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노부스 콰르텟이 뜬다

10월, 세종 체임버홀에서 젊은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가 울려 퍼진다.
연주자는 노부스 콰르텟. 올해 최고의 실내악 무대를 상상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jino Park

결성 이후 탄탄대로였다. 오사카 콩쿠르, 리옹 콩쿠르 입상 이후 2012년 ARD 콩쿠르에서 2위, 2014년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국 실내악을 견인하는 네 명의 남자, 노부스 콰르텟의 이야기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김영욱, 첼리스트 문웅휘는 2007년 결성 당시 멤버다. 비올리스트 김규현은 2018년 노현석, 이승원의 뒤를 이어 합류했다. 때로는 김재영이, 때로는 김영욱이 제1바이올린 자리에 앉는다. 곡마다 바뀌는 리더는 미묘한 색채 변화를 드리운다.

실내악의 불모지에서 새로 써 내려간 역사

실내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노부스 콰르텟의 행보는 새로운 역사였다. 2015년 대원음악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제1회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우승했다. 제7회 정기연주회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공연으로 2016년 예술의전당 예술 대상 실내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연말 포상 장관상을 받았고 2018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실내악단으로 거둔 눈부신 성과를 인정받아 제11회 공연예술경영상 ‘올해의 공연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저명한 벨체아 콰르텟은 자체 기금을 조성한 후 장래가 촉망되는 현악 사중주단을 선정해 집중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노부스 콰르텟이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수혜를 받았다. 2014, 2015시즌부터는 벨체아 콰르텟, 아르디티 콰르텟, 아르테미스 콰르텟 등이 소속된 글로벌 에이전시 지멘아우어에 소속돼 세계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세종 체임버홀에서 젊은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가 울려 퍼진다.연주자는 노부스 콰르텟. 올해 최고의 실내악 무대를 상상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노부스 콰르텟은 우리나라 실내악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jino Park

2016년에는 아파르테 레이블에서 첫 인터내셔널 음반을 발표했다. 파리의 성당에서 녹음한 베토벤 현악 4중주 11번 ‘세리오소’, 윤이상 4중주 1번, 베베른 ‘느린 악장’, ‘아리랑’이 담겼다. 아파르테 레이블은 앙브루아지 레이블 설립자이기도 한 니콜라 바르톨로메가 만든 프랑스 음반사다. 유튜브에서 노부스 콰르텟의 영상을 본 바르톨로메가 직접 연락해 성사된 계약이라고 한다. 이어 첼리스트 오펠리 가이야르와 비올리스트 리즈 베르토와 함께한 ‘차이콥스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음반을 냈다. 2019년에는 ‘죽음과 소녀’를 발표했고, 피아니스트 미셸 달베르토와 함께 한 ‘프랑크 5중주’ 음반은 디아파종도르에 지정됐다.
노부스 콰르텟은 늘 배운다. 평소 스승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포펜이 이끈 케루비니 4중주단을 비롯해 하겐, 벨체아, 아르테미스 4중주단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벨체아 4중주단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자연스러운 경지와 앙상블 세부의 마감”을 익히기도 했다.

노부스 콰르텟이 들려주는 10대의 멘델스존

이들이 다가오는 10월 모습을 드러낸다. <2020 세종 체임버시리즈> 무대다. <세종 체임버시리즈>는 2015년부터 세종 체임버홀에서 최고의 실내악 무대를 소개해온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이다. 2020년 시리즈는 작곡가 ‘브람스 & 멘델스존’을 주제로 한 전곡 시리즈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지난 4월 <김다미·문지영 듀오-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에 이어 10월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노부스 콰르텟이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 작품 전곡을 연주한다.

10월, 세종 체임버홀에서 젊은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가 울려 퍼진다.연주자는 노부스 콰르텟. 올해 최고의 실내악 무대를 상상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노부스 콰르텟은 이번 공연에서 젊은 멘델스존의 천재성과 슬픔을 들려준다. ⓒjino Park

펠릭스 멘델스존은 현악 4중주용 작품을 10곡 작곡했다. 1번부터 6번까지가 번호 붙은 작품이고 나머지 네 곡은 단악장이다. 보통 현악 4중주 전곡이라 하면 이 번호 붙은 여섯 곡을 의미한다. 멘델스존의 4중주는 꼭 듣고 싶었던 작품이라 반갑다. 노부스 콰르텟과 멘델스존을 잇는 기억은 지난 2011년 5월, 클라라 주미 강 등과 멘델스존 8중주를 협연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연주가 참으로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언젠가 노부스 콰르텟의 현악 4중주를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멘델스존 4중주 여섯 곡 중에서는 베토벤의 영향을 받은 2번과 누이의 죽음에 영향을 받은 6번이 대표적이다. 2번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연주했고 6번은 이번에 처음 듣게 됐다. 현악 4중주 2번 Op.13은 1827년 멘델스존이 18세 때 작곡했다. 1829년 작곡한 현악 4중주 1번 Op.12보다 먼저다.
당시 멘델스존은 10대였지만 현악 5중주 1번 Op.18과 현악 8중주 Op.20 등을 완성해 이미 실내악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작곡가였다. 베토벤이 1827년 3월 사망한지 몇 달 뒤 작곡한 현악 4중주곡이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작곡가 루이 슈포어는 “알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공포”라고 베토벤 4중주를 평했고 사람들도 거기에 공감했다.

그러나 천재 멘델스존은 당시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에 강하게 매료돼 있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를 분석하고 거기에서 많은 인용을 하고 있다. 베토벤 4중주 16번 4악장 ‘괴로워하다가 간신히 굳힌 결심’에 두 가지 동기가 나온다. 비올라와 첼로가 ‘그래야만 하나?’ 하고 물으면 바이올린이 부드럽게 반응하다 점차 답변을 하기 시작하며 ‘그래야만 한다’로 대답하는 피날레가 시작된다. 철학적이고 실존주의적인 베토벤과는 달리 멘델스존의 질문은 풍부한 낭만성을 띠고 있다. 이 곡에는 또 자신의 가곡 ‘Ist es war(이것이 진실인가요)?’를 인용했는데 ‘당신이 항상 산책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라는 내용이다. 멘델스존은 악보 표지에도 가곡의 제목을 써서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10대의 멘델스존은 이 곡에서 고전주의의 형식과 낭만주의의 내용을 연결하고 있다. 대부분이 단조로 되어 있고 어둡게 시작하며 최종 악장이 단조라는 점은 당시 현악 4중주 작곡 관습과 거리가 먼 모험적인 시도였다.

10월, 세종 체임버홀에서 젊은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가 울려 퍼진다.연주자는 노부스 콰르텟. 올해 최고의 실내악 무대를 상상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이번 세종 체임버시리즈는 올해 최고의 실내악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jino Park

2020년 최고 실내악 무대를 기대하며

멘델스존 현악 4중주 2번만큼이나 듣고 싶은 곡이 6번이다. 1847년 7월부터 9월까지 작곡한 그의 마지막 4중주이기 때문이다. 부유하고 걱정거리 없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멘델스존의 곡 중에서는 드물게 비극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작곡 2개월 전인 5월에 누나인 파니 멘델스존이 세상을 떠났다. 펠릭스보다 4년 연상이었던 파니는 스스로 연주와 작곡을 즐겼고, 동생 펠릭스와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었다. 동생은 누나에게 심적으로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 라이프치히에서 함부르크로 돌아온 뒤 비보를 접한 멘델스존은 상심을 견딜 수 없어 이렇게 적었다. “음악과 관련 있는 일을 생각하려 해도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상실감과 허무감이다”. 쇠약한 몸을 이끌고 회복을 위해 스위스를 방문한 그는 현악 4중주 6번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 손을 대지만 그해 10월 발작을 일으켜 11월 4일 누나의 뒤를 따르듯 세상을 떠난다. 현악 4중주 6번에는 멘델스존의 아픔과 슬픔, 광기가 묻어난다.

10월 16일 오후 7시 30분에 멘델스존 4중주 1, 2, 4번을 17일 오후 5시에는 3, 5, 6번을 세종체임버홀에서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작곡가, 연주가, 장소의 결합이 환상적이다. 훗날 무대가 귀했던 2020년을 회고하며, 최고의 실내악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_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