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는 법, 아시테지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어린이와 함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공연을 보면서 어른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뽀로로, 코코몽, 핑크퐁, 헬로 카봇. 어린이극이라고 할 때 다수의 관객은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이런 작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캐릭터가 관객을 불러 모으고, 이것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다양한 국적과 여러 장르의 공연을 경험하며 구체적인 감정을 인식하는 것에 집중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아시테지(ASSITEJ)다. 아시테지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26년간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국내 유일의 공연 축제를 열어왔다. 매년 여름(7월)과 겨울(1월)에 걸쳐 소개된 작품은 4백여 편에 달하며 3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축제를 만났다.

<스파게티>와 <이상한 이웃>은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을 찾는다.

아이들과 함께 ‘관계’를 들여다보다

총 9개국 14편의 공연으로 진행되는 27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슬로건은 ‘함께, Along With You’다. ‘함께’라는 주제가 말하듯,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다룬 작품들이다. 축제는 아이들이 현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관계를 들여다본다.
<이상한 이웃>(이스라엘 네페시 씨어터)은 이웃 간의 소음 문제를 다룬다. 작품은 아무리 나에게 소중한 것이라도 타인에게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으며, 갈등을 인지하는 것만큼 함께 사는 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말 한 마디 없지만 다양한 표정과 소리를 이용한 찰리 채플린 스타일의 코미디가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스파게티>(덴마크 바티다)는 외형의 다름을 말한다. 작고 통통한 여성이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는 키 크고 마른 두 남성을 찾아오고, 작품은 셋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을 그려낸다. 우리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때 개선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스파게티> 역시 세 사람이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2인 3각’이라는 소재를 무용으로 풀어낸 <2인 3각>은 작품의 내용을 떠나 한국과 스웨덴 무용수의 협업이라는 면에서도 물리적인 ‘함께’를 그려낸다.

개막작 <희망의 빛>은 난민과 공감하는 법을 함께 고민한다.

이번 축제에 나온 작품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개막작 <희망의 빛>(스웨덴 판토밈 씨어터)이다. 삶이 기쁨과 행복으로만 가득하지 않음에도 어린이극은 종종 어두운 감정을 배제하곤 한다. <희망의 빛>은 ‘난민’을 주인공으로 한다. 작품에는 아이들을 끌어안는 엄마의 불안한 눈빛과 멀리서 들려오는 폭격 소리, 어둡고 흔들리는 조명으로 가득하다. 이들이 경험했을 불안과 외로움, 죽음의 공포를 말보다는 감각을 통해 본능적으로 느끼게 한다. <희망의 빛>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상황으로 어린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인지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들이 상대를 타자화하지 않으며 공감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길에서>(이스라엘 라이카 씨어터) 역시 난민 문제의 고민을 다룬다.

공연을 통해 사회적인 관계를 깨닫는 아이들

아시테지는 어린이를 하나의 독립되고 주체적인 작은 인간으로 바라본다. <디바>(덴마크, 소피 크로그 씨어터)와 <마음의 정원>(스웨덴, 달리아 아신)은 독특한 형식과 관객 안에 생겨나는 감정에 주목함으로써 이 목표를 수행한다. 기괴한 캬바레의 밤을 배경으로 한 <디바>는 퍼펫티어 소피 크로그의 인형극이다. 비현실적인 비율의 가면, 과장된 표정과 이목구비의 인형들이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블랙코미디를 선보이기도 한다.

<디바>(덴마크, 소피 크로그 씨어터)

<마음의 정원>(스웨덴 달리아 아신)

<마음의 정원>은 생후 12개월까지의 아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베이비 드라마다. 다양한 질감의 오브제 사이에서 배우들은 형상화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아이들은 공간의 오브제를 보고, 듣고, 만짐으로써 감각을 깨운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은 새롭고 <마음의 정원>은 이들이 감각하는 행위에 모든 것을 집중시킨다.

이외에도 <황새의 선물>(리투아니아 스탈로 씨어터)과 <안녕, 도깨비!>(한국 극단 로.기.나래)는 리투아니아와 한국의 전래동화를, <제비씨의 크리스마스>(한국 판소리공장 바닥소리)는 전통 판소리 <흥보가> 중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오는 여정을 묘사한 눈대목 ‘제비노정기’를 재해석해 선보인다. 스페인 라룸베 무용단의 <3D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인 <백조의 호수>를 21세기 청소년의 이야기로 각색했고, 현대무용과 3D 영상을 이용해 독창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제비씨의 크리스마스>(한국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3D 백조의 호수>(스페인 라룸베 무용단)

아시테지 여름축제는 이제 갓 세상과 만난 신생아부터 13세 어린이까지 다양한 아이들을 극장에서 만난다. 축제는 아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깨닫고 자부심과 인내를 배우며 성장하는 길에 무대예술이 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며 어른들은 이를 통해 잊고 있던 감정을 발견할 수 있다. 함께 성장하고 싶다면 7월 24일부터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과 대학로를 주목하시길.

2019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일정 :  2019.07.24 (수) ~ 2019.08.04 (일)
장소 :  세종S씨어터,세종체임버홀
문의 :  아시테지 코리아(02-745-5862)
티켓 ※ 공연상세페이지 참고

| 장경진(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