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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대극장의 비밀을 아시나요?

코로나19 사태로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뜸해진 문화예술 팬을 위해 세종 대극장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출발!

광화문광장을 지날 때마다 시선을 뺏는 세종문화회관은 웅장하면서 우아한 느낌을 주는 건축물이다. 건축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엄덕문은 한옥이나 고궁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을 세종문화회관에 가져왔다. 건물 외벽의 만(卍)자무늬, 격자무늬, 창살 장식, 지붕을 받치는 팔각 기둥과 처마 등이 바로 그런 의도에서 비롯된 건축 어휘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로비_백남준을 만나다

광화문광장 바로 앞 입구를 통해 세종 대극장 로비에 들어서면 2개의 비디오 설치작품을 만나게 된다. 왼쪽은 동양 전통 현악기 ‘월금’, 오른쪽은 서양 악기인 ‘첼로’를 형상화한 것이다. 바로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의 작품 ‘호랑이는 살아있다’다.
백남준 작가는 북한에서 제작된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다른 맹수와의 대결에서 모조리 승리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고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백남준 작가는 자신을 ‘서구에 떨어진 호랑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호랑이는 살아있다’가 한반도의 기상을 표현하면서 ‘백남준은 살아있다’는 중의적인 의미까지 갖는 이유다. 밀레니엄 시대의 시작을 알리며 세계 87개국에 생방송된 영상을 재생하는 이 2개의 설치작품은 2001년 6월 30일, 이곳 대극장에 처음 자리 잡았다. 앞으로는 세종 대극장 로비에서 한국인의 기상을 동서양 화합의 형태로 구현하고, 한반도를 누빈 호랑이의 기상으로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이 작품을 천천히 감상해보시길.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2층 난간_뜻밖의 수호신 발견

시선을 옮겨 로비에서 2층 난간을 올려다보면 보라색 배경 위에 수 놓인 박쥐 문양을 발견하게 된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찾기가 어려워 처음 보는 전시품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서양에서는 박쥐가 마녀나 악마를 상징하지만 동양에서는 다산과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가 있다. 시민회관이 개관 10년 만인 1972년에 화재로 전소되고 1978년에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으로 재건립하면서 다시 발생할지 모를 화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박쥐를 새겨 넣은 것이다. 크기는 작아도 세종문화회관을 지키는 든든한 녀석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객석_최대 규모, 최고 서비스

대극장 내부로 들어와 금방이라도 배우들이 등장할 것 같은 무대에 서본다. 무대에서 바라보는 객석의 느낌은 색다르다. 건립 당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극장답게 1,2,3층에 걸쳐 3,022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다. 1,2층 객석 의자와 3층 벽면에는 공연 자막과 설명을 보여주는 LCD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세종 대극장에 유일하게 마련된 관객 서비스다. 
무대 중앙에는 지름 17m의 회전 무대와 7m 깊이의 승강 무대가 자리한다. 이렇게 큰 장치와 규모를 가진 무대는 드물다. 세종문화회관의 기획 공연에서 유난히 멋진 장면이 많이 연출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출자들이 다양한 무대 효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 대극장에는 안전관리책임자가 상주해 무대의 안전까지 지킨다. 하부 무대에 위치한 오케스트라 피트에는 70인조에서 100인조에 이르는 오케스트라까지 들어갈 수 있다. 배우들을 위한 분장실도 지하까지 통틀어 16개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백스테이지_또 하나의 무대

무대에서 뒤로 돌면 백스테이지가 있다. 일반 관객이 들어갈 일이 없는 백스테이지에서는 다양한 무대 연출이 이뤄진다. 무용 공연에서는 뛰어 올라가는 장면의 경사로를 만들기도 하고, 멀리 떠나며 사라지는 이를 연출하는 장면에 사용되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파이프오르간_세종 대극장 역사를 증언하는 악기의 왕

이제 객석에서 무대 우측을 바라보면 벽면에 설치된 거문고 모양의 커다란 파이프오르간을 만나게 된다. 파이프오르간은 다른 모든 악기와는 규모에서부터 너무 차이가 나는 ‘악기의 왕’ 같은 존재다. 1978년 독일의 유명 파이프오르간 제작사인 ‘칼 슈케’에서 제작해 대극장 건립과 동시에 설치했다. 당시 동양 최대 규모로 제작되어 파이프 개수가 8,098본에 이르고 4천 명의 설치 인원이 동원됐다. 제작비는 약 6억 원이 투입됐는데 이는 현재 가치로 약 45억 원에 달한다. 파이프오르간 위쪽에는 한옥 지붕의 곡선미를 살린 스페인식 트럼펫 파이프가 설치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범종 32개를 설치해 한국적인 음색도 낸다. 파이프오르간은 지어진 곳에 계속 존재하면서 그 장소와 그 나라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게 된다. 세종 대극장의 파이프오르간은 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작년부터 보수 준비에 돌입했다. 다시 한번 웅장한 연주를 들을 날을 기약하며 극장을 빠져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계단_단색화가 왜 여기서 나와?

세종 대극장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 벽에 걸린 명화를 마주하게 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선물들이다. 세종 대극장 계단에서는 1970년대 한국의 단색조 추상 회화를 일컫는 ‘단색화(單色畫)’ 대표 작가들의 전성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힙겹게 계단을 오르다 가도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들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자료실_세종의 역사를 담은 보물창고

3층 자료실에는 세종문화회관의 추억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필름으로 남겨진 공연 사진들, 공연을 녹화해둔 비디오테이프 등등 세종문화회관의 모든 공연자료를 보고 있으면 이곳이 마치 보물창고처럼 느껴진다. 공연이 끝나면 모든 공연 자료를 챙겨 이곳에 보관한다. 문화예술 관련 서적도 많다. 세종문화회관 직원들은 여기서 책을 빌려 읽기도 하고, 자신의 책을 기증하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역사자료관_추억은 방울방울

3층 복도에 펼쳐져 있는 역사자료관은 세종문화회관의 역사와 주요 시설을 모아 전시해놓은 곳이다. 역사자료관 초입에는 세종문화회관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니어처와 비천상(飛天像)이 전시되어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의 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추억의 포스터도 곳곳에 붙어있다. ‘오후’를 ‘하오’로 표기한 오래된 포스터에서 세종문화회관이 걸어온 세월이 실감 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 방문이 힘들어진 문화예술 팬들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곳곳의 ‘비밀’을 공개하는 온라인 투어를 준비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종 대극장이다.

#외벽_천상의 소리가 들리는가?

세종 대극장 외부 벽면에는 조각가 김영중의 비천상(飛天像)이 설치돼 있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과 함께 선보인 작품이다. 왼쪽 선녀는 생황을, 오른쪽 선녀는 피리를 불며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이 비천상은 세종문화회관이 고전을 현대화한 양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건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예술품’이라고 평가받는다.

다음에는 체임버홀과 M씨어터 등을 둘러볼 예정이니 많은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_신은정(<문화공간175> 편집팀)
도움말_이민재(세종문화회관 무대감독)
사진_김대진(지니에이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