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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넓은 만남

영국과 한국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는 방법

깊고 넓은 만남

영국과 한국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는 방법

writer 한정호(음악 칼럼니스트)

셰익스피어 종주국임을 자신하는 영국은 이번 해 다채로운 방식으로 대문호의 사후 400주기를 기리고 있다.
한국 셰익스피어 열기의 중심지는 바로, 세종문화회관이다!

2016년, 런던 시내를 걷다 보면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서거 400주기를 기념하는 영국의 모습과 계속 만나게 된다. 지난 9월 시내 중심,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유명 백화점 셀프리지스는 도로를 마주하는 1층 윈도를 셰익스피어 희곡의 에피소드를 형상화한 ‘리패션드 시어터(ReFASHIONed Theatre)’로 꾸몄고, LG전자가 모니터 디스플레이를 맡았다. 템스 강 남쪽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지난해부터 건물 인근에 있는 글로브 극장과 연계해 셰익스피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글로브 극장은 여러 셰익스피어 작품을 초연한 곳으로, 원형 형태의 목조 스타일 극장 구조가 주는 고풍스러운 느낌으로 평소에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문화유산을 이용한 관광 진흥에 있어서 글로벌 리더인 영국은 20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과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기린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대문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셰익스피어 종주국임을 자신하는 영국의 의욕은 이번 해를 시작하는 총리의 담화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당시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세계 주요국 정론지에 보낸 신년 특별 기고에서 “셰익스피어가 남긴 작품과 유산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면서,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중국 투어와 글로브 극장의 덴마크·이라크 공연을 발표했다.

런던 글로브 극장의 내부 및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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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글로브 극장의 내부 및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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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킹스 컬리지가 조직한 ‘셰익스피어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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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② 런던 글로브 극장의 내부 및 전경 / ③ 런던 킹스 컬리지가 조직한 ‘셰익스피어 400’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연초 실시한 셰익스피어 호감도에 대한 설문 결과는 놀라웠다. 인도(89%)를 시작으로 멕시코·브라질·터키·남아공·한국(66%)에 이르기까지, 언어권에 상관없이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는 비율이 영국인 응답자(59%)보다 높았다. 지난 4월 방영(訪英)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위해 글로브 극장이 특별 공연을 연 것도 주목을 끌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시즌에 한 차례 셰익스피어 공연 붐이 일어났지만, 각 조직들의 공연 순도는 일정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대문호의 가치를 문학과 연극의 영역을 초월해 음악, 오페라, 무용 분야에서의 융·복합 작품 제작으로 이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영국예술위원회(ACE)는 셰익스피어 기념행사를 엄선해서 지원하는 특별 조직을 구성했다. 로열 오페라와 발레,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바비컨센터 등 영국 내 24개 주요 공연 단체와 예술 조직들이 런던 킹스 컬리지가 조직한 ‘셰익스피어 400’에 가입했다.
셰익스피어 연극의 본산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는 작가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의 메인 극장에 인기작을 공연하는 것과 동시에 <햄릿>의 주역을 흑인 배우, 파파 에시에두(Paapa Essiedu)에 맡겨 화제를 모았다. 에시에두는 영국 시어터상(UK Theatre Awards)을 수상했고, 과거의 걸작이 현대와 공존하는 느낌을 전달했다. 주디 덴치, 헬렌 미렌,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출연작도 BBC에 방영됐고, 내셔널 시어터는 공연 이외에 다양한 플랫폼과 멀티미디어로 셰익스피어 붐 확산의 첨병 역할을 수행했다.
52년의 생애 동안 4대 비극(햄릿·오셀로·리어 왕·맥베드)과 40여 편의 희곡·시가들은 연극을 넘어 발레·음악의 주요 소재였다. 프레더릭 애슈턴 안무의 로열 발레 <한여름 밤의 꿈>과 글라인드본 오페라에 오른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베를리오즈), <한여름 밤의 꿈>(브리튼)이 주요 ‘셰익스피어 400’ 작품이었다. 클래식 음악에선 런던 소재 악단과 오페라단이 문학의 음악적 표현에 능한 지휘자를 기용했고, BBC 프롬스 역시 셰익스피어를 주요 주제로 설정했다.

셰익스피어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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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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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⑤ 극장·런던 필하모닉 등 영국 내 주요 공연 단체가 ‘셰익스피어 400’에 가입했다.

한국에서도 특별한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기

한국에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행사를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곳은 주한영국문화원이다. 영국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Tiger Lillies)와 덴마크 리퍼블리크 시어터의 음악극 <햄릿>, 영국 안무가 제임스 커즌스가 희극 <뜻대로 하세요>를 재해석한 <로잘린드>가 ‘셰익스피어 코리아’의 10월 라인업이었다. 노장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의 출연으로 눈길을 끈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케니스 맥밀런 안무)과 연극 열전이 8월부터 충무아트센터에 올린 <햄릿 더 플레이> (김동연 연출)도 마찬가지다.

① 서울시극단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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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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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연극열전 <햄릿 더 플레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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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서울시극단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 / ②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 ③ 연극열전 <햄릿 더 플레이>

한국의 공연 공간 가운데 셰익스피어 열기의 중심지는 세종문화회관이다. 지난 3월 김광보 연출의 서울시극단 고전극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가 국내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 기념 공연의 신호탄이었다. 서울시극단은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김은성이 재창작한 <햄릿>을 김광보 연출로 구현한 <함익>을 상연했다. 재벌 2세로 캐릭터를 전환하여 예술적 성취와 대중적 흥미를 모두 고려한 설계는 고전의 위력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10월 말에는 발레STP협동조합의 <셰익스피어 인 발레-스페셜 갈라>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했다. 11월에도 셰익스피어 붐은 세종문화회관이 주도한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제임스 전이 안무한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이고, 발레STP협동조합은 서미숙이 안무한 <크레이지 햄릿>을 세종문화회관에 올린다. 과거 제임스 전은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인공을 소녀 가장으로 바꿔 동생의 심장병 치료비를 성탄 선물로 받는 설정으로 원작의 시공을 바꾸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이 어떻게 한국적 현실과 닿아 있는지 꾸준하게 전복적 시선을 유지한 안무가의 적극적 해석이 기대된다. 이건용 감독 체재 아래 도전적인 신작을 제작해 온 서울시오페라단은 베르디 <맥베드>로 셰익스피어 기념해를 마감한다. <맥베드>는 1997년 서울시오페라단이 처음 올렸고, 2008년 국립 오페라단 공연 이후 좀처럼 전막으로 보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스타급 영화감독이나 연극 연출가의 오페라 연출이 보편적인 해외처럼, 근래 다양한 극예술 장르에서 맹활약한 고선웅이 오페라 연출 감각을 새롭게 선보인다. 하노버 오페라에서 지휘한 구자범은 국립오페라단 <투란도트>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콘체르탄테로 이미 성악 지휘 능력을 국내 관객과 공유했다. 2010년 중반 들어 독일 뤼벡과 뉘른베르크 오페라에서 베르디·바그너를 꾸준히 성공시키는 바리톤 양준모와 하노버와 슈투트가르트에서 활동해온 바리톤 김태현이 맥베드 역으로 캐스팅된 것이 돋보인다.

타이거 릴리스와 리퍼블리크 시어터 <햄릿>“><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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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햄릿>“><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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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타이거 릴리스와 리퍼블리크 시어터 <햄릿> / ⑤ ⑥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햄릿>

오페라 `맥베드`

오페라 `맥베드`

기간 : 2016.11.24 (목) ~ 2016.11.27 (일)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평일 19시 30분 / 토,일 17시

티켓 : VIP석 12만원, R석 8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문의 : 02-399-17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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