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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쉽고, 재미있는 셰익스피어를 위해

5월 28일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 공연을 앞둔 서울시뮤지컬단 한진섭 단장에게 세종문화회관 페이스북 팬과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질문을 던졌다.

Q. 많은 버전의 <베니스의 상인>이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표현하시려는 면은 무엇인가요? 단원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를 처음 올릴 때 단장님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무엇인가요?

페이스북 채아정 님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그 운율과 비유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되었을 때 쉽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베니스의 상인>을 준비하면서 연출가에게 짧고, 쉽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시적인 표현도 많이 간소화하고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집을 새로 짓는 것보다 고치는 게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그만큼 도전해볼 만한,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무대에 처음 올라가는 날은 좀 거칠어요.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에 분명 흥분이 되죠. 저는 그런 흥분되고 거친 면을 아주 좋아합니다. 어느 작품에서나 첫날만큼 좋은 공연이 없어요. 그 첫날의 에너지를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계속 유지해주기를 바랍니다. 또 작품을 연습하는 기간은 굉장히 외로워요. 연출이 관객을 대변한 리액션을 해주곤 하는데, 이제는 관객까지 모셔다 놓고 조명에, 음향에, 의상에, 모든 걸 갖추었으니 연습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된 셈이지요. 그래서 ‘마음껏 즐기고 연습하라’고 말해줍니다.

Q. 이번 「베니스의 상인」에서 시대적인 배경 연출에서 특별히 주안점을 두신 부분이 있나요? 어떤 내용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필할지 궁금합니다.

페이스북 김수철 님

과거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도록 의상이나 무대를 현대로 옮겨왔습니다. 고전은 어느 시대에서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요. 시대적 배경보다는 그런 인간사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악인으로 일컬어지는 인물 ‘샤일록’을 오늘날의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한진섭 단장은 배우들의 연기력뿐 아니라 인문학적 자기 계발도 독려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

Q.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근형 연출가와 함께 작업을 하시는데요, 어떻게 손을 잡게 되셨나요?

페이스북 전수경 님

박근형 연출가를 대하면 첫 번째로 느껴지는 것이 인간적인 면모입니다. 연극, 뮤지컬이라는 게 삶을 표현하는 예술이기에 그 인간적인 면들을 정확하고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박근형 선생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로 느낄 수 있게 해줄 연출가라는 생각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연극을 하는 사람이 뮤지컬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지 굉장히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작업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지만, 제가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많이 보셨더군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아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함께 일했습니다. 박근형 선생은 배우들에게 뭘 하라고 시키는 게 아니라, 판을 깔아주고 자꾸 끄집어내는 일을 하더라고요. 단원들 또한 색다른 경험을 했을 겁니다.

Q. 뮤지컬은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데, 어떤 식으로 연습이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인스타그램 장현찬 님

먼저 연주자들이 공연 연습을 와서 봅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잡고, 각 곡이 어떤 상황에서 등장하는지를 숙지한 뒤 음악감독과 연주 연습을 합니다. 배우들은 일단 피아노 반주로만 연습해요. 반복하면서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무도 모두 피아노 반주에만 맞춰서 합니다. 그렇게 최소 단위로 연습하고, 막바지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습을 하게 됩니다. 배우들이 모여 연습하는 기간은 보통 6~8주 정도 됩니다. 기획과 프리 프로덕션 기간까지 헤아리면 반년이 훌쩍 넘어가죠. 세종문화회관은 공공기관이라 단원들의 근무 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로 정해져 있는데, 실제로는 더 오래 남아 연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을 땐 12시간씩 하죠.

Q. 단장님께서 단원들을 위해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페이스북 백준 님

첫째는 실력을 늘리는 게 단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 잘해야 하고, 연기 잘해야 하고, 춤 잘 춰야 되고, 그게 우리의 일이니까 철저하게 실력을 키워야죠. 강요하지 않고 재미있게 끌어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더불어 자기 계발도 독려하는 편입니다. 미술, 음악 등 을 많이 감상하도록 하고, 책도 많이 읽어서 인문학적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채찍질을 합니다. 단장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 뮤지컬단에서 제일 선배이기도 하니, 꾸준히 대화하면서 다가가려고 합니다. 엄하지는 않지만, 균형을 잘 맞추려고 합니다. 냉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같이 눈물 흘릴 수 있는 때도 있어야 하니까요.

한진섭 단장은 <베니스의 상인>에서 가장 경쾌한 곡 ‘마스커레이드’를 주요 뮤지컬 넘버로 꼽았다.

Q. <베니스의 상인> 무대의 포인트와 주요 뮤지컬 넘버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스타그램 ma.nyong.2 님

이번 작품의 무대는 화려하지 않아요. 연출가의 의지이기도 했고, 무대 표현이나 변화를 많이 절제했습니다. 넘버 중에는 ‘마스커레이드’라는 곡이 있는데, “한 바퀴 두 바퀴”하는 반복되는 구절을 다들 흥얼거리시면서 나갈 것 같습니다. 동화적인 작품이라고는 해도 진중한 부분이 많은데, 그중에 가장 경쾌한 곡입니다. 저는 예술감독의 입장이기 때문에, 처음 작품에 들어갈 때 전체적인 프레임을 짜고 컬러를 정하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개요를 함께 정하면 구체적인 부분은 연출, 안무, 음악 감독이 만들어가죠. 그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더라도 참는 것이 중용입니다. 각 파트의 선장들이 있고, 그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죠.

Q. 많고 많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베니스의 상인>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스타그램 leejw9412 님

제가 보기에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굉장히 동화적인 작품이에요. 가볍거나 밝기만 한 작품은 아니지만 구혼자들이 세 개의 상자 중 하나를 선택해서 당첨이 되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설정 등은 동화적이죠. 또 제가 <한여름 밤의 꿈>, <실수 연발> 등의 셰익스피어 희극들을 좋아해요. 그 맥락으로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사실 1983년 한영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배우로 참여했고 그때부터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죠. 요즘 세상이 많이 어렵기 때문에 관객이 작품을 보면서 흥겨워졌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Q.「베니스의 상인」을 두 배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주세요.

인스타그램 choimyunghwa 님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오셔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작품을 한 번 희곡으로 읽어보고 오시면 어떻게 뮤지컬로 바뀌었는지 찾아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아, 여기서 노래를 하는구나’, ‘여기서 춤을 추네?’ 이렇게 견주어 보실 수 있게끔요. 저희 서울시뮤지컬단은 성인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공연하려고 하고, 그래서 명작을 자주 선택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거꾸로 청소년 관객들에겐 책을 읽지 못했어도 명작을 공연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와서 한 번은 보셔야 할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뮤지컬「베니스의 상인」
일정 :  2019. 05. 28 (화) ~ 2019. 06. 16 (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화, 목, 금 오후 7시 30분 / 토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수, 일, 현충일(6/6) 오후 3시 / 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시간: 120분 / 인터미션 포함)

연령 :  만 7세 이상 (미취학아동 입장불가)
티켓 :  R석 6만원 / S석 4만원 / A석 3만원

인터뷰 | <문화공간 175> 편집부 사진 | 김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