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는 그런대로
별다른 일 없이 지내는 것 같아”
적재가 2014년 발표한 정규 1집 [한마디]의 첫 번째 트랙 ‘요즘 하루’의 도입부 가사다. 요즘 어떻게 보내냐는 인터뷰어들의 질문에 적재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집과 공연장, 녹음실과 작업실을 오가는 삶을 보낸다고. 그렇다. 싱어송라이터, 기타리스트, 편곡자 혹은 프로듀서까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든 그는 늘 꾸준했다. 뮤지션 적재로서의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최근 화보촬영을 진행한 매거진 「NYLON」에서는 그를 두고 이렇게 소개했다. “적당한 타이밍에 나타난 것 같지만 우리는 이미 어디선가 적재의 기타 선율을 들었을 것이다”
어떤 하루들에 대한 이야기
적재의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홀로서기를 하고, 2년 만에 신곡 <타투>를 발표하고, 3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서강대 메리홀과 세종M씨어터에서 두 차례 열고, 장기 소극장 콘서트를 하고, <비긴어게인3>, <놀면 뭐하니?>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가 되었다. 뮤지션으로서 다방면으로 확장하는 한 해였다. 기타리스트, 편곡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악동뮤지션, 권진아, 아이유, 정은지, 태연, 하성운, 임한별, 샘김 등 많은 이들의 앨범과 공연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연말 단독 콘서트 <어떤 하루>는 적재의 2019년을 돌아보고 한 해를 물들인 어떤 하루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질 예정이다. 공연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해가 떠 있는 낮의 시간과 해가 지고 난 밤의 시간의 이야기. 곡의 구성만으로도 자연스레 감정선이 낮에서 밤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선곡과 편곡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 평소 페스티벌과 행사 등 라이브 무대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곡들도 상당수 포함한다. 무대 위 연주자들과 나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그의 모든 곡을 알고 있지 않더라도, 애쓰면서 보지 않으면서도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또한 11월 발매 예정인 신곡을 가장 먼저 라이브로 선보이는 자리로, 신곡 또한 ‘하루’ 라는 주제로 감정선을 깊어지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9년 기타리스트로, 2019년 싱어송라이터로 같은 자리에.
세종M씨어터에서 진행하는 단독 공연에서 감정과 시간에 집중한 곡 구성을 한 것에는 2019년에 대한 감사의 마음 전달과 더불어 적재 개인만의 또 다른 의미도 있다. 그가 프로로서 가장 처음 무대에 선 곳이 바로 이곳, 세종M씨어터였기 때문에. 2009년 봄, 그는 이곳에서 열린 정재형 단독 콘서트에서 기타리스트로 프로 데뷔를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2019년 겨울, 그의 이름을 건 단독 콘서트로 이곳에서의 시간을 온전히 가지게 되었다. 공연은 <어떤 하루>지만 뮤지션 적재로 지내온 수많은 하루하루가 쌓인 흔적들이 합쳐져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적재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라고 말한다. 기타리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한 가수가 아니다. 여전히 기타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기타 연주 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도 멋지게 자리매김을 하였다. 최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도 적재는 두 모습을 자연스럽게 모두 보여주었다. 하루는 정은지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하루는 싱어송라이터 적재로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의 헤드라이너가 되어 공연을 펼쳤다. 연말 공연 <어떤 하루>에서도 그는 노래 부르는 적재와 기타 치는 적재의 두 매력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준비 중이다. 함께 하는 연주자들 또한 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친구들로 락킹하게, 재지하게, 그루브 넘치는 시간을 선보일 것이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담담하게 전하는 위로.
한강 작가의 시 <몇 개의 이야기 6>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마음을 걸려고 왔다는 말이 인상적이라 기록해두었는데 적재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시가 떠오르곤 한다.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노래하는 가사 속에 담긴 일상의 고민들, 감정의 이야기들. 깊이 숨겨두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말을 걸어온다. 적재의 음악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게 된 것도 솔직하게 풀어낸 개인적인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가까운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적재는 그렇다.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3>에서 비춰진 모습도 솔직하면서도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맛있는 샌드위치를 보면 활짝 웃고, 커피 얘기를 하면 눈이 반짝이고, 함께 연주할 때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냥 그가 있는 자리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담담히 걸어 나갔다.
적재 연말 단독 콘서트 <어떤 하루>는 적재의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거침없지만 섬세한 모습들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의 요즘 하루가 적재의 어떤 하루를 만나 포근하게 채워지기를 바래본다. 그의 음악이 전하는 위로 속에 은은한 여운이 깃드는 2019년 연말의 시작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