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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온라인 공연에 대처하는 공연계의 자세

5G 기술이 상용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대세다. 공연계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제 예수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이전에 세상을 나누는 기준이 예수의 탄생이었다면 요즘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코로나 전(BC)과 후(AC)로 나눈다. 아주 실없는 농담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일상 중 하나는 비대면 접촉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업무는 재택 근무로, 회의는 화상 회의로, 수업은 동영상 강의로, 음식은 배달앱 주문으로. 실제로 재계에서는 앞으로 FANG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FANG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머리글자를 합쳐놓은 신조어다. 모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5세대 이동통신(5G)이 관련 수혜주로 부상했다.

국내외 온라인 공연장

공연계에서도 오프라인 공연장이 잠시 문을 닫는 가운데, 국내 유수의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속속 온라인 공연장을 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힘내라 콘서트’와 ‘내 손안에 극장’을 비롯해 국립극장의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예술의전당의 ‘SAC On Screen’ 온라인 상영회, 경기아트센터의 ‘GGAC 레퍼토리 시즌 라이브’, 남산예술센터의 NFLIX, 국립국악원의 ‘일일국악’과 ‘사랑방 중계’ 등이 진행 중이다. 예술단체 중에서는 국립극단 온라인 상영회, 국립오페라단 ‘집콕! 오페라 챌린지’,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내 손안의 콘서트’, 그리고 서울예술단 ‘채널SPAC 창작가무극 상영회’ 등의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5G 기술이 상용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대세다. 공연계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5G 기술이 상용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대세다. 공연계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세종문화회관은 공연 온라인화를 선도하며 더 많은 시민에게 공연의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일부를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했고, 이 중 4편을 선정해 전국 CGV에서 공개한다. 그중 뮤지컬 <안테모사>는 막이 내렸으며, 현재 전통예술 <완창판소리프로젝트2_강산제 수궁가>가 상영 중이다. 이후 무용 <HIT&RUN>,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이 상영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영국 국립극장과 글로브극장이 선제적으로 온라인 상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NT LIVE’를 통해 다수의 영상 저작물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 국립극장에서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NT At Home’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목요일 전막 공연을 상영 중이다. 글로브극장에서는 ‘YOUTUBE PREMIERES’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 작품씩 전막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4월에는 2018년 공연된 <햄릿>이 서비스 중이다.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는 ‘Our House To Your House’라는 이름으로 매주 다른 오페라와 발레를 재상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Nightly Opera Streams’라 하여, 매일 밤(현지 시각) 한 작품씩 24시간 동안 선보이고 있다.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는 최근 ‘NYPhil Plays On’을 시작했다. 최근 전 세계 44개의 공연이 사실상 모두 중단된, 세계적인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는 ‘Cirque connect’를 통해 대표작들의 60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놓았다. 외에도 해외 유수 단체들이 수장고에 숨겨놓았던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5G 기술이 상용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대세다. 공연계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Nightly Opera Streams’를 초기 화면에 띄워둔 메트로폴리탄오페라 홈페이지.

5G 기술이 상용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대세다. 공연계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최근 ‘NYPhil Plays On’을 시작했다.

영상화에 따른 제작단계의 변화

이중 마지막에 소개한 태양의 서커스의 영상은 조금 특별하다. 태양의 서커스는 2017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표작 <O>의 트레일러 영상을 VR(가상현실) 버전으로 공개했다.(2019년에는 국내이동통신사의 광고를 통해서도 선보인 바 있다) 이외에 현재 온라인에서는 디즈니 뮤지컬 <라이언 킹>과 <알라딘>의 VR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현재 IT 기술은 공연을 자신이 원하는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VR 기술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4K(UHD)급 독립형 무선 VR 헤드셋 ‘슈퍼 VR’이 출시되기도 했다. 배우의 모공까지 초근접으로 볼 수 있는 화질로, 자신이 원하는 각도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제까지 모공 관리에 소홀했던 배우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배우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진한 분장이나 다소 거칠게 마감된 의상은 영상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장 섞인 몸짓이나 발성 등의 연기에도 변화가 따를 것이다. 또한 조명이나 음향도 노출이나 음량에 따라 극장에서 감각하는 강도와는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엽적인 변화다. 이보다 큰 변화는 ‘의미’의 변화일 것이다. 일례로 공연에서의 암전은 무대 전환을 위해 기능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관객에게 장면의 의미를 곱씹거나 여운을 음미하게 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상에서는 이러한 의도가 오독될 여지가 있다. 초기에 공연의 기록, 홍보 수준에 머물렀던 영상이 이제 제작단계까지 변화를 주고 있다.

5G 기술이 상용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대세다. 공연계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5G 기술이 상용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대세다. 공연계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태양의 서커스는 이미 2017년에 대표작 <O>의 트레일러 영상을 가상현실 버전으로 공개했다.

선결해야 할 과제들

무엇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바로 ‘유통’에 있다.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공연을 놓쳤거나 해외로 공연을 보러 갈 여력이 되지 않아 관람을 포기했던 공연애호가들에게 온라인 공연 상영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소극장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극단들에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온라인 공연 상영은 국공립극장이나 공공단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공극장에 견줄만한 영상물을 보유한 단체는 많지 않다. 제작과 편집 등 영상화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되는 극단은 더더욱 없다.

현재 온라인으로 기존의 공연을 상영 중인 극장들도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 온라인 상영을 중단할지, 지속할지 그리고 지속한다면 언제까지 실시할지 고민일 것이다. 당장은 초상권이나 저작권과 관련해 실연자와 창작자의 양해 혹은 이용 동의를 얻어 상영 중이겠지만, 앞으로는 공연 제작 시 향후 제작될 2차 저작물에 관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2차 저작물 상영에 따른 추가 수익의 분배 비율도 명시해야 할 것이다. 다른 계산도 복잡할 듯싶다. 항간에서는 영상으로 공연을 먼저 접한 관객 중 극장으로 유입되는 관객 비율이 매우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물론, 영국 국립극장의 경우 NT LIVE의 실례를 들어 관객 수 증대의 견인 효과를 보았다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5G 기술이 상용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대세다. 공연계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방구석 1열’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대화를 주고받는 등의 새로운 관람 재미에 눈을 뜨고 있다.

속단하기는 이르나, 코로나 국면이 종식된다 해도 온라인 공연 상영이 중단되지는 않을 듯싶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상영은 더욱 늘어갈 듯한 인상이다.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나, CGV를 비롯한 영화관은 물론, IPTV를 통한 서비스까지 기대해볼 수도 있다. 또한 VR에서 AR(증강현실), 나아가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이 뒤섞인 MR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적극적으로 영상화를 고민하지 않더라도, 이제 공연에 맞는 영상 언어라거나, 영상에 적절한 공연 문법에 관한 연구와 훈련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_김일송(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