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늘 있었던 그들을 보는 새로운 시선

한국현대미술 시리즈Ⅱ<畵畵-반려·교감>

늘 있었던 그들을 보는 새로운 시선

한국현대미술 시리즈Ⅱ<畵畵-반려·교감>

writer 임연숙(세종문화회관 전시 디자인 팀장)

1인 가구의 세대가 도래하며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났다.
반려의 의미를 새롭게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작가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기록과 사회에 대한 기록, 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작업은 작가 자신에게로 가는 길이자 관람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일이다. 짝이 되는 동무란 뜻의 반려(伴侶). 물질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도로 삶이 힘든 이 시대에 ‘반려’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노석미_여자와 고양이

노석미_여자와 고양이

현재 이루어지는 미술을 동시대 사람들과 어떻게 공감하게 하고 교류할 수 있을까. 시각 이미지가 대중화되고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면서 작가와 관람객의 눈높이는 확연히 수평을 이룬다는 느낌이다. 더 많은 사람이 미술을 이해하고 작가들의 창의적 발상을 통해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자극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예술이 먼 곳에 있지 않고 작가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기록과 사회에 대한 기록, 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작업은 작가 자신에게로 가는 길이자 관람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을 일반 관객에게 좀 더 친숙하게 알리는 일에 주목했다. 2017년에는 <畵畵-반려·교감>이라는 제목으로 반려동물, 반려식물을 주제로 한 전시를 개최한다. 미술사에서 동물과 식물이 등장하는 예는 고고 미술에서부터 시작하나 이 주제가 주술적 의미, 기원의 의미, 상징의 의미가 아닌 인간과 함께하는 반려의 의미로 해석하게 되고 작가들의 작품에 인간과 공생하는 동물이나 식물이 아닌 함께 감정을 나누고 위로하는 ‘반려’의 의미로 등장하는 것은 최근 들어 더 눈에 띈다.

곽수연_讀書尙友(독서상우)

곽수연_讀書尙友(독서상우)

전통 회화에서 오랫동안 다루어 왔던 영모화(翎毛畵)의 ‘영모(翎毛)’는 본래 새의 깃털을 의미하던 것이었는데, 후에 동물의 털로 풀이해 동물을 그린 그림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동물의 형상이 이미지로 남아 있는 선사시대 동굴벽화, 삼국 시대 유물에 남아 있는 동물 형상은 순수한 감상용이라기보다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려 시대 이후 공민왕 전칭 작(작가가 확실하지 않은 작품) ‘이양도(二羊圖)’에 이르러 감상용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중기 종실 화가이면서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따뜻하게 표현한 화가 이암, 고양이를 많이 그려 ‘변 고양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조선 후기 변상벽, 흑구도(黑狗圖)를 남긴 김두량 등의 그림에서 개나 고양이가 기복이나 주술의 의미가 아닌 생활 속에서 사람과 함께 키워진 반려동물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다. 동양화에서 많이 인용되는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에 따르면 ‘견마가 가장 그리기 어렵고, 귀신은 그리기 쉽다. 이는 견마는 사람이 알고 있어 닮게 그리기 어렵기 때문이며, 귀신은 일정한 모습이 없고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동양화에서 산수나 인물화에 대한 관심에 비해 영모화의 관심도 덜하였지만, 개나 말과 같은 동물 그림의 표현이 그만큼 어려웠고 감상보다는 생존, 주술적 의미와 상징성이 강했다. 이집트에서 사람들은 고양이는 모성애와 다산의 상징이었고, 개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을 인도했다고 믿었다. 서양미술에서도 19세기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 이후 그림 속에 사람들과 교감하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백지혜_나 어디있게

백지혜_나 어디있게

2016년 7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먹이를 주고 인간을 지켜주는 공생동물의 관계에서 감정을 나누는 친구이며 가족과도 같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물질적 피로도도 그렇지만 정신적 피로도와 삶이 힘든 이 시대에 ‘반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반려의 대상은 무척 다양하다. <영모도>에서 시작한 전시의 키워드는 반려동물, 식물, 애장품, 소장품, 앞으로 반려 가족이 될 인공지능의 그 무엇까지…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다. 사람과 교감하는 그 무엇이고, 그 교감은 또 다른 공감과 교감의 시간을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한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백여 명의 작가들을 찾았고, 150여 점의 작품을 리스트화했다. 다섯 명의 자문위원과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작가의 동물 사랑, 식물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최근 유력 정치인들이 어린아이 대신 개, 고양이를 안고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어린아이나 노인과 찍은 사진은 인위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개나 고양이와 교감하는 사진은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좀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사람과의 교감은 어려워도 동물을 통해서는 좀 쉬울까. 미술이 어렵더라도 이번 전시의 주제인 ‘반려’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방문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현대미술 시리즈Ⅱ 화화-반려·교감 (畵畵-伴侶.交感)

한국현대미술 시리즈Ⅱ 화화-반려·교감 (畵畵-伴侶.交感)

기간 : 2017.05.16 (화) ~ 2017.07.09 (일)

장소 : 세종 미술관1관, 세종 미술관2관

시간 : 10시 30분 ~ 20시

티켓 : 성인 9천원, 어린이 및 청소년 4천원

문의 : 02-399-1000

예매하러가기
예매하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