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장난인데 장난 아니야

올해 ‘컨템포러리S’ 공연은 피지컬 모노드라마 〈자파리〉다.
안무가 김설진, 연출가 민준호는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을까?

<자파리>가 무슨 말인지 찾아보니 제주도 방언으로 ‘장난’이더라. 실제로 이런 뜻의 <자파리>인 건가?

민준호 설진이의 향기가 날 수 있는 제목이 뭘까 고민하다가 ‘장난’의 제주도 방언인 ‘자파리’가 떠올랐다. 설진이가 제주도 출신이기도 하고, 실제로 장난을 많이 친다. 정신없이 종이를 만지는데, 나중에 보면 종이꽃이 만들어져있다. 이렇게 장난이 창작의 근원이 되는 일이 많다. 실제로 설진이의 많은 동작들이 장난에서 시작하고, 그런 장난이 설진이를 설진이답게 만든다.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순간들을 1명의 안무가가 담아보려 한다. 몸짓만으로 표현되는 인생의 순간순간.’ <자파리>의 연출 의도에 쓰인 인생의 순간순간들이 ‘장난’을 칭하나?

민준호 <자파리>에서 말하는 장난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장난보다 훨씬 더 넓은 부분을 의미한다. 예술을 하려면 다르게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 행위는 쓸데없는 ‘뻘짓’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뻘짓’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다. ‘어른’들은 김설진처럼 춤을 추려면 ‘피핑톰 무용단’과 ‘한예종’에 가야 한다며 자신의 잣대로 설명한다. 사실 설진이는 어릴 때부터 다르게 보려고 애쓰고, 장난치는 아이 같은 모습도 가지고 살아왔다. 삶을 이루는 다양한 부분이 꾸준한 훈련과 함께 지금의 설진이를 만든 거다. ‘why not?’ 같은 장난스러운 태도가 예술 안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어른’의 사고방식을 깨고 싶다. 장난처럼 보이는 행동이 누군가에겐 절실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장난 같은 일이 한 사람을 움직이는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음을 자기 인생의 순간에 빗대어 느끼길 바란다.
김설진 흔히 ‘정서불안’이라고 말하는 행동을 좋은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해 준 사람은 민준호 연출가가 처음이다. 덕분에 ‘내 인생에 자파리가 뭘까’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김설진은 <자파리>를 통해 사소한 집착을 내려놓고 의미를 간결하게 전달하려 한다.

방금 이야기한 ‘어른’이라는 말이 사전적인 의미만을 뜻하는 것 같진 않다

김설진 나이와는 상관없는 단어다. 자기 스스로 카테고리를 정해놓고, 그 카테고리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것이 ‘어른’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고, 배울 점이 있다는 긍정적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배울 점이 있지만 자신의 사고에 갇혀있는 사람들.

두 사람은 이미 무용극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등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자파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김설진 지금까지 함께 작업했던 대부분의 연출자들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가이드처럼 명확하게 이끌었다. 이제 그 길 외에 다른 길로 가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불안해한다. 모험이니까. 하지만 민준호 연출가는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일단 함께 가보자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서 좋다.
민준호 설진이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고민이다. 서로 상의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다양한 ‘자파리’들을 어떻게 편집하고 어떤 가치를 보여줄 것인지. 설진이의 매력을 또 다른 시선에서 가치 있게 보게 하는 일. 그게 이 작품의 연출자로서 내가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설진이가 보여주었던 것들을 그대로 활용하기보다는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려고 한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올해 ‘컨템퍼러리S’ 공연은 피지컬 모노드라마 다. 안무가 김설진, 연출가 민준호는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을까?

민준호는 ‘김설진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말한다.

<자파리>는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컨템퍼러리S’로 기획된 공연이다. 실험적인 작품은 관객뿐만 아니라 실연자와 연출자도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민준호 제일 편한 작업이 대본 그대로 연기하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익숙해져 버린 일이다. <자파리>를 통해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하면서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라는 초등학생 같은 고민을 다시 시작하니까 내가 다시 쓰이는 느낌이 든다. 힘들지만 건강한 작업인 것 같다.
김설진 1인극을 계획하자마자 민준호 연출가에게 연출을 부탁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하고 싶다는 사심으로. 너무 바쁜 분이라 같이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 계약으로라도 함께하고 싶었다(웃음). 또 하나는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던지고 책임을 안 지기 위해서(웃음). 사실은 어느 순간 나 자신에게 매너리즘이 생겨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작품을 만들며 생기는 이상한 고집들 때문이다.

집착이라, 좀 더 설명을 부탁한다

김설진 조명으로 밝힌 길을 걷는 모습으로 외로움을 표현하다가 조명에 꽂히는 거다. 결국엔 외로움을 표현하는 것보다 조명의 밝기에 대한 집착으로 바뀐다. 그런 사소한 집착을 내려놓고 의미를 좀 더 간결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오래 보아왔고, 나를 다른 시선으로 담아줄 수 있는 민준호 연출가를 찾았다.
민준호 그런 고집이 훌륭한 창작자만의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천재성이다. <자파리>에서 내 역할 중 하나는 그런 고집과 본질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컨템퍼러리S’ 공연은 피지컬 모노드라마 다. 안무가 김설진, 연출가 민준호는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을까?

서로의 가치를 볼 줄 아는 두 사람은 <자파리>에서 어떤 호흡을 보여줄까?

김설진 안무가는 현재 벨기에의 ‘피핑톰’ 무용단 소속이기도 하다. 피핑톰 무대에는 얼마나 자주 서는가?

김설진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한 번도 못했지만 작년까지는 한 해에 서너 번 정도 공연을 했다. 너무 감사하게 피핑톰 안무자들이 매년 2년 뒤 계획이 뭐냐고 물어본다. 거기는 2년 전에 플랜이 다 잡히니까. 나에게 피핑톰은 직장이라기보다는 ‘기댈 곳’이다. 최근에는 스카이프(skype) 영상 통화로 연락이 와서 스카이프로 공연을 준비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스카이프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연의 또 다른 모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온라인 공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설진 영상으로 공연을 보여주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고민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극장을 찾기보다 온라인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어도 고민했어야 할 문제다. 사람들이 급하게 만든 공연 생중계를 보고 극장에 안 올까 봐 걱정이다. 제대로 된 공연 영상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영상이 송출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공연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댄싱9>에서 했던 것을 무대에서 보면 재미없다. 그때는 영상을 위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대로 보는 공연과 영상으로 보는 공연이 서로 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_신은정(<문화공간175> 편집팀
사진_김대진(지니에이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