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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고전음악 애호가를 위한 오늘의 공연들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릴 < 베토벤의 비밀 노트 > 공연에 앞서 어린이를 위한 세계의 다양한 고전음악 공연들을 살펴본다.

미래의 예술애호가 계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고전예술 분야, 특히 고전음악 장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집중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전음악은 기본적으로 정연한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 시간 동안 어린이들이 질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온/오프라인 게임과 수많은 방송 콘텐츠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에게 옛 방식에 의한 내용의 전개와 발전의 기나긴 흐름을 강요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전음악 장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들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요점을 전달할 수 있는 심도 깊은 기획과 한 번에 만족할 수 있는 치밀한 제작이 투영된 무대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은 유럽과 미국의 모든 오케스트라와 콘서트홀, 페스티벌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장르다. 단원들을 중심으로 체험 위주의 영유아를 위한 악기 교실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 및 합동공연 같은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교육이나 체험이 아닌 감상의 측면에 있어서 어린이들을 위한 고전음악 공연 가운데 사실상 가장 중요한 분야는 무대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아이의 관점에서 시각적으로 몰입감 있는 화면과 극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가 동시에 있어야 비로소 집중할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유럽 오페라 하우스들이 가족용 오페라로 자주 제작하는 작품이다.

토론토의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페스티벌처럼 처음부터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페스티벌로 기획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여름 페스티벌 혹은 정기 시즌 내 공연에서 펼쳐진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어른이 즐기는 기존 레퍼토리를 온전히 감상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기존 작품을 새롭게 각색, 편집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여 공연하는 방식이다. 우선 첫 번째 방식으로는 유럽의 많은 오페라 하우스들이 연례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작품들로서 오페라로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로시니의 <라 체레넨톨라(신데렐라)>, 발레로는 <호두까기 인형>이나 <잠자는 미녀> 정도를 손꼽을 수 있다. 이들 프로덕션은 오페라 하우스의 시즌 중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동화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베를린 코미쉐오퍼 프로덕션, 배리 코스키 연출의 <마술피리>와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뉴욕 메트로폴리탄 공동제작 프로덕션으로 리차드 존스 연출의 <헨젤과 그레텔>, 밀라노 라 스칼라 프로덕션인 피에트로 미아니티 연출의 <라 체레넨톨라>가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미쉐오퍼의 <마술피리>는 애니메이션 시대를 반영한 다양한 영상적 기법이 총동원된 걸작 프로덕션으로서 2012년에 초연된 뒤 지금까지 현지는 물론이려니와 전 세계 극장에 올려지며 진정한 미디어 아트 시대의 어린이를 위한 무대로 칭송받고 있다.
동화에 내재된 화면적, 극적 상상력을 극한치까지 끌어올린 존스의 <헨젤과 그레텔>은 2015년 1월에 프리미어를 가진 프로덕션으로 본격적인 그랜드 오페라로서의 미적 완성도와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배려가 극점에서 만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 스칼라의 <라 체레넨톨라>는 이탈리아 프로덕션답게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이면서도 여느 무대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화려함과 사실성이 돋보인다.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의 무대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린이를 위한 무대를 창작하는 방식으로는 빈 슈타츠오퍼의 다양한 어린이 오페라와 발레, 그리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어린이 오페라 프로젝트를 손꼽을 수 있다. <마술피리> 같은 기존 작품을 어린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게 편집, 재구성하여 재미있는 해설과 무대장치를 곁들이거나 아예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짧은’ 창작 오페라/발레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특히 빈 슈타츠오퍼의 2003년 어린이를 위한 <마술피리> 프로덕션을 보면 객석과 무대 뒤까지를 하나의 무대로 연결하여 아이들을 모두 앉힌 다음 가수들이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어린이들과 밀접하게 스킨십하고 노래보다는 내용을 주로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또한 아이들 및 가수들과 바로 옆에서 함께 앙상블을 맞춘다.

어린이를 위한 중요한 무대는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과 상트 페테르부르그 마린스키 극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두 극장의 <호두까기 인형>과 <잠자는 미녀> 같은 걸작 발레 프로덕션도 유명하지만, 볼쇼이의 <카이와 게르다 이야기(The Story of Kai and Gerda)>라는 어린이 오페라나 마린스키의 <밤비, 정글에서(Bambi/ In the Jungle)>처럼 다양한 어린이용 오페라와 발레를 발굴, 제작하여 어린이들이 극장에 호기심을 갖는 동시에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특징이다. 어린이를 위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그리고 진지하게 제작해 온 러시아의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는 회심의 프로덕션들로서 이 장르의 훌륭한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신데렐라>는 동화뿐만 아니라 오페라로도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세기를 거치면서 미래의 관객층인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는 그 장르가 따로 생겨났을 정도로 유럽에서는 활성화되어 있다. 크누센의 <야생 동물들은 어디로(Where the Wild Things Are)>, 야나체크의 <영리한 암여우(The Cunning Little Vixen)>, 도브의 <피노키오의 모험(The Adventures of Pinocchio)>,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사(L’Enfant et les Sortilèges)>, 파야의 <페드로의 인형극(El Retablo de Maese Pedro)>, 브리튼의 <노아의 방주(Noye’s Fludde)>, 오르프의 <달님과 현명한 여인(Der Mond/Die Kluge)>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은 공연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단순한 흥미 단계를 넘어서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담은 작품들을 계발하고 진행해야 하는 창작자들과 공연기획자들의 협력과 숙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9 세종어린이시리즈 `베토벤의 비밀노트`
일정 :  2019.08.03 (토) ~ 2019.08.18 (일)
장소 :  세종체임버홀
시간 :  수목금토 11시, 14시 / 일 13시, 16시 / 화 19:30 / 월 공연없음 (공연시간 : 60 분 / 인터미션 없음)
연령 :  만 5세이상 관람가
티켓 :  R석 40,000원 S석 30,000원

|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