(6.9)를 시작으로 《말할 수 없는 비밀》(6.16)과 《이터널 선샤인》(6.23)이 이어진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주걸륜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로, 예술학교로 전학 온 상륜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게 되고, 그곳에서 샤오위를 만나면서 애틋한 마음이 싹튼다. 하지만 상륜이 샤오위를 더 알고 싶어 할 때마다 그녀는 비밀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는데…. 《이터널 선샤인》은 미셜 공드리 감독의 작품으로 짐 캐리, 케이트 윈슬럿, 커스틴 던스트 등이 출연한다.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하지만, 기억이 사라질수록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 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는데…. 로맨스 영화로 금요일 밤을 달콤하게 물들여보자.

토요일은 예술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 빌리가 복싱을 배우러 가는 체육관에서 우연히 발레 수업을 따라하면서 재능을 발견하면서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빌리 엘리어트》(6.10)를 시작으로 《미드나잇 인 파리》(6.17), 《오페라의 유령》(6.24)이 상영된다.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는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이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인 애드리아나 등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과 조우하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내용을 담았다. 《오페라의 유령》은 가면 뒤에 흉측한 외모를 가리고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팬텀이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을 프리마돈나로 만들지만, 겁에 질린 크리스틴은 다정한 라울 백작의 품 안에서 위로를 받는데…. 유럽의 낭만적인 곳곳을 배경으로 발레, 문학, 오페라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소재로 한 영화가 토요일 밤을 기다리고 있다.

일요일은 가족

‘개를 훔친다→전단지를 발견한다→개를 데려다 준다→돈을 받는다→행복하게 끝.’ 엄마랑 동생과 함께 미니 봉고차에서 지내는 지소는 집을 구하기 위해 어중간한 부잣집, 어중간한 크기의 개 윌리를 훔치려는 깜찍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6.11)이 일요일의 첫 문을 열었다. 이어 《계춘할망》(6.18)과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6.25)이 준비되어 있다. 《계춘할망》은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해녀 계춘과 그 속을 알 수 없는 다 커버린 손녀 혜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손녀 생각만 가득한 계춘과 달리 혜지는 어딘가 수상하기만 한데…. 혜지가 12년 만에 할망을 찾아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올해 〈꿈의숲 시네마〉의 유일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초등학생 코이치가 강가에서 발견한 신기한 모양의 돌에서 환상의 동물 갓파가 깨어나고 가족들은 그에게 쿠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한 식구가 된 그들은 즐겁고 신나는 여름날을 보내지만, 쿠는 갓파 친구들과 함께했던 자연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코이치는 엄마를 설득해 쿠와 함께 대자연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데…. 일요일은 온 가족이 함께 북서울꿈의숲으로 나들이를 나와 영화 한 편 감상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