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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그 영광의 역사

9월 27일 세종대극장에서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내한공연이 열린다. ‘오케스트라의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이 세계적 악단의 역사를 살펴본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는 오스트리아의 빈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서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으로 기록되었다는 소식이 얼마 전 전해진 바 있다. 중세 건축물을 에워싸듯 중심부 주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건설되는 현대적 고층 건물들이 도시의 역사성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이프치히와 더불어 독일 작센주를 대표하는 양대 도시로서 작센 선제후와 왕이 거주한 수도였던 드레스덴 또한 2006년 위기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가 2009년 엘베강을 가로지르는 현대적인 교량이 완공된 뒤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되는 불행을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보존으로서의 엄격한 기준에서 어긋났기 때문이지 드레스덴의 유구한 역사성과 도시의 예술성이 훼손되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21세기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이 도시는 여전히 중세시대의 아름다움과 작센왕국의 영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터전이자 세계적 오페라하우스 젬퍼오퍼

유서 깊은 음악도시의 심장,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이 도시는 엘베강을 분기선으로 나뉜다. 북쪽 신시가에는 알베르트 광장과 동방박사 3인교회, 일본궁전, 드레스덴 초기 낭만주의 박물관, 구도심보다 오래된 쿤스트호프파사제가 펼쳐져 있고, 남쪽 구시가 엘베강변 바로 옆에는 국립 미술관이 자리한 츠빙거 궁전, 작센 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성당이 서로 이웃해 있으며, 노이마르크 광장 주변으로는 엘베강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브륄의 테라스를 비롯하여 드레스덴 성모교회, 시청사,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상주 공연장으로서 새로 리모델링하여 유럽 최고 수준의 음향을 뽐내는 문화궁전 등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구도심의 중심부에는 드레스덴의 문화적, 역사적 상징이자 세계 오페라 하우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외관과 훌륭한 음향을 자랑하는 젬퍼 오퍼(Semperoper)가 위치해 있다. 이 젬퍼 오퍼가 바로 ‘오케스트라의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터전이다.

젬퍼 오퍼는 1841년 바그너의 친구인 건축가 고르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의 설계로 완공되어 베버의 <오뤼안테>로 개관 공연을 거쳤다. 젬퍼 오퍼를 대표하는 작곡가는 ‘두 명의 리하르트’로 불리는데, 바로 바그너와 슈트라우스다. 바그너는 이 공연장에서 1842년작 <리엔치>와 1843년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1845년작 <탄호이저>를 연이어 초연하며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고, 이후 슈트라우스는 이 도시를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드레스덴에서 살지도 않았고 이 악단의 음악감독을 맡은 적도 없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드레스덴의 음악 전통을 만든 주인공으로 손꼽힌다. 슈트라우스를 대표하는 오페라들이 전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통해 초연되었기 때문이다. 1901년작 <화재>를 시작으로 1905년작 <살로메>, 1909년작 <엘렉트라>, 1911년작 <장미의 기사>, 작센 왕국이 멸망한 이후에는 1933년작 <아라벨라>, 1935년작 <말 없는 여인>이 차례로 이어졌다. 젬퍼 오퍼는 1945년 2월 전쟁의 여파로 도시 전체와 함께 완파되었다가, 1975년 젬퍼의 설계도 원본이 발견되어 다시 옛 모습 그대로로 복원, 1985년 베버의 <자유의 사수>로 재개관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깊은 인연을 맺은 두 거장,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 Dresden)는 이 오페라 하우스의 상주악단이다. 1548년 9월 22일에 설립된 작센의 선제후 모리츠 궁정악단을 모태로 하는데, 요한 발터가 초대 카펠마이스터(상임 지휘자, 예술감독)를 지냈다. 하인리히 쉬츠와 카를 마리아 폰 베버, 요한 아돌프 하세, 리하르트 바그너 같은 기라성 같은 독일 작곡가들이 이 악단의 카펠마이스터를 거쳤고, 20세기에는 프리츠 라이너, 프리츠 부쉬, 카를 뵘, 요제프 카일베르트, 루돌프 켐페, 프란츠 콘비츠니, 로브로 폰 마타치치, 오트마르 주이트너, 쿠르트 잔데를링,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등 세계 최고의 마에스트로들이 이 악단을 명싱살부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발전시켰다. 2차세계대전 막바지 연합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악단 소유의 악기들이 불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작센 고유의 오케스트라 음향과 음악 전통을 고수했다. 그 덕분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연주 앙상블과 음향 블렌딩은 부드러우면서도 직선성이 강하고 청명하면서도 그윽한 향기를 품은 옛 사운드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전과 현대의 유려한 조화

독일 통일 이후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이탈리아 출신의 주세페 시노폴리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끌며 악단은 본격적으로 현대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휘자 특유의 독창적 해석과 에너지가 투사되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운드를 발산했고, 음반녹음과 월드투어를 통해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전력을 가했다. 시노폴리의 때 이른 죽음으로 오케스트라의 혁신도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그의 뒤를 이어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파비오 루이시가 이 악단을 이끌며 아카데믹하면서도 서유럽적인 밸런스를 견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 2012년부터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카펠마이스터로 임명되었다. 틸레만의 지도 아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다시 한번 독일의 옛 악단으로서 권위와 명성을 내세우기 시작했고, ‘응축을 통한 발산’이라는 거대한 드라마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시작했다. 현재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인 정명훈이다. 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작곡가를 비롯해 틸레만이 미처 소화하지 못하는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여러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 정명훈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에 함께 한다.

틸레만의 신화적인 예술성과 독보적인 카리스마, 집단 히스테리에 가까운 청중의 열광을 바탕으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이전에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영광스러운 인지도와 상업적인 성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물론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특유의 보수적 사운드와 앙상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로서, 이들의 파트너쉽은 베버와 바그너, 슈트라우스 등의 독일 오페라뿐 아니라 브람스와 브루크너, 슈만 교향곡 전곡 같은 독일 교향곡 레퍼토리까지 섭렵하며 어떤 악단도 흉내낼 수 없는 작곡과와 오케스트라의 고결한 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의 오페라와 교향곡 전곡은 블루레이 포맷 영상물로 대부분 발매되었는데, 브람스 교향곡 전곡 블루레이(C-major), 독일의 여러 공연장에서 촬영된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 블루레이(C-major),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Opus Arte)과 아라벨라(C-major) 블루레이, 안나 네트렙고와 표트르 베차우와와 함께 한 바그너 로엔그린(DG), 슈만 교향곡의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할 만큼 기념비적인 연주를 담은 도쿄 산토리 홀 실황 CD(SONY) 등등을 손꼽을 만하다. 9월 27일 공연을 앞두고 실황의 감동을 예습해보기에 좋으리라.

정명훈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일정 :  2019.09.27 (금) ~ 2019.09.27 (금)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오후8시 (공연시간 : 100 분 / 인터미션 : 20 분)
연령 :  만 7세 이상
티켓 : VIP석 200,000원, R석 160,000원, S석 120,000원, A석 80,000원, B석 50,000원

_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