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175

나는 책방 주인입니다

나는 책방 주인입니다

writer 요조(가수이자 <책방무사>의 주인장)

책방 주인이 된 뮤지션 요조. 그녀는 요즘, 7평짜리 작은 책방으로 출근한다.
사람들은 궁금할 것이다. 가수인 요조가 책방 주인이 된 이유를.
그녀는 <VACANCE>, <되찾은 시간> 두 권의 책으로 그 대답을 대신했다.

  • 다들 책을 잘 사지 않고 사더라도 인터넷으로 사는 시대에 굳이 책방을 연 이유가 무엇입니까? 장사가 됩니까? 한 달 매출이 얼마나 됩니까? 이 책방은 월세입니까? 월세가 얼마입니까? 나도 책방 하는 게 꿈인데 어떻게 준비하면 됩니까?

    책방을 오픈한 지 이제 반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 사이에 위의 질문들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은 거의 책방에 처음 온 사람들이, 다짜고짜 물어볼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야 하는 고백이지만 초반에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아는 사이에서도 조심스러울 수 있는 질문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물어오는 것이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조금 너그러워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저조차도 다른 책방의 사정이 늘 궁금하기 때문이지요. 하루에 책을 몇 권 팔지 못한 날이면 다른 책방들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우연히 다른 책방에 놀러가 그 공간을 둘러보면서 이곳 주인장은 어쩌다가 책방 주인이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을까 짐작해보게 되고. 그래서 사실은 저도 묻고 싶거든요.

    왜 책방을 하시는 거예요? 오늘 책 많이 파셨어요? 이번 달 저처럼 적자이신가요? 월세 올려달라고 집주인이 다그치지는 않나요?

    다만 행여 듣는 사람이 불쾌할까 봐 참고 있을 뿐 저 역시 그런 궁금함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마치 알기라도 하듯이 책방 주인으로 사는 삶에 대하여 진솔하게 알려주는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해방촌에 위치한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이라는 책방의 주인이 지은 <VACANCE>, 그리고 금호동 ‘프루스트의 서재’라는 책방의 주인 책 <되찾은 시간>입니다.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지라 별 수 없이 이해가 되는 책방 주인의 삶이지만 그 속에 저와 다른 또 다른 이야기와 세계가 있어, 저에게는 아주 긴밀한 위로와 힘이 되는 두 권이었습니다. 더불어 요즘 저에게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던 그 질문들을 하시는 손님들에게 조용히 추천드리는 책이기도 하답니다.


  • 책 : VACANCE

    강영규 지음 /

    STORAGE BOOK&FILM / 1만원

  •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프루스트의 서재 / 1만원

  • 책 : VACANCE

    강영규 지음 /

    STORAGE BOOK&FILM / 1만원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출근한 회사는 매일 저녁 9시에나 일이 마무리되었고, 그 뒤로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든, 고기를 먹든, 아무튼 무언가를 먹는 그런 일상을 보냈다. 그저 하루를 버텨내는 것만 있던, 생각 없이 보내는 무의미한 하루하루가 지속되었다. (…) 결국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 마지막 사표를 제출했다. 명함에 박혀 있는 내 이름이 진짜 이름이 아니라는 것, 회사와 나라는 개체를 동일시하지 않는 것,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도 내 삶을 더욱 내 시간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 <VACANCE>, 회사

  •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프루스트의 서재 / 1만원

    “책방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책이 엄청나게 팔려서 침을 묻혀가며 돈을 세거나, 유명 작가와 강사들이 나의 서점에 들러 강연을 하는 것,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책방을 앞다투어 소개하는 것도 아닌, 누군가가 허물없이 나의 책방을 찾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것은 오늘 오후에 일어났다. 책을 선별하느라 정신이 없던 중에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책방을 열면서 잊지 않고 가끔씩 찾아오는 이웃의 모녀가 있는데 그 초등학생 딸이 들어온 것이다. 왜 혼자 들어왔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며 문 밖을 보는데 엄마는 들어오지 않고 딸을 보고 있었다. 꼬마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부끄러워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한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그제야 나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고, 활짝 웃으며 꼬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러 아이스크림을 전해준 것뿐이지만 그것은 나에게 책방을 하면서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기쁨이었다.”
    - <되찾은 시간>, 이웃의 아이스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