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음악과 미술, 영감을 주고 받다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지평을 연다. 예술사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던 인상주의 시대도 그랬다.

베토벤 교항곡 제 9번 합창을 재해석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

6월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클림트 & 뮤직 콘서트는 미술과 음악의 특별한 관계 위에서 성립하는 공연이다. 클림트의 초기작을 비롯 빈 분리파의 주요 작품에 영향을 미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1902년 베토벤 교항곡 제9번 합창의 해석을 통해 완성한 그림 <베토벤 프리즈> 등이 무대 위에 함께 선보인다. 음악과 미술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 사례는 클림트만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예술 분야 사이 주고 받은 영향은 오래 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예술사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던 19세기 또한 음악과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그 단초가 되었던 것이 바로 인상주의 사조였다.

욕구를 실현하는 예술의 시작

고대 그리스 전설에는 한 처녀가 이별한 애인의 그림을 벽에 그리고, 도공이 그 위에 진흙을 덧대 최초의 부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조형예술에 전에 없던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예술은 그처럼 무엇인가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인간의 내면을 다양한 양식으로 드러내왔다. 그 욕구는 그림이나 조각뿐 아니라, 시, 노래, 춤과 같은 여러 가지 예술 형식으로 나타난다. 실연의 상처가 담긴 부조가 다른 감각 요소를 자극하는 예술 형식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별에서 비롯된 처연한 마음은 단조로 이루어진 구슬픈 가락의 노래로 불려지지 않을까?

예술 역사에서 모더니즘이 시작되고 추상미술이 성행하던 시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품은 각각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실연의 슬픔부터 기쁨과 즐거움, 다산과 풍요, 죽음 등의 메세지를 예술 작품에 담았다. 중세까지 서양의 예술은 매우 긴 시간 동안 성경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는데, 문맹이 많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쉽게 종교의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해가 지면 어두운 등불 아래서 생활했던 사람들에게 성당에 걸려있는 그림은 마치 살아있는 듯 느껴졌다. 그것은 요즘 사람들이 홀로그램이나 VR을 체험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리얼리티였을 것이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인상을 포착한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

재현에서 주관으로 미술의 관점이 변하다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예술가들은 현실적 ‘재현’에 매달려왔다. 그러나 사진기가 발명되고 ‘실감 나게 잘 그린’ 그림의 의미가 퇴색되며, 점차 완전히 새로운 시각 경험을 캔버스에 표현하게 된다. 새 시대의 예술가들은 전통 회화 기법을 따르는 대신 캔버스 위에 발라지는 물감의 질감, 색채에 관심을 두며 ‘인상주의’ 화파로 불리게 되었다. 인상주의는 루이 르르와Luis Leroy라는 기자가 모네를 비롯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그저 인상Impression만을 그리는 사람들 무리라고 비판한 것으로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오명에서 시작된 이름은 정작 19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사조로 현재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들은 자연을 하나의 색채 현상으로 간주해 빛과 함께 시시각각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를 화면에 담았다. ‘빛’이 중요한 요소였기에 야외의 풍경을 주로 화폭에 담았으며, 인상주의의 대표주자 모네의 경우 날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루앙 대성당의 그림을 40점 이상 제작하였다. 인상주의 예술가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 그들의 작품은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각을 담아내는 매개였다.

마르셀 바셋이 그린 대표적 인상주의 음악가 클로드 드뷔시의 초상

음악에 미친 인상주의의 영향

미술에서 시작된 인상주의는 음악과 문학에도 큰 접점을 가졌다. 전통을 따르는 대신 새로운 시각을 추구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행보가 자유를 갈망하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이다. 클로드 드뷔시는 전통적 음악 형식을 고수하던 수업에 대해 강제적 음악 노동이라고 불평하며,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시도하려 했었다. 드뷔시의 출구는 인상주의 미술사들과의 교류에 있었다. 그는 모네, 드가 같은 화가들과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 말라르메와 교류하며 영감을 얻었다. 인상주의 미술이 실제 풍경 대신 빛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의 분위기를 그려내는 것처럼, 드뷔시의 음악도 정해진 화성과 규칙에서 벗어나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을 하게 되었다. 낭만주의 관현악의 과장된 표현과 표제음악의 사실적 묘사를 거부하게 된 것이다. 드뷔시는 1894년 파리에서 초연 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통해 확고한 인상주의 음악을 선보이며 불후의 작곡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드뷔시와 더불어 인상주의 음악가로 알려진 모리스 라벨은 ‘예술 작업의 핵심은 인간의 예민한 감각과 감정’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인상주의의 세계관과 깊이 상통한다. 라벨은 자신의 복잡하고 세련된 화성을 고전주의적 구조의 작품에 사용하여 ‘고전적 인상주의자(Classic Impressionist)’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그는 <물의 유희>에서 인상주의 경향을 드러내며 특유의 기법을 확립하였고, 피아노 음악 테크닉에 큰 변화를 주었다. 젊은 나이에 독자적 길을 걸으며, 전통적 양식에 혁신적인 스타일을 접목시킨 라벨은 이전에 없던 자신만의 양식을 구축했다.

수잔 발라동이 그린 에릭 사티의 초상과 툴루즈 로트렉이 그린 <물랑루즈에서>

인상주의의 영향은 전위적인 음악가 에릭 사티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티의 음악은 여러 양식을 종횡무진하는 탓에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파리의 예술가들처럼 고유의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하였다. 사티는 몽마르트의 캬바레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는 동안 작곡한 <3개의 짐노페디>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평생 독신으로 지냈던 사티는 르느와르, 로트렉, 드가의 모델로 캔버스 앞에 서는 한편, 인상파 화가들과 염문을 뿌렸던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였다.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사티의 곡은 정서적 고독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인상주의 화가들과 음악가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예술의 거대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각자 추구하는 바는 달랐으나 이들은 모두 전통을 넘어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추구했던 선구자들이었다. 예술의 발전은 기존 사조에 반발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개인의 욕망에 의해 이루어지는 법이다. 서로 다른 분야 사이 그 욕구를 함께 나눴던 미술과 음악 거장들은 남들이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것들을 기어코 발견했다. 규칙을 깨고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근대의 예술이 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클림트 & 뮤직 콘서트
일정 :  2019.06.25 (화) ~ 2019.06.25 (화)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오후 8시 (공연시간 : 80 분 / 인터미션 없음)
연령 :  8세 이상 관람가 티켓 :  전석 33,000원
 빛의 벙커 패키지석 40,000원(빛의 벙커:클림트 전시 티켓 포함)

l 강현선 (미디어 아티스트, 서울예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