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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인사를 건네다

세종문화회관과 한국메세나협회가 문화접대비 활성화를 위해 MOU를 체결했다.

로얄앤컴퍼니 사옥에서는 전시 및 공연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로얄앤컴퍼니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인 ‘소확행’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한 트렌드 중 하나다. 최근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회사 규모나 연봉보다는 근로시간, 조직문화 등을 더 중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금보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경향은 재직자 집단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한 방법을 나누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접대 문화 개선에 두 팔을 걷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주52시간 근무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까지 잇따라 도입되면서 유흥 및 향응 접대가 확연히 줄고, 공연 및 전시 등을 통한 품격 있는 접대가 주목을 끌고 있다.

문화 · 예술로 협력사와 소통하는 기업

욕실 리빙 제품과 미술 작품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첼로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욕실 전문 기업 로얄앤컴퍼니가 ‘삶이 곧 예술’이라는 모토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로얄라운지’ 내부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200여 개의 협력 업체와 고객들을 초청해 문화와 예술, 인문학, 리빙과 관련된 다채로운 아카데미는 물론 공연과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는 와인도 한잔 곁들이며 오늘 들은 강의나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돈독히 유지한다. 3만 평 규모의 경기도 화성 사옥에서는 갤러리, 공연장을 마련해 고객, 협력사, 임직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대를 선보이고 입주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까지 운영, 기업과 예술과 삶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로얄앤컴퍼니는 협력사와의 상생관계를 통해 욕실업계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인문학 강의에 참석했던 협력사 관계자는 “공연이나 강좌가 있을 때마다 초청장을 받는데, 늘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석한다. 매번 주제도 다양하고, 특히 로얄라운지에서 열린 인테리어 강의는 시장 트렌드를 읽는 데 도움이 됐다”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며 두 회사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진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로얄앤컴퍼니는 사옥에서 공연과 전시를 열어 협력사 및 고객과의 관계를 다진다. Ⓒ로얄앤컴퍼니

한화그룹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교향악 축제’를 단독으로 후원할 정도로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는 김승연 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과 협력사, 지역사회를 상생 파트너로 인식하며 동반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임직원과 협력사가 함께 한화이글스 경기를 함께 응원하기도 하고, ‘교향악 축제’와 한강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에도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초청하며 스킨십을 강화했다.

한화그룹이 200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한화 팝&클래식’은 관객의 70~80%가 고객사, 협력사로 채워진다. 한화그룹의 각 계열사는 협력사의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초청하기도 하고 VIP고객, 잠재 고객까지 범위를 넓혀 문화접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년 5,000여 명의 관객이 클래식, 탱고,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감상하며 9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보여준다.

한화그룹의 ‘한화 팝&클래식 여행’은 한화 협력사와 고객사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한화

문화 접대비가 불러온 긍정적 변화

‘접대’라는 단어는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접대는 接(이을 접) 待(기다릴 대), ‘잇고 기다리고 대접한다’는 중립적 의미로 기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접대비가 업무를 위한 비용으로 인정되는 만큼 문화예술을 통한 건전한 접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문화접대비 제도’다. 2007년에 도입된 ‘문화접대비 제도’는 기업 접대비 한도가 초과할 때 손금산입(비용처리)할 수 있는 한도를 문화접대비에 한해 20%까지 늘려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가령, 기업의 매월 접대비 한도가 100만 원일 경우 문화접대비로 20만 원을 사용하면 접대비 한도액이 120만 원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한도를 초과한 일반접대비 지출에 대해서는 기업의 과도한 접대비를 억제하기 위해 법인세를 증가시키는 불이익을 주고 있으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거래처에 좋은 인상을 주는 품격 있는 접대를 하면서 법인세까지 절감할 수 있는 문화접대에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자료 출처 : 한국메세나협회

하지만 ‘문화접대비 제도’는 여전히 활용이 미진하다. 매년 전체 접대비 중 문화접대비 신고금액의 비율은 여전히 0.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작년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문화접대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 ‘문화접대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8.8%로 가장 높았다. 상대방이 문화접대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 스스로 고려해본 적이 없음을 보여주며 기업의 인식 개선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이에 한국메세나협회는 지난해부터 ‘이제는, 문화로 인사합시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하는 문화접대 활성화 캠페인으로, 문화접대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예술계도 상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올해 더욱 다양한 홍보 활동을 추진 중이다.매출액 대비 접대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손을 잡고 ‘중소기업 문화접대비 지원 사업’도 진행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문화예술 지원에 관심과 의지가 있더라도 재정적 한계로 인해 참여가 쉽지 않아 세제 지원 등의 제도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다. 한국메세나협회는 문화예술 관련 공연, 전시와 예술단체 기업 방문 공연에 한해 기업이 지출한 문화접대비 중 일부 금액을 지원하며, 문화접대로 지출한 금액이 법인세 신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여 실질적인 세제 혜택을 알릴 계획이다.

문화를 선물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거래처의 필요와 관심 분야를 파악하여 적합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공연 ‧ 전시 ‧ 스포츠 경기 티켓 등을 구입하여 선물하거나, 문화예술 분야 공연 혹은 강연을 기획, 초청하는 등 품격 있는 접대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고객이나 협력사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소비를 통해 기업 사회공헌 영역의 예술후원(메세나)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효과까지 있으니 기업에서는 더욱 매력을 느낄 것이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한국메세나협회 김영호 회장이 MOU를 체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문화접대비 활성화 위한 MOU체결

문화접대비 활성화를 위해 세종문화회관이 적극 나선다. 지난 7월 3일 양 기관은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기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 설명회 및 공연 관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문화 개선에 대한 실무자들의 인지도와 이해도 향상에 주목하고자 한다.
문화접대비로 인정받는 항목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올 초에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취득가액에 거래별 1백만원 이하 미술품의 구입도 범위에 포함되었다. ‘문화 기업’이 되는 길이 더욱 넓어졌다. 문화기업으로 가는 첫 걸음, 문화접대비 활용에 답이 있다.

_진보미(한국메세나협회 A&B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