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에 ‘작곡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변화의 흐름을 세종문화회관이 주도하고,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이 만들어가고 있다. <2020 첫선음악회,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II>와 <2020 새로고침>은 ‘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늘의 위상’을 설정하며 ‘내일의 전망’을 가능하게 해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국음악사의 새로운 출발, <첫선음악회>
2020년 10월 30일은 한국음악사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첫선음악회>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새롭게 내세운 브랜드 공연이다. 작년에는 전곡을 위촉했던 것과 달리, 2020년에는 ‘공모’ 방식을 택했다. 올해 <첫선음악회>가 한국음악사에 있어 ‘역사의 변곡점’이 돼주길 기대한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만난 다섯 명의 작곡가가 앞으로 한국음악을 새롭게 개척해 나갈 것이다.
엄중한 심사를 거쳐 선택된 5명은 누굴까? 20대의 김관우, 손성국, 30대의 송정과 홍민웅, 40대의 장석진이다. 이 다섯 작곡가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공연예술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이때, 젊은 작곡가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 작품이 세종문화회관에서 발표되길 희망하면서 진지하게 악보를 채워갔을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장석진, 홍민웅, 송정, 손성국, 김관우. 다섯 명의 작곡가를 떠올리니 오늘날 국악 창작이 존재하게 한 예전의 다섯 명의 작곡가가 떠오른다.
작곡가 김관우
작곡가 송정
작곡가 손성국
<첫선음악회>를 통해 시대를 잇는 다섯 작곡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발히 활동한 다섯 명의 작곡가는 누구인가? 그때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과 만난 작곡가는 누구인가? 그 시절, 한국음악사의 변곡점을 만들어낸 작곡가는 바로 이강덕, 김희조, 황병기, 이성천, 이상규다. 김희조와 이상규는 이 악단을 직접 지휘했다. 이강덕은 오랜 기간 악장으로 재직했다. 지난 20세기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한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곡의 작곡가는 단연 이강덕이다.
이번 <첫선음악회>에 등장한 5인의 작곡가 중에서도 지난 세기의 이강덕처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가장 많이 만날 작곡가는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아직 초연되지 않은 작품을 미리 얘기하다 보면 실수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나는 오히려 이 기사를 통해 지난 세기 활약한 5인의 작곡가를 얘기하려 한다. 이를 통해 ‘지금의 다섯 명 작곡가에게는 또 다른 어떤 잣대를 댈 수 있을지’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주를 들으며 매우 진지하고 깊게 생각해보려 한다.
작곡가 홍민웅
작곡가 장석진
이강덕은 호모 로맨티쿠스(Homo Romanticus)로, 국악관현악 속에 ‘낭만과 환상’이 가득하다. 김희조는 호모 휴리스틱쿠스(Homo Heuristicus), ‘단순과 직관’으로 작품을 양산해왔다. 황병기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호모 에스테티쿠스(homo Aestheticus)로서 가야금을 중심으로 한국음악의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냈다. 이성천과 이상규는 각각 호모 쿵푸스(Homo Kungfus)와 호모 파베르(Homo Faber)다. 이성천은 스코어 안에 인문학적 깊이를 담고자 했다. 이상규는 국악기라는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했다. 벌써부터 김관우, 손성국 송정, 장석진, 홍민웅은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 궁금해진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한국음악사의 새 출발을 선사할 작곡가들을 찾았다.
온전히 20대에 의한 <2020 새로고침>
이보다 앞서 연주하는 <2020 새로고침>은 ‘20대의,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연주회라고 한다. 20대 청년 작곡가의 새로운 작품을 20대 연주자로 구성된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이 연주한다는 콘셉트다. 역시 공모를 통해 만 30세 미만 국악 작곡가 및 지휘자를 선발했다. 신지용, 전수진은 여성 작곡가로 더욱 주목하고 싶다. 한국음악 창작에서 여성 작곡가 계보를 올곧게 이어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낼 것 같은 예감이다.
최지운은 20대 작곡가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작품평을 쓴 젊은 작곡가다. 아니, 20대라는 나이를 떠나 가장 관심갖게 하는 작곡가 중 우선 순위에 있다. 누구보다도 전통음악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매우 진지하고 세련되게 작품으로 구현해낸다. 또 다른 장점은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어느 하나의 틀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곡가 최지운은 ‘전통음악의 세련된 번역가’다. 전통음악이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전통음악의 정수를 느끼게 하면서도, 이 시대의 진지하고 지적인 청중들에게 전통음악의 깊이와 넓이를 체험하게 해주는 특장이 매우 돋보인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은 <2020 새로 고침>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대안을 보여줄 것이다.
<새로 고침>에선 무엇보다 안준용과 최동호라는 젊은 지휘자에 눈길이 간다. 그들은 대한민국 지휘계에서 ‘제2의 이상규’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앞선 지휘자를 뛰어넘고, 한국음악의 신세기를 열어줄 수 있다. 두 사람이 한국음악의 성장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라이벌’이 되길 응원한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그들의 치열함이 한국음악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거문고의 양대 산맥을 이룬 신쾌동과 한갑득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안준용과 중앙대학교 출신 최동호, 두 사람이 앞으로 그렇게 해주길 희망한다. <새로 고침>은 그 제목처럼, 한국음악의 여러 공연 중에서 가장 ‘재밌게 진지하고’, ‘아름답게 발칙한’ 연주로 기록될 것 같다.
공모 당선 지휘자 안준용
공모 당선 지휘자 최동호
공모 당선 작곡가 최지운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은 2005년 창단 이래,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편성을 달리하거나, 지휘자가 없이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젊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감성이 톡톡 튀게 살아있었다. 앞으로 이런 시도는 계속 이어져 나가야 한다. <꿈꾸는 세종>은 창작국악극 대상을 받은 수작으로, 2015년 다시 보고 싶은 공연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은 박호성 단장을 중심으로 또 다르고 더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린 모두 조금씩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0월 28일과 30일, 적어도 이틀만큼은 ‘숨통이 확 트일’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30년 후 한국음악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뜻깊은 자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당신도 이미 선택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