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열아홉 순정. 60년. 이 모든 것은 이미자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이미자는 1959년에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올해로 활동 60주년을 맞는다. 1950년대는 격동의 시대였다. 1950년부터 53년까지 진행된 한국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세대는 20세기 내내 한국의 비전을 새로 만들기 위해 일했고, 50년대 말에 태어난 새로운 세대는 60년대와 7~80년대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관통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1959년에 데뷔해 60년을 한결같이 노래한 이미자의 역사는 단순히 인기 가수의 역사가 아닌 한국 현대사를 이끈 세대를 대변하는 가수로서의 역사다.
1941년 10월 30일에 태어난 이미자는 생활고 때문에 유년기를 힘들게 보냈다. 그럼에도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미자는 1957년 KBS의 노래자랑 프로그램 「노래의 꽃다발」에 출연해 1위를 하고, 다음 해인 1958년에는 아마추어 노래 콩쿨인 「예능 로타리」에서도 1등을 차지하며 당시 유명한 작곡가인 나화랑에게 전격 스카우트되어 ‘열아홉 순정’으로 공식 데뷔했다. 열아홉 살의 나이로 이미자의 커리어가 시작된 것이다.
이미자는 전성기 시절이던 1970년대에 여자 가수로는 처음으로 100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데뷔 전부터 애절하고 구성진 목소리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대표곡은 35주 동안 가요 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받은 1964년의 ‘동백아가씨’를 비롯해 ‘흑산도 아가씨’(1965), ‘섬마을 선생님(1966), ‘기러기아빠(1966), ‘엘레지의 여왕’(1967) 등인데, 이 곡들은 모두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라디오 연속극의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최고 25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자의 히트곡들은 대부분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왜색조, 경제발전에 저해되는 비탄조의 노래 등의 이유로 방송금지를 받았고, 곧 음반제작과 판매까지 금지되었다. 이는 1980년대까지 유지되었지만, 타고난 목소리와 특유의 고음,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매너를 바탕으로 이후에도 계속 수많은 노래를 히트시키면서 한국 대중가요를 대표하는 여성 가수로 인기를 모았다.덕분에 이미자는 초기의 음악 성향이던 삶의 페이소스가 담긴 대중 정서를 적극 반영한 신민요 스타일이 아닌 개인의 연애 감정이나 감수성을 주로 다루는 트로트로 전향하게 되는데, 이로부터 트로트 가수라는 이미자의 오랜 이미지가 형성된다. 하지만 이미자는 트로트 가수로만 불리기에는 그 정서의 폭과 영역이 광범위하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음악적 기반을 ‘전통가요’라고 부르는 만큼, 이미자의 음악사적 가치와 역사적 맥락은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이미자를 따라다니는 ‘엘레지(悲歌)의 여왕’이란 애칭은 1967년 박춘석이 작곡한 노래 덕분에 생겼다. 동명의 영화 주제곡인 이 노래는 이미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음악에서 엘레지란 보통 ‘슬픈 정서를 다루는 노래’를 일컫는다. 말 그대로 이미자는 ‘비가의 여왕’이자 이 슬픈 정서는 한국의 1960년대를 가로지르던 대중의 마음과 공명했다. 이로부터 이미자의 대중적 영향력과 전성기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70년대와 80년대는 그 성과와 가치가 폭발하던 시기였다.
1970년 TBC 방송국의 드라마 「아씨」의 주제가를 부르며 70년대를 연 이미자는 1972년 최고의 시청률과 각종 사회 현상으로까지 확산되던 KBS 드라마 「여로」의 주제곡을 부르며 이 시기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결실은 1979년 대한극장에서 열린 데뷔 20주년 기념공연이었고, 1985년에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어 1989년에는 뉴저지 등의 대도시에서 미국 투어를 열었고, 가수생활 30년을 기념해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대중가수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는 것이 특별한 의미로 여겨지는 것도 이미자 이후에 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이미자는 1995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대상과 함께 화관문화훈장을 받았고, 1999년에 가수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음반과 함께 자전 수필집 『인생, 나의 40년』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미자의 자전적 이야기지만, 동시에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의 20세기를 함께 관통한 팬들의 삶을 위로하는 글이었다.
2002년, 이미자는 북한의 초청으로 MBC 평양특별공연에 참여해 평양에 있는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데뷔부터 2004년까지 총 2,100여 곡에 달하는 음악을 발표했는데, 가요 사상 가장 많은 취입곡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음반은 500여 장에 이르고, 이를 통해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최장 기간 가수활동이라는 기록 또한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 데뷔 60주년 기념공연은 그야말로 다시 볼 수 없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서의 무대가 될 것이다. 198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한 이후 5년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온 이미자의 이번 공연은 그동안 한 시대를 관통하고 정의하다시피 해온 자신의 노래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동백아가씨’와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같은 명곡들은 이전에 음반이나 방송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감각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공연은 한국 가요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좋을 이미자의 모든 것을 확인할, 다시 보지 못할 기회다.
이미자 노래인생 60년 기념 음악회
기간 2019. 05. 08(수) ~ 2019. 05. 10(금)
장소 세종대극장
시간 오후 7시30분(공연시 : 100분 / 인터미션 없음)
연령 만7세 이상 관람가(미취학아동 입장불가)
티켓 VIP석 20만원, R석 15만원, S석 12만원, A석 10만원, B석 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