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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으로 가는 길

서울시무용단의 전통춤 시리즈 〈동무동락(同舞同樂)〉을 새롭게 만들 지원군이 도착했다. 김현보 음악감독이다.

서울시무용단의 〈동무동락(同舞同樂) 시즌3 웨딩보감〉은 ‘전통춤의 현대적인 해석’을 위해 특별한 선택을 했다. 밴드 ‘두 번째 달’의 리더이자 다양한 광고, 드라마, 영화음악을 만들어온 김현보 음악감독에게 음악을 맡긴 것이다. 전통춤에 새로운 감성을 이식해 줄 김현보 감독을 만났다.

Q. 드라마, 영화, 광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왔다. 무용극은 처음인가?

작은 무용극은 계속 해왔지만 세종문화회관처럼 큰 단체에서 하는 작품은 처음이다. 이번 작품에 극작으로 참여한 경민선 작가님의 소개로 이번 작품을 하게 됐다. 광고음악 하는 사람이 전통 무용 시장을 교란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님이 새로운 색깔의 음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과감한 시도를 원했기에 이 작품을 같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Q. 월드뮤직 뮤지션으로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 <팔도유람>, <모던 민요> 등을 선보인 적이 있다. 다른 장르를 작업할 때와 전통음악을 작업할 때 어떻게 다른가?

국악이나 전통춤을 처음 접했을 때는 굉장히 평면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알아가면서 장단에 맞는 춤사위나 각 동작의 쓰임새나 위치, 장단과 어울림이 보이고 입체적인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더라. 다른 나라 민속 음악은 내가 외국인으로 그 문화에 관심을 가져 알게 된 만큼 얕게 보여줘도 기특하겠지만, 전통음악은 그렇지 않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국악을 대할 때는 정확한 태도와 소신을 가지고 작업해야 한다.

서울시무용단의 전통춤 시리즈 을 새롭게 만들 지원군이 도착했다. 김현보 음악감독이다.

이번 작품에서 굿 풀이는 이 시대 결혼에 담긴 여러 갈등을 풀어간다.

Q. <동무동락> 전작들이 우리 전통춤의 원형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시즌3 ‘웨딩보감’은 전통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해서 표현한다. 서울시무용단이 요구한 것은 무엇이었나?

젊고 현대적인 색채감. 악기 구성은 전통을 벗어나지 않고 국악기를 사용하되,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의 신나고 버라이어티한 느낌을 원했다. 그래서 전통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부분과 현대적인 느낌으로 신나게 달리는 부분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정혜진 단장님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 이번 작품은 작업하는 게 편했다.

Q.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조화시키는 게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닐 것 같다. 어떻게 풀어가려고 했나?

핵심으로 전통 장단을 사용했고, 수단으로 서양적인 음악을 사용했다. 전통 무용극에는 딜레마가 있다. 전통을 그대로 보여줬을 때는 사람들이 낯설어서 잘 안 본다는 거다. 대중들이 아직은 전통음악으로 갈등이나 미묘한 감정을 알아채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전통음악 위에 익숙한 서양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거다. 서양적인 요소가 무대화가 더 일찍 됐기 때문에 표현은 더 다양할 수 있다. 즐거움 중에서도 웃긴 즐거움, 젊은 스타일의 즐거움, 중년의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을 전통음악만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타령 장단에 탱고 스타일을 가미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조합해서 표현했다. 극의 절정 부분에서 가장 전통적인 춤과 국악이 그대로 보여진다. 그 장면이 가장 빛날 수 있도록 ‘떡밥’을 던지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의 전통춤 시리즈 을 새롭게 만들 지원군이 도착했다. 김현보 음악감독이다.

결혼의 입체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김현보 감독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조합했다.

Q. 악기는 어떻게 사용했나?

화성을 표현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관현악기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악기는 전통악기인 삼현육각(三絃六角)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현대적인 감각이 가미되지만, 국악기가 연주하기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다. 전통 베이스의 태평무 등 전통춤을 해석하는 작업을 해오면서 다양한 소스를 채집해놓고 있었기에 이번에 크게 보여줄 수 있었다. 예전의 시행착오 덕분에 이번에는 더 쉽게 풀 수 있었다. 25현 가야금이 서양 화성을 연주해야 한다면 예전에는 ‘피아노가 하는 게 나은데?’하고 피아노를 썼겠지만 이번에는 전통악기를 사용하게 되니 국악기의 가능성을 확장해보는 기회가 됐다.

Q. ‘웨딩보감’은 현시대 ‘결혼’으로 인한 고민과 갈등이 담긴 작품이다. 이런 동시대적 고민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보통 결혼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결혼해서 오래오래 잘 살자고 단순하게 표현되지 않나. 하지만 현시대의 결혼을 표현하려면 입체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사람을 떠나보낼 순 없지만 미운,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공존한다. 그래서 강강술래나 굿 풀이를 다른 상징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굿 풀이가 액운을 푼다는 상징적인 행위를 넘어, 결혼 속의 여러 가지 갈등을 풀어가는 거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사는 결혼뿐만 아니라, 현 세태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같이 고민하는 극이 아닐까 한다.

서울시무용단의 전통춤 시리즈 을 새롭게 만들 지원군이 도착했다. 김현보 음악감독이다.

김현보 음악감독은 가장 잘 만든 음악은 극과 잘 어울려 들리지 않는 곡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번 작품에서 음악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자연스럽게 극에 빠져서 보게 되는 공연이라면 어떤 음악이 사용됐는지 인식하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극에 묻어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음악감독으로서 첫 번째 과제다. 극과 잘 어울려서 음악이 안 들려야 잘 만든 곡이다. 서울시무용단원들의 움직임과 내 음악이 하나가 돼서 관객들이 음악이 안 들릴 정도로 작품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_신은정(<문화공간175> 편집팀)
사진_이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