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 세계 공연예술계가 비상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대부분의 공연장이 문을 닫았다. 각국에서 예정됐던 음악 페스티벌과 콩쿠르 역시 무기한 연기되어 많은 연주자들은 좌절감을 느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대책이 체계화되고, 마침내 하반기부터 공연장 문이 하나씩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은 여름 시즌마다 선보였던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썸머 클래식>과 <앙상블 콘서트>를 한데 모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썸머 페스티벌’로 새롭게 기획했다.
청년들로 구성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부단히 힘쓰며 <앙상블 마티네>, <로맨틱 콘서트>, <썸머 클래식>을 통해 폭넓은 관객층과 호흡해왔다. 특히 2008년부터 시작된 <썸머 클래식>은 세종문화회관의 여름을 책임지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썸머 클래식> 하면 떠오르는 정경영 교수가 올해도 해설을 맡는다.
이번 공연에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드는 지휘자 최혁재.
친숙하면서도 깊이 있는 <썸머 클래식>과 <앙상블 콘서트>
여름방학 시즌이 되면 청소년을 겨냥한 클래식 음악회가 넘쳐난다. <썸머 클래식> 역시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회’를 표방하면서도 정통 레퍼토리를 녹여내 깊이를 더했다. 클래식 음악과 동시대 대중이 소통하는 매개체로 ‘해설자’도 등장했다. 현재 해설자는 공연 전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준비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해설과 함께하는 음악회는 잘못하면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2012년부터 <썸머 클래식>과 함께한 음악학자인 한양대학교 정경영 교수의 해설에는 내공이 가득하다. <썸머 클래식>의 마이크를 잡는 정경영은 음악을 설명할 때 추상적으로 접근해 관객이 음악을 직관적이며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는 자칫 대중적으로만 갈 수 있는 지점에서 관객의 감각을 깨우는 윤활유가 되어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대표공연 <앙상블 콘서트>는 2015년 <앙상블 마티네>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다. 이후 2018년까지 토요일 오후 1시에 선보이는 마티네 공연으로 다양한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앙상블 콘서트>로 이름을 변경해 보다 전문적인 체임버 공연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기량 향상에도 일조했다. 작년 공연에는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가 단원들을 직접 지도하며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썸머 클래식>에서 멋진 협연 무대를 선보일 하모니카 연주자 이윤석과 피아니스트 이화경.
협연 프로그램에 주목하기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펼쳐지는 이번 페스티벌은 대극장이 아닌 M씨어터에서 진행된다. <썸머 클래식>은 규모를 축소하고 한 칸 띄어 앉기 좌석제를 시행하는 대신, 총 네 번의 공연을 준비해 관객이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에 아쉬움이 없도록 했다. 지휘자 최혁재가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든다. 서울대와 빈 국립음대에서 공부한 최혁재는 경기필 부지휘자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금천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공연장 규모가 축소된 만큼 체임버 프로그램을 전면 배치했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와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슈베르트 ‘로자문데’ 3막 간주곡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협연 프로그램이다. 2부는 하모니카와 피아노 협연 레퍼토리를 올린다. 하모니카 연주자 이윤석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후 노르웨이 음악원에서 하모니카를 전공했다. 이윤석은 하모니카 대중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도 하모니카 레퍼토리가 다양화되길 바라는 그는 두 차례 다른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7월 31일과 8월 1일에는 작곡가 무디의 ‘톨라도-스페인 환상곡’과 ‘불가리안 웨딩 댄스’, 8월 7일과 8일에는 작곡가 제이콥의 ‘하모니카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5개의 소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이화경은 두 명의 피아니스트 역할을 혼자 맡아 새로운 연주를 들려줄 계획이다.
‘앙상블 콘서트Ⅰ Strings’의 음악감독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앙상블 콘서트Ⅱ Winds’는 호르니스트 이석준이 예술감독으로 함께한다.
이번 <썸머 클래식>이 현악 오케스트라로 편성이 축소되어 섭섭할 수도 있겠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앙상블 콘서트>를 눈여겨보길 바란다. 지난해에는 현악 앙상블을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이번에는 ‘현악 앙상블’과 ‘금관 앙상블’로 나뉘어 양일간 진행된다.
8월 4일에 펼쳐지는 ‘앙상블 콘서트Ⅰ Strings’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작곡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10번을 김응수의 협연으로 만날 수 있으며, 하모니카 연주자 이윤석은 무디의 ‘다른 날로부터’와 실베르센 ‘참나무’ 중 4악장을 선보인다. 8월 5일 ‘앙상블 콘서트Ⅱ Winds’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호르니스트 이석준이 예술감독으로 함께한다. 비제 ‘카르멘 모음곡’,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등 관악기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특히 노르웨이 작곡가인 크리스티안 린데만의 ‘하모니카와 관악 앙상블을 위한 3개의 바가텔’은 아시아에서 초연으로 이윤석이 선보인다.
올해 ‘썸머 페스티벌’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미리 보는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연주자와 관객의 동반 성장’을 지향한다. 국내에는 젊은 연주자 양성을 위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가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행보가 더욱 소중하다. 20대 젊은 단원들은 연륜 있는 중견 연주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함께 음악을 만든다. 또한 단원들에게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체임버 앙상블 기회를 제공해 음악적 역량을 키우고, 현대음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클래식 음악 입문자를 대상으로 연주를 촘촘히 기획해 클래식 음악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들의 모든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썸머 페스티벌’을 주목하길.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