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새로운 백 년, 당신이 주인입니다

세종문화회관 페이스북 팬과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신춘음악회를 앞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신임 박호성 단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Q. 단장님께서는 국악과 다른 장르와의 퓨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공연에서는 국악과 어떤 장르와 결합하실 예정인지 살짝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페이스북_이유자

퓨전은 크로스오버, 콜라보레이션, 협업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우리 음악은 어떤 문화 하고도 콜라보레이션 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우리 생각과 사회 환경이 달라지며 문화 예술도 변화합니다. 콜라보레이션은 시대의 흐름이지요. 예전에는 캘리그래피 아티스트와 국악 공연을 함께 하기도 했고 서커스, 그림자 아트, 줄타기 명인과도 함께 했지요. 이번 4월 3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공연에서는 드로잉 아티스트와 협업합니다. 어떤 장르와 함께 하더라도 국악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국악 문화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국악은 태생적으로 노래와 악기 말고도 무용, 연극 등의 요소가 병행됩니다. 국악은 뮤지컬, 오페라, 탭댄스, 플라밍고, 탱고, 요들송 등의 서양 음악과 춤까지도 포용할 수 있습니다.

 

Q. 4월 3일 신춘음악회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라고 들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그린 작품부터 해방의 자유, 우리나라 번영을 기원하는 작품 등 이번 음악회에 연주되는 작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페이스북_박지수

올해 가장 큰 이슈인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을 신춘음악회 주제로 잡고, ‘새로운 100년, 당신이 주인’이라는 부제로 관객 모두가 주인임을 나타내고자 합니다. 어제가 있어야 오늘과 내일이 있는 것이지요. 민족의 아픔을 되새기며 시대적 공감을 이끄는 것이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으로서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번 연주회를 준비했습니다. ‘당신’은 우리 단원들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연주해야 하지요. 이번에 선보이는 6개 프로그램은 역사적 아픔과 독립, 해방, 21세기에 이르는 번영과 발전 과제를 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과 편하게 소통하는 박호성 단장의 언행에는 밝고 겸손하면서 활달한 가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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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춘음악회에 선보이는 여러 곡들은 국악을 위한 곡인가요? 아니면 국악으로 편곡한 것인가요? 제목들이 현대적이어서 원곡이 궁금합니다.
페이스북_이보영

모든 곡이 원래 국악입니다. 부제에 맞으면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 수 있는 여섯 곡의 작품들로 선정했습니다. 가장 먼저 연주하는 창작관현악 ‘더 송 오브 더 스워드(The Song of the Sword)’는 이태일 작곡가가 소설 <칼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결전에 나가는 장엄한 자세가 담긴 곡이며, 세종문화회관 앞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어 더 의미 깊습니다.

대금협주곡 ‘바람의 자유’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구속 받아야했던 삶을 시원한 바람으로 위로하는 곡입니다. ‘오래된 이야기, 봄바람 끝에서’는 유관순 열사를 노래한 작품이지요. 꽃잎이 떨어져 나가듯 죽음을 앞둔 앳된 소녀의 마음을 정가 형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유관순 열사는 판소리의 걸쭉함보다는 맑은 정가가 어울리는 연약한 소녀였으니까요. 경기도당굿을 바탕으로 한 신명 나는 타악 협주곡 ‘불꽃’은 순국선열에 대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특히 ‘어둠 속의 빛을’과 ’더 송 오브 더 스워드’는 김진규 작가의 드로잉 아트와 함께 하기에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마지막 ‘천둥소리’는 조주선의 판소리, 테너 한상희의 연주, 서울시합창단의 노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곡입니다. 쾅 터트리는 천둥소리는 독립을 의미하는데, 조선총독부 해체식에서 연주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독립과 번영의 의미를 담은 역동적인 작품입니다.

 

단원들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단장은 무대에 오를 때 항상 단원들 사이를 지나 지휘대에 선다

 

Q. 단장으로서 많은 악기와 사람들을 지휘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악관현악단은 서양 음악 오케스트라와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지휘법도 다를 것 같은데 정말 그런가요?
페이스북_임수민

국악관현악단에서는 ‘지휘’라는 말보다는 ‘조화와 균형’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단원들이 내는 여러 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단원의 마음을 읽고 꾸준히 교감해야 합니다. 지휘의 테크닉이 아니라 소통이 필요한 것이지요. ‘천둥소리’를 노래할 때 백 명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생각을 한다면 소리가 조화로울 수 없겠지요.

여러모로 국악관현악단은 서양의 오케스트라와 다릅니다. 서양 음악은 박자가 있지만 국악은 장단이 있기에 음악적 관점부터가 다릅니다. 아쟁의 맛과 바이올린의 소리가 확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국악은 앞뒤로 음을 꾸며주는 장식음인 시김새의 표현이 가능해야 장단을 탈 수 있습니다. 국악은 호흡에 맞춰야 하고, 서양 음악은 맥박에 맞춰 진행합니다.  

 

Q. 국악은 어려운 음악, 낡은 음악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단장님께서는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국악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신지요?
인스타그램_s.seo__0

좋은 공연은 기획 40%, 홍보 40%, 진행 20%로 구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 즉 시작이 알차면 좋은 공연이 탄생할 수밖에 없지요. 저는 언제나 국악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기를 소망합니다. 관공서나 학교의 종소리를 국악으로 사용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환경미화차도 국악 소리를 울리며 지나가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국악은 원래 생활 속의 음악인데 많은 이들이 멀리 있는 음악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요즘 다들 취미로 서양 음악을 배우는데, 문화센터나 세종문화회관 세종아카데미를 통해 국악을 즐겁게 배우면 어떨까요? 또한 연주회에 가기 전에 어떤 시대, 어떤 배경의 곡인지 파악해보면 더 쉽게 국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악은 우리의 희로애락이 담긴 우리의 음악입니다. “얼씨구!” “좋다!” “잘한다!” 추임새를 넣어가며 즐겁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국악의 매력을 이번 기회에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 「문화공간 175」 편집부 사진 |김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