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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석담과 소리꾼 고죽의 예술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금시조>

바리톤 석담과 소리꾼 고죽의 예술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금시조>

writer 정우정(음악평론가)

올해 3년째를 맞이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금시조>.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초연 때부터 출연해온 바리톤 장철과 새롭게 참여하는 신세대 소리꾼 안이호가 호흡을 맞춘다.
‘도’를 중요히 여기는 ‘석담’과 ‘예’를 중시하는 ‘고죽’, 두 인물을 성악가와 소리꾼이 어떻게 펼쳐낼지 기대된다.

2014년 겨울,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음악극 <금시조>를 만든 후 매년 무대에 올려왔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창단 51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 <금시조>의 원작은 이문열의 단편소설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적어도 한 작품 정도는 ‘자신의 예술관’을 찾아가려는 시도를 한다고 한다. <금시조>는 소설가 이문열이 1981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두 서화가를 주인공으로 해 예술의 본질,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관을 투영하고자 했던 소설이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금시조>의 주인공 석담과 고죽 역은 바리톤 장철과 소리꾼 안이호가 맡았다.

석담, 바리톤 장철

장철

세 번째 석담 역을 맡는다. 감회가 어떤가.

처음 석담 역의 출연 제의를 받고 무척 반가웠다. 석담은 대쪽 같은 신념을 굽히지 않는 꼿꼿한 예술가이자, 스승으로서는 자칫 세상에 휩쓸릴 수도 있는 제자를 가르치고, 혼내고, 용서하면서 끝까지 품는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이런 면이 내가 지향하는 스승의 이상향과 무척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석담을 어떤 인물로 해석하고 있나.

예술을 위해 세상의 기쁨을 버린 야인이다. 스스로 외로운 사람이다. 겉으로 엄격하지만, 속으로는 제자의 글씨를 자신의 관까지 가져갈 만큼 제자를 향한 깊은 사랑을 가진 참스승. 이 시대에는 보기 힘든 예술가다.

“글을 씀에 그 기상은 금시조가 푸른 바다를 쪼개고 용을 잡아 올리듯 하고, 그 투철함은 향상이 바닥으로부터 냇물을 가르고 내를 건너듯 하라.” 석담이 고죽에게 전하는 기교다. 극 중 고죽을 향한 석담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스승으로서 석담의 면모는 석담과 고죽이 다투는 장면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서로 자신의 예술관을 고집하다가 스승 석담은 고죽을 내쫓게 되는데, 소설 속에서 석담은 벼루를 집어던져서 고죽 이마에 흉을 남긴다. 과격하지만, 스승의 마음을 극대화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예술관의 문제로 제자와 등을 진 경험도 있어 더욱 이해가 간다.

오페라에서 익숙한 기교도 국악관현악이라는 제한된, 혹은 넘어선 표현으로 바리톤에게 두세 배의 역할이 요구될 것 같다. 어떤가.

대부분의 성악가들이 이 작업을 염려하지만, 음악 자체를 잘 이해하면 목소리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특히 국악과 서양 음악의 접목을 시도하는 신동일 작곡가의 음악이 나에게 주는 의미도 크다. 우리 노래를 만들고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이런 작업을 통해 더 강렬하게 생겨난다.

고죽, 소리꾼 안이호

고죽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부럽지만 닮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다. 재능이 뛰어난 것에 비해 자아가 너무 심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안쓰럽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심약한 자아에 대한 내면에서부터의 반발이 매향을 비롯한 주변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으로 발현되는 것을 보면서, 이 인물에 대한 (정체불명의 호감 같은) 애정까지는 가지 않더라. 천천히 더 시간을 가지고 고죽을 만나다 보면 그의 인생에서 연민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장철

원작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 없다. 이문열의 <금시조>는 예술가 내면의 변화를 스승과 제자의 구도로 설정하고, ‘예술적 도덕성’ 혹은 ‘존엄성’을 환치시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죽의 입장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고죽에게 예술은 확고하다. 철저한 ‘자기만족’이다. 텅 빈 자아를 채우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석담의 제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석담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도 결국 자기만족을 얻기 위함이었다고 본다. 모두의 만류를 뒤로하고 극단적인 자해를 가하며 결국 금시조를 보지 않았나?

본인이 석담이라면, 고죽에게 어떤 충고를 해줄 것 같나.

어차피 고죽은 누군가의 ‘충고’ 따위를 들을 인물이 아니다. 그냥 같이 앉아 밥이나 먹겠다.

그래도 인간이라면, 변하지 않을까.

그에게는 예술은 물화도 심화도 서권기와 문자향도 아니었다. 예술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주장은 결국 ‘날 인정하라’라는 외침과도 같다.

중요하게 보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인가.

고죽이 극 중 매향의 치마에 석담의 매화를 그려주는 장면이다. 그때 비로소 그는 스스로를 마주한다. 자기가 얼마나 텅 빈 존재인지 알게 된다. 그 후로 그림도 그리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적어도 내가 본 고죽은 그 순간 방황을 멈추고 드디어 목적지가 있는 길을 간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제331회 금시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제331회 금시조

일정 : 2016.12.27 (화)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19시30분 (공연시간 : 100 분)

티켓 :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문의 : 02-399-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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