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175

야, 너두 응원할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예술계는 ‘언택트’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혼란의 시대, 다행히 공연예술가들을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주춤하자 3월 22일부터 실시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 5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다. 하지만 다시 확산되는 조짐이 보이자 가까워졌던 초중고의 등교가 연기되고, 대학도 대면 수업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추세다. 다시 공연을 준비하던 공연 단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 당국의 지침을 따른다 해도, 공연장을 찾으려 했다가 돌아선 관객들의 위축된 심리를 돌려놓기는 어렵다.

공연계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두 가지 자세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공연계에서는 두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 세부지침에 따라 ‘객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공연을 강행하는 방안이다. 물론, 이로 인한 손실도 떠안아야 하지만 이 방법도 쉽지는 않다.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졌다. 사전 판매로 거의 전석을 매진한 어느 공연은 객석 간 거리 두기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객석이 비면 비는 대로, 차면 차는 대로 문제가 되는 셈이다.
두 번째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한 온라인 공연 리스트는 <문화공간 175>의 ‘THE SHOW MUST GO ON’(3월 25일)과 ‘5G 온라인 공연에 대처하는 공연계의 자세’(4월 16일), ‘히트다 히트, 힘내라 콘서트’(4월 29일)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문화포털 ‘집콕 문화생활’ 코너에는 공연을 비롯해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조성진과 마티아스 괴르네의 ‘스테이지 앳 홈’

당장 해갈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방법이 아직은 공연예술가들의 근본적인 수입원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스트리밍은 무료로 실시되고 있다. 티켓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공연계 수익구조에서 무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수입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예술가를 응원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야, 너두 응원할 수 있어

먼저 개인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법부터 살피자. 이에 대한 성공사례는 이미 많다. 3월 28일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는 온라인을 통해 ‘스테이지 앳 홈’ 공연을 펼쳤다. 이 공연은 유료로 진행되었고, 공연을 시청하려면 7.9유로(약 1만500원)를 지불해야 했는데, 총 900명 이상의 관객이 시청하면서 약 95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4월 18일 공개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수입은 더 높다. <오페라의 유령> 작곡자이자 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 영상을 온라인으로 48시간 동안 무료 공개했다. 대신 온라인 관객들로부터 액터스 펀드(The Actors Fund)를 위한 기부금을 모집했고, 이를 통해 40만 달러(약 4억9천만 원)의 기부금을 모으는 성과를 올렸다.
국내에서는 서울 돈화문국악당이 ‘자발적 관람료 셀프 티켓’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는 매주 금요일 국악 상생 콘서트 <링크>를 무관중 생중계하고 있다. 코리안 집시 상자루, 잠비나이 등 젊고 다양한 국악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이 공연은, 따로 가격을 책정하지 않고, 감동후불제의 개념으로 기부금을 받고 있다. 이 기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의 곤란을 겪고 있는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나무 코로나19 모금 캠페인’에 사용될 예정이다.

월드 투게더 앳 홈 홍보영상

기업들도 공연예술계를 응원한다

보다 큰 범주에서 기업 후원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사례로 레이디가가가 주도하여 폴 매카트니, 엘튼 존, 스티비 원더 등이 참여했던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투게더 앳 홈’을 들 수 있다. 8시간 동안 진행된 이 콘서트는 SNS와 방송사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337만 명이 시청했다. 공연에 앞서 레이디가가는 총 68개 다국적기업 CEO들의 기부를 끌어내 3,500만 달러(한화 약 452억 원)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IPTV와 모바일 TV 등 자사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서울연극협회, 한국뮤지컬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손잡고 매달 4편의 소극장 공연을 선정해 공연영상을 제공한다. 이를 위한 공연 영상 제작비는 LG유플러스가 전액 부담하는 형식이다. 세종문화회관의 ‘힘내라 콘서트’, ‘내 손안의 극장’도 LG유플러스 IPTV를 통해 제공되었다.

신한카드에서는 ‘언택트 공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신한카드 디지털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신한카드가 연극, 콘서트, 연주회 등 공연 단체에 공연장 및 무대 장비를 무상으로 대관해주고 영상으로 제작해 온라인으로 송출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4월 26일 밴드 소란의 <퍼펙트 스트리밍 콘서트>와 5월 8일 <차이콥스키 협주곡 콘서트>가 생중계되었다. 한편 신한카드에서는 자사의 사회공헌 플랫폼 ‘아름인’과 연계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 업체나 종사자들을 후원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소액 기부를 통해 기부 금액과 동일한 액수를 신한카드가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신한카드 디지털 스테이지 <소란 라이브 콘서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흐름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을 선언했고, 그 중심에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있었다. 이어 12일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언택트와 뉴노멀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언택트는 이제 시대적 흐름이자 요구가 되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 간의 만남의 방식이 변화될 것이고, 현장성을 중시하는 공연예술의 생산과 유통, 소비 양상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전과 같은 방식의 소통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

코로나가 바꾼 뉴노멀의 시대, 예술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 소통해야 하는가? 격변의 시대에 예술과 예술가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 기획자, 제작자들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 각급 지원재단의 행정가와 정책입안자는 어떤 제도를 수립해야 하는가?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글_김일송(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