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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앞 독립군> 관람 포인트 6

9월 20일과 21일, 홍범도 장군의 삶이 무대에 오른다. 알고 보면 더 좋은 <극장 앞 독립군> 관람 포인트 여섯 가지.

1. 100년 전의 승리

올해 초부터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TV 드라마부터 영화, 공연, 역사 투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소개됐다. 익히 알려진 독립운동사의 내실을 더욱 단단히 했으며, 국어를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영화 <말모이>)나 평범한 청년들의 독립운동(뮤지컬 <신흥무관학교>)도 담았다. 특히 올해는 여성이라서 혹은 분단 이데올로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 데 힘썼다.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은 크게 이 흐름 안에 있으며, 한반도 밖에서 치열하게 싸운 홍범도 장군을 전면에 내세워 대한독립군의 업적을 돌아본다. 열세 속에서 일궈낸 대승이자 대한독립군의 첫 승으로 기록된 봉오동 전투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인다.

2. 수위가 된 독립군 사령관

같은 상황을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가 승리의 경험을 나누고 독립군의 면면을 주목한다면, <극장 앞 독립군>은 홍범도의 노년으로부터 시작한다. 연금 생활을 하며 새로운 일을 찾는 모습에서 ‘날으는 홍범도’라 불리던 봉오동 전투 속의 사령관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연옥 작가는 사령관이기 이전에 ‘노동자’였던 그의 삶을 주목한다. 나팔수였고, 포수였으며, 농부이자 정미소 직원이었던 그의 삶은 자연스레 극장 수위로 연결된다. 가난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고, 부당한 처우에 맞서 동료들과 힘을 모으고, 나라를 빼앗은 이들로부터 나라를 되찾는 것.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했던 홍범도의 열망이 그를 노동자로, 또 독립군으로 살게 한 원천인 셈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지키는 그를 통해 <극장 앞 독립군>은 영광의 시간을 뒤로 하고 현실의 전쟁터를 찾아 다시 싸우는 인물의 의지를 보여준다.

<극장 앞 독립군> 속 이야기의 핵심은 홍범도 장군의 인간적 삶이다.

3. 이방인의 노래

노년의 홍범도는 카자흐스탄의 고려극장을 지킨다. 고려극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이 세운 극장으로, 스탈린에 의한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과정을 거쳐 카자흐스탄에 뿌리를 내렸다. 고려극장은 해외 한인공동체에서 형성된 공연단체 중 가장 오래된 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타국에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삶이 녹록할 리는 없었으며, <극장 앞 독립군>은 고려극장의 배우들로부터 이방인의 노래를 듣는다. 이들은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맞이한다”는 변학도로부터 정절을 지키는 <춘향전>을 공연함으로써 폐관조치에 맞선다. 수위가 된 홍범도 역시 이 극장에 들어서며 배우들과 이방인의 삶을 공유한다. 홍범도를 알아보고 그의 삶을 공연으로 만들려는 극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조국에서 수천 키로 떨어진 이곳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고려극장의 이야기에는 국권 회복을 넘어 이민 2세대의 삶이 담겼으며, 생존을 위한 고민의 흔적은 지금 현재의 관객과 가깝게 닿는다.

<극장 앞 독립군>의 작곡가 나인실과 총감독 김광보.

4. 동·서양의 음악적 시너지

오페라 <나비의 꿈>과 <검은 리코더>를 만든 작곡가 나실인이 <극장 앞 독립군>의 음악을 맡았다. 홍범도의 생을 담은 극중극은 전통적인 오페라의 형식을 띄고,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독립군가’와 ‘날으는 홍범도’를 새롭게 해석했으며, 대중적인 멜로디의 장르도 과감하게 차용했다. 특히 고려극장의 배우들이 공연하던 <춘향전>에는 장구의 장단과 바이올린의 피치카토 주법이 만나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24개 곡에 담긴 탄탄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서로 다른 악기들의 결합으로 더욱 풍성해진 셈이다. 현악기 섹션만 해도 바이올린부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아쟁과 가야금, 해금에 이른다. 각기 다른 다양한 소리들은 음악을 빈틈없이 메우고 감정을 담아내는 드라마틱한 아리아로 연결된다.

5. 웅장한 군무와 합창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프닝이다. 작품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주제의 정수를 담아내고, 관객은 이를 통해 작품의 첫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극장 앞 독립군>은 서서히 고조되는 음악으로부터 시작된다. 40여 명의 서울시무용단원들이 같은 듯 다른 안무를 선보이며 등장하고, 이들은 수시로 모였다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 무대 위에 그림을 그린다. 다양한 동선에서 구현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긴박감을 담은 음악과 만나 감정을 이끌어내고, 하늘을 향해 뻗어내는 동작의 안무는 간절함을 담는다. 어린 아이부터 중년의 목소리까지를 담아낸 150여 명에 가까운 대규모 합창 역시 단원의 수와 소리의 크기만으로도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특히 독무와 군무가, 독창과 합창이 수시로 교차하며 작품은 균형감도 놓치지 않는다.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7개 예술단이 협업하는 최초의 작품이다.

6. 300명, 하나의 목소리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 개관 41년 만에 최초로 진행되는 극장 산하 7개 예술단이 모두 참여하는 작품이다. 작품을 견인하는 15개의 배역은 서울시극단과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합창단의 단원들이 골고루 맡았다. 그동안 ‘음악’이라는 범주 안에서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하나의 음악 안에서의 조화에 주목한다. “끊어진 길 다시 이어서”라는 가사를 구체화하는 것은 잔상처럼 연결되는 서울시무용단의 안무이며,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의 선율 위에 색을 입히는 것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대금과 해금이다. 300명의 단원들은 적재적소에서 작품의 일부가 되고 이를 통해 <극장 앞 독립군>은 세상 누구도 쓸모없는 사람은 없음을 그려낸다. 첫 브랜딩 작품의 목표는 뚜렷하다. 서로 다른 단체가 가진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로 융합되는 것. 9월 20일과 21일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종문화회관의 저력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9월 20일(금) 오후 7시 30분, 9월 21일(토) 오후 5시(공연시간: 100분 / 인터미션 없음)
연령 :  만 7세 이상
티켓 :  VIP석 70,000원 /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 A석 20,000원

|장경진 (공연 칼럼니스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