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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두 나약한 인간

잡거나 혹은 지키거나. 연극 <물고기 인간>에서 상반된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 강신구와 박완규를 만났다.

Q. <물고기 인간>은 대청어를 지키는 위씨 영감과 대청어를 잡기 위해 30년을 기다려온 낚시의 신의 대결을 다룬 연극입니다. 대본의 첫인상이 어땠나요?

강신구_중국 장인들이 등장하는 무협지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신화나 우화 같기도 했고요. 노인 셋이 보여주는 공력이 대단한데, 서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잘 드러낼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이 많았지요.
박완규_저는 자꾸 주성치가 생각나더군요. 물고기를 소재로 한 <미인어> 같은 영화도 있으니까요.

Q. 강신구 배우는 작년 낭독공연에서 위씨 영감 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본 공연에서는 낚시의 신에 캐스팅되었지요. 낚시의 신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강신구_사실 낭독공연을 연습할 때만 해도 완장군 역할이었어요. 그러다 공연을 3일 남겨두고 위씨 영감으로 바뀌었지요. 이번에 낚시의 신까지 맡게 되었으니 <물고기 인간>에 나오는 노인네 셋을 다 연기한 셈이 됩니다.(웃음) 낚시의 신은 30년 전에 대청어를 잡다가 아들을 잃었는데도 다시 그 대청어를 잡기 위해 옵니다. 말에 깊이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온통 물고기에 관한 것뿐이에요. 낚시밖에 모르는 외골수고, 그것 때문에 많은 것을 잃은 불우한 사람이지요. 그 사람은 무엇을 위해 30년을 기다린 걸까? 해답을 주는 작품은 아니라서 아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낚시의 신에게 대청어는 자신의 70년 인생 전부와 마찬가지일 거예요”_강신구

Q. 낚시의 신과 대립각을 세우는 위씨 영감은 어떤 인물인가?

박완규_쉽게 말하자면 지키려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고집이 있는데, 그렇다고 그 고집을 무조건 강요하는 사람은 아니예요. 인정할 건 또 인정하거든요. 대청어를 잡으려는 낚시의 신도, 대청호를 떠나려는 딸의 마음도 다 알고 있지만, 그들이 안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거지요. 토론을 할 때 상대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면서도 고집을 부릴 때가 있는데, 위씨 영감의 태도가 꼭 그런 느낌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고집을 꺾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고 추구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희생도 할 줄 아는 건 아닐까요?

Q. 각자 맡은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완규_장가를 안 갔다는 점?(웃음) 위씨 영감의 고집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집이거든요. 하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 중에서 누가 연극인과 가장 비슷한가 보면 낚시의 신인 것 같아요. 보이지도 않는 것을 잡겠다는 부분이 특히 비슷하지요.
강신구_작품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인물이 우리 아버지였어요. 아버지가 그런 인생을 사셨거든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서만큼은 불같으셨고 그 고집을 평생 아무도 꺾지 못했어요. 저도 그 피를 이어받았으니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요.(웃음) 직업상 관객을 만나고 여러 사람과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잘 드러낼 수 없을 뿐이지 분명 제게도 그런 고집스러운 면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두 배우는 ‘위씨 영감’과 ‘낚시의 신’의 관계는 옳음과 옳음, 그름과 그름의 싸움이라고 해석했다.

Q. 두 사람 모두가 대청어를 기다립니다. 각 인물에게 대청어는
어떤 존재일까요?

박완규_대본상으로는 해쳐서 안 되는 존재이고 수호신입니다. 자연이고, 마을이고, 목숨일 수도 있지요. 옛날에 학생운동 하는 자식을 말리던 아버지들이 있었습니다. 자식의 행동이 나빠서가 아니라 다치거나 죽을까 봐 그랬던 것이지요. 이런 대입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그렇게 느껴진 부분이 있어요. 상대의 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도 변화하고 싶지만 다가올 후폭풍의 두려움 때문에 지키려고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대청어에 대해서도 복잡한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강신구_사실적으로 쓰인 작품이 아니라서 어떻게 읽고 보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형상과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낚시의 신에게 대청어는 인생을 건 도전, 마지막 승부, 희망, 허상일 수도 있어요. 무엇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70년 인생의 모든 것이 아닐까요? 대청어가 미끼를 물었다고 믿고 몰아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낚시의 신이 30년 전 먼저 간 아들을, 자연을, 곁에 있는 아들을 찾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위씨 영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요. 낚시의 신은 여기에 죽으러 온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자기를 연다고 해야 할까요.

“위씨 영감의 고집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고집이거든요”_박완규

Q. 해석의 여지가 넓어서 두 사람의 관계도 ‘대립’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강신구_작품이 지키려는 자와 잡으려는 자의 대립으로 쓰여 있지만 적군과 총칼을 겨누고 싸운다기보다는 가치관이나 믿음에 관한 것입니다. 표현법과 추구하는 지점이 다를 뿐이지 결국은 한 줄로 연결된 느낌입니다.
박완규_지키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의 싸움이 아니라 옳음과 옳음의 싸움 그리고 그름과 그름의 싸움입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느끼면서도 싸우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의 싸움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둘의 갈등이 싸움으로 보여야 극이 진행되는데 싸움으로 치닫지 않아서 배우 입장에서는 어려웠습니다.
강신구_게다가 리얼하게 풀어내는 게 아니다 보니 이들의 대립도 다르게 표현됩니다. 배우들에게는 나이 든 사람들의 공력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숙제지요.

Q. 마지막으로 <물고기 인간>으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강신구_이 작품은 배우들이나 연출가가 하나의 이미지를 선택해서 또렷한 메시지를 보여주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관객들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열어놓고 느껴지는 대로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의 묘미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연극 <물고기 인간>
일정 :  2019.11.01(금) ~ 2019.11.17(일)
장소 :  세종S씨어터
상연 :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3시(월 공연 없음)
시간 :  95분(인터미션 없음)
연령 :  14세 이상
티켓 : 자유석 30,000원

_장경진(공연 칼럼니스트) 사진_이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