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감동은 랜선을 타고

‘비대면’ 공연 문화를 만들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힘내라 콘서트>. 평론가들은 ‘힘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화위복.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세종문화회관의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힘내라 콘서트>가 공연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극장을 찾을 수 없는 공연 애호가를 위로하고, 공연 감상과는 거리가 있었던 대중에게 온라인으로 공연을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비대면’ 공연 문화를 만들고 있다. 공연 평론가들은 4월의 <힘내라 콘서트>를 어떻게 감상했을까? 그 소감을 모아보았다.

4월 7일(화) 19:30
<빌리카터 콘서트>

코로나19 사태는 공연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오페라, 발레, 연극, 뮤지컬을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네이버와 함께 무관중 생중계 공연 <힘내라 콘서트(힘콘)>를 선보였다. 관객 없는 공연장에서 네이버TV로 중계된 이 공연은 ‘라이브에 강한’ 밴드들과 함께했다. 
첫 주자는 빌리카터였다. 빌리카터는 김지원(보컬), 김진아(기타)로 구성된 록밴드로 블루스, 컨트리, 펑크를 넘나든다. 특히 열정적인 공연 덕분에 반드시 직접 공연을 봐야 하는 밴드로 손꼽힌다. 무관객으로 진행된 공연에서는 객석과 호응을 주고받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경제적 이슈와 정신적 압박으로 괴롭힌다. 이런 상황에서도 빌리카터의 ‘힘콘’ 공연은 남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1시간 동안 누적 관람객 총 6천 명, ‘좋아요’ 4만1천 개를 기록했다. 평소라면 쉽게 접하기 어려웠을 수치다. 물론 무료 공연인 덕분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전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시한 것은 분명하다.
글_차우진(대중음악평론가)

4/10(금) 15:00
<김보라의 소리 프로젝트>

“들리는 모든 것이 음악이다.” 뮤지션들의 인터뷰에서 종종 이런 답을 볼 때가 있다. <김보라의 소리 프로젝트>는 이 문장을 눈앞에 펼쳐내는 공연이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빈 터’는 김보라의 단독 무대다. ‘빈 터’에는 반주가 없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만 빈 터에 타악기의 장단을 올리고 새 울음과 인간의 노래를 덧붙여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즉흥으로 빚어 올려지는 ‘빈 터’는 계절과 시간, 사람과 상황에 따라 매번 새로운 음악이 된다. 이보다 더 ‘동시대’를 여실히 말할 수 없다. 김보라의 음악은 인간이 낼 수 있는 목소리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굴하는 작업에 가깝다. 소리의 높낮이는 물론이고, 크기와 강도를 실험하며, 떨림과 종류를 탐구한다. 목소리를 통해 재현하는 것은 악기들이 내뿜는 서로 다른 소리이며 쉽게 지나치는 자연의 소리다. 그는 재즈 베이시스트 이원술, 일렉트로닉 뮤지션 하임과 함께 하는 신노이 작업을 통해 2020년의 국악을 소개한다. 김보라는 신노이의 음악에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 민요 ‘한오백년’과 ‘늴리리야’를 차용한다. 그러나 그는 가사를 최소화함으로써 서로 다른 소리들의 조화에 주목한다. 그 결과 관객이 발견하는 것은 리듬과 선율 자체의 매력, 연주와 성악의 테크닉이다. 그야말로 경탄의 하모니.
글_장경진(공연칼럼니스트)

4월 10일(금) 19:30
아도이, <VIVID>

세종문화회관에서 무관객 공연으로 열린 <힘콘-아도이 VIVID> 콘서트는 누적 채팅 1천9백 명, 2만2천 명 접속, 3만5천 개의 ‘좋아요’를 기록할만큼 큰 호응을 받았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밴드이자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에 초청받는 밴드다운 결과였다. 
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된 3월 공연을 아쉬워하면서 ‘볼륨을 크게 올려야했다’, ‘비록 방구석에 있지만 함께 있는 거 같아요!’라는 메시지로 응원을 이어나갔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측은 팬들이 남긴 메시지를 아도이에게 전달하면서 무관객 공연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보였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밴드도 관객도 금방 익숙해졌다.
이 공연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박수 대신 댓글이 움직인 공연’이 될 것이다. 관객들 대신 카메라를 보며 라이브를 진행한 아도이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시간 댓글로 호응한 관객들이 새로운 공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꾼 공연 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공연은 ‘샌프란시스코’, ‘그레이스’, ‘레몬’ 등의 히트곡으로 시작해 ‘바이크’와 ‘Don’t Stop’으로 마무리됐다. 이 공연은 5월 30일까지 네이버TV에서 다시보기로 볼 수 있다.
글_차우진(대중음악평론가)

4/16(목) 15:00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토크콘서트

2016년 초연된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는 3연을 맞아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극장을 옮기는 등 작품의 완성도에 집중하며 3년간의 공백을 준비했다.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2주간의 짧은 공연과 조기 폐막의 아쉬움이 더욱 짙었던 작품이었다. 토크콘서트는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진행되었고, 무대와 의상·조명 등 시각적인 요소들이 사라진 형태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단연 음악과 배우 개개인의 매력이었다. 100분간의 콘서트는 각 잡힌 안무로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곡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시작되었다. 소개된 10곡의 넘버 중 남파된 북한공작원 원류환-리해랑-리해진의 삼중창으로 구성된 ‘평범한 나라 평범한 집 평범한 나’는 코러스 배우 6명의 버전으로 소개되어 이번 공연만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또한 이번 토크콘서트는 캐릭터가 아닌 배우 개인이 도드라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수의 작품에서 안무를 담당해온 류지한의 물구나무서기, 군대 조교였던 신은총의 총검술을 비롯해, 클락(KLARK)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했던 정휘욱은 랩을 선보이기도 했다. 녹화 중계의 한계상 관객과의 직접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글_장경진(공연칼럼니스트)

4월 17일(금) 15:00
<사춤2 렛츠 댄스, 크레이지>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 보는 이로 하여금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만큼 현장감을 전달한 공연이었다. 격한 동작이 자주 등장하였음에도 인물이 프레임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 인물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좇는 카메라 워크, 와이드와 클로즈업을 넘나드는 빠른 화면 전환이 인상적이었다. 몇차례에 걸친 사전 리허설을 통해 공연 전체의 내용과 장면 구성,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익히고 진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지엽적인 부분에서의 희망사항을 몇 자 적는다. 먼저 과하게 흔들리는 영상은 조금 자제해도 좋을 듯하다. 또한 군무가 중점인 장면에서는 인물 클로즈업 대신에, 화면 분할 기술을 활용해 시청자들이 군무 장면을 놓치지 않도록 배려하면 어떨까. 내친김에 영상의 사용과 관련해 두 가지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가사 자막을 배경막에 투사하는 방식이 아닌, 화면에 삽입하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영상도 배경막과 바닥면 양쪽을 활용해 투사하는 것도 좋겠다. 이는 특히 지미집 카메라로 군무를 잡는 장면에서 효과적일 것으로 짐작된다. 
마지막으로 생중계를 보며 여러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등과의 차별성을 생각하게 됐다.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사실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미 다양한 방송을 통해 화려한 영상을 접한 이들이 이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글_김일송(공연칼럼니스트)

4/17(금) 19:30
연극 <흑백다방>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의 고문 가해자와 피해자였던 두 사람이 오랜 시간이 흘러 한 다방에서 만난다. 다방주인(김명곤)은 국가가 원하는 답에 맞춰 잘못된 믿음을 만들어낸 쪽이었으며, 손님(윤상호)은 가해자의 맹목적인 믿음에 누명을 쓰고 청력과 삶을 빼앗긴 쪽이었다.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둘은 국가의 피해자로 남지만, 모든 피해자의 삶이 공평한 것은 아니다. 다방 주인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평가받으며 전도사이자 상담가로서의 새 삶을 꾸리는 것과 달리, 무고한 피해자였던 손님은 여전히 빼앗긴 일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흑백다방>은 80년대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다룬다. 그러나 유명무실한 가해자의 처벌과 구제되지 못한 피해자라는 면에서 연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2인극으로 구성된 연극은 배우의 연기에 많은 것을 기댄다. 80년대 저항 연극을 주로 했던 김명곤은 다방주인 역으로 가해자의 서사와 동시에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며 인간의 무력함을 표현한다. 2014년 초연부터 줄곧 손님 역을 맡은 윤상호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불안한 인물의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극에 활력을 준다. 역사와 현실, 국가와 개인, 믿음과 불신이라는 깊은 화두에 대한 75분간의 질문.
글_장경진(공연칼럼니스트)

‘비대면’ 공연 문화를 만들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평론가들은 ‘힘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4월 18일(토) 17:00
서울시무용단, <놋-N.O.T>

무용은 공연예술의 한 분야다. 극장에 자리한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펼쳐지는 생동감 넘치는 예술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불가항력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 무용 공연의 패러다임은 바뀌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관객 온라인 생중계 공연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야기시켰다. 서울시무용단의 <놋-N.O.T> 역시 이 물결에 합류했다.
다양한 각도와 거리의 카메라 일곱 대로 촬영된 영상은 무대 위의 광경을 세밀하게, 정확히 말하면 시각적인 면을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년 봄 초연된 <놋-N.O.T>은 이번 리바이벌에서 공연 시간을 10분 가량 줄여 전개의 집중력을 높였다. 무용수들의 실연력에도 여유와 정확도가 더해졌다. 다만 무용 예술을 영상으로 녹화할 때의 한계인 현장의 분위기, 호흡, 느낌, 감흥 같은 비(非)시각적 요소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무용공연의 온라인 생중계가 대중으로 하여금 무용 예술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통로로 작용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글_심정민(무용평론가, 비평사학자)

4월 21일(화) 15:00
<허풍선이 과학쇼2_마리 퀴리 VS 아인슈타인>

공연은 마리 퀴리와 아인슈타인이 서로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게임은 위인 카드와 업적 카드를 모으는 과학 아카데미 보드게임이다. 이런 게임 형식의 진행은 보는 이의 흥미를 지속시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패턴이 밝혀질 경우, 관객들은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두 인물 외에도 갈릴레오 갈릴레이, 라이트형제 등 다른 과학자들의 업적이 게임을 통해 함께 소개되는데, 초반에 소개된 이들의 카드가 다시 나와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에 변화가 있다면 흥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중계 공연임을 의식해 바뀐 대사도 있었지만, 공연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영상을 삽입한 몇몇 장면은 오히려 실제 공연으로 볼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보였다. 위인들의 생애를 압축적으로 보는 장면이나 X선 투사 장면이 그랬다. 또한 배우들의 퇴장로가 프레임에 잡히지 않게 세심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생중계의 특성에 맞게 노력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움직임이 많은 무용에 비해 카메라 워크 또한 안정돼 보였다. 
전체적으로 공연은 과학자의 생애보다 그들의 업적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실례를 통해 쉽고 편하게 알 수 있도록 전달했다. 또한 성공 이전에 실패했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또 다른 교육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다만 송신의 문제인지 수신 환경의 문제인지, 스트리밍이 간혹 끊기며 버퍼링이 생기는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던 점은 아쉽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영상화에 적합한 작품으로 보인다. 게임에 관객들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면, 영상화 시대의 무대 공연으로서도 존재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글_김일송(공연칼럼니스트)

‘비대면’ 공연 문화를 만들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평론가들은 ‘힘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4월 21일(화) 19:30
DTSQ, <Neon Coloured Milky Way>

홍대 근방을 잠시라도 기웃거려본 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본 적이 있는 이름, DTSQ다. 유명세의 이유가 재미있다. 2104년 활동 시작 후 클럽에서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무대를 섭렵하고 있는 활동상도 있지만, 가끔 동네 ‘빌런‘인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붙어 있는 밴드 스티커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출몰할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붙어있는 이 밴드의 이름. 이들은 무대와 함께할 때 더욱 잊을 수 없는 시간을 선사한다. 2015년 EBS ‘올해의 헬로루키’ 결선 진출, 2016년 스페인 ‘프리마베라 프로(Primavera Pro)’의 ‘더 넥스트 빅 싱’에도 초청됐다. 2, 3년 전부터는 국내뿐만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DTSQ는 이번 <힘내라 콘서트> 공연을 통해 그간 자신들의 무대를 수없이 달궜던 대표곡들을 들려줬다. 공연 타이틀이자 2017년 발표한 정규앨범 <Neon-Coloured Milky Way>의 첫 곡 ‘Stay Puft Marshmallow Man Is Coming’으로 공연은 시작됐다. ‘Bad vibes’, ‘Mind game’, ‘Dime’ 등 사이키델릭과 재즈, 개러지록과 펑크, 전자음악이 마구 뒤섞여 휘몰아치는 특유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며 공연 시간 내내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야생의 리듬이 꿈틀대는 마지막 곡 ‘All My Friends Are Aliens’를 들으며, 이들의 무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무연히 바랐다. 
글_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비대면’ 공연 문화를 만들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평론가들은 ‘힘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4월 24일(금) 15:00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오페라 옴니버스>

최근 몇 년간, 오페라가 낯선 관객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기획됐다. 오페라 전막 공연은 보통 3시간 정도가 소요되기에 일반 대중에게는 조금 부담스럽다. 콘서트 오페라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긴 러닝타임을 압축하기도 하고, 주요 아리아를 선별하기도 한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오페라 옴니버스>는 일반적인 콘서트 오페라와는 조금 다르다. 네 개의 오페라를 모아, 마치 하나의 작품인 듯 연결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음악회를 진행한다. 그동안 네 편의 미니 오페라를 보는 것 같은 무대 연출로 인기를 모았다. 세종문화회관 ‘힘콘’에서 <오페라 옴니버스>를 생중계한다고 했을 때, 적합한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이번 생중계에서는 <카르멘>, <투란도트>,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네 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 관객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오페라 명장면을 모았고, 곡이 끝날 때마다 지휘자 최영선은 진중한 해설로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소프라노 강혜정과 유성녀의 화려한 아리아는 영상에서도 빛을 발했다. 온라인 생중계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연임을 감안한다면, 오페라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기획력’이 중요하단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글_장혜선(월간 <객석> 기자)

4/24(금) 19:30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토크콘서트

“항상 반복되는 역사, 두 번 다시 속지 않아.”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토크콘서트는 엄혹한 시대를 관통해온 여옥의 재판 장면으로부터 시작됐다. 많은 토크콘서트들이 작품 제작의 비하인드와 공연 중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번 <여명의 눈동자> 콘서트는 뮤지컬에 담긴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는 렉처콘서트에 가까웠다. 콘서트는 30년 전에 제작된 동명 드라마와 공연실황, 이번 콘서트를 위해 캐스팅된 배우들의 라이브 공연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버전으로, 170분 분량의 뮤지컬을 압축해 담은 또 다른 공연이었다. 특히 공연은 여옥과 대치, 하림의 비극적인 사랑과 동시에 한국의 역사를 이미지와 영상으로 담아냈다. 여옥의 솔로곡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투쟁이, “누구를 위해서 싸우고 있나”라는 대치의 절규와 함께 제주 4.3 사건의 잔혹함이 담겼다. 역사적 사실이 결합된 공연은 가사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으며, 한국전쟁과 4·19 혁명, 5·18 혁명 등 국가에 의해 희생된 개인의 아픔을 기억하는 엔딩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어쩌면 이번 토크콘서트는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과 ‘기억해야 할 역사’라는 작품의 주제를 가장 달 담아낸 버전은 아닐까.
글_장경진(공연칼럼니스트)

‘비대면’ 공연 문화를 만들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평론가들은 ‘힘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4월 27일(월) 19:30
포르테 디 콰트로, <Only for you>

지난 4월 14일, 세종문화회관 유튜브를 통해 먼저 선보였던 공연이다. 인지도 높은 팀이기에 이들의 공연은 평일 저녁임에도 1만7천여 건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당시 관람을 놓쳐서 아쉬움을 토로했던 팬들에게 ‘힘콘’ 중계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포르테 디 콰트로는 국내 음악계에 귀중한 존재다. 2017년 JTBC ‘팬텀싱어’에서 우승한 이 팀으로 인해 클래식 크로스오버 열풍이 불었다. 고정관념에 얽매여있던 기존 음악계에 4중창의 하모니는 새로운 기품을 더했다. 영상으로 인해 탄생한 팀이기에 포르테 디 콰트로의 공연 생중계는 사실 익숙하다. 기존 영상 플랫폼에도 포르테 디 콰트로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많이 올라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이 보다 특별했던 건 이들의 방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간 포르테 디 콰트로는 팀의 색깔을 정립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해왔다. 클래식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더 견고하게 만들고 팀이 더 오래가려면 색깔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들은 3집 <아르모니아>부터 어쿠스틱한 시도를 선보였고 이번 공연에서도 어쿠스틱한 매력에 힘을 주었다. 멤버들의 나긋한 멘트는 즐거움을 더했다. 
글_장혜선(월간 <객석> 기자)

4/28(화) 15:00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공존’을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개별의 사안으로 들어가 보면 공존의 가치는 생각보다 두루뭉술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은 연극이라는 공동 작업을 통해 ‘공존’의 단어를 구체화한다. 작품은 1부 ‘주인없음’에서 두 집단으로 나뉘어 50년간 반목해온 무리를, 2부 ‘달빛도망’에서 약자를 쉽게 외면하는 사회를 다룬다. 두 작품 모두 분리를 통한 혐오와 차별을 돌아보지만, ‘달빛도망’의 경우 강자와 약자가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그 안의 가장 약한 사람을 찾아 차별을 합리화한다는 점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특히 이 작품은 7명의 농인 배우와 5명의 청인 배우의 앙상블로 공존의 범위를 확장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시각과 공감각이라는 공통의 감각을 이용해 약속을 만들고 합을 맞추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간다. 연극 만들기 자체가 공존을 위한 실험인 셈이며, 이들의 몸짓과 목소리를 통해 관객은 ‘말하기 위해서는 잘 보고 들어야 한다’는 문장의 실체를 확인한다. 게다가 다양한 앵글로 촬영된 공연 영상은 수어공연이 갖는 태생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편견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90분.
글_장경진(공연칼럼니스트)

‘비대면’ 공연 문화를 만들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평론가들은 ‘힘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4월 28일(화) 19:30
2020 세종체임버시리즈 I <김다미 문지영 듀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와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함께하는 올해 세종체임버시리즈는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비록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실황 공연은 취소됐지만, ‘힘콘’을 통해 무관중 생중계로 즐길 수 있었다. 김다미와 문지영은 지난 2018년에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차분한 두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정갈한 음색은 놀라웠다. 균형 있는 슈만 연주는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두 연주자 역시 서로의 호흡을 읽어내는 시간이었을 테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준비했다. 브람스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곡을 내놓지 않았다. 그가 남긴 세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에는 브람스의 까다로운 안목이 반영돼 형식적 완결성이 높다. 그간 믿음이 더욱 두터워진 김다미와 문지영. 이들의 ‘케미’는 특히 느린 악장에서 강렬했다. 두 연주자의 서정적인 표현력은 모든 프레이징을 집중해 듣도록 만들었다. 하이라이트는 브람스 소나타 3번의 4악장이었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돋보이는 마지막 악장에서 두 사람은 어느 누구도 주도하지 않고 그저 서로를 배려하며 불꽃을 튀겼다. 클래식 음악 리사이틀에서 카메라 워크가 다채로운 점은 신선했다. 앞으로는 연주자의 ‘손’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면 더욱 입체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글_장혜선(월간 <객석> 기자)

한시 낭독과 거문고 연주로 이뤄진 프롤로그.

태평소 협주곡 ‘태평’을 연주하는 성시영의 무대.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 기념특별전
<마놀로 발데스 야외 조각>
기간 :  2020.03.09(월) ~ 2020.06.28(일)
장소 :  야외 전시
시간 :  야외 전시
연령 :  전연령 관람 가능
티켓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