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젊음은 아름답다! 도전은 젊음의 특권이다! 참 많이 들어왔다. 젊음과 도전은 늘 동의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렇다. 이 말을 조금 달리 생각해보자.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건 젊은이의 삶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어진 특권을 챙기지도 못하면서 살아가는 매우 어리석은 삶이란 얘기다. 요즘 말로 ‘인싸’가 되기 위해선, 도전은 필연적이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도전과 젊음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도전을 못 하는 경우’도 있고, ‘도전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가 ‘안’ 하는 것이라면 어찌할 수 없겠지만, 외부에 의해서 도전을 ‘못’ 하게 되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청춘, 산조의 매력에 도전하다
이제 범위를 좀 좁혀보자.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NEW파대전’은 한마디로 ‘도전’이다. 기성에 대한 도전이고, 산조에 대한 도전이다. 또 자신에 대한 도전일 수 있다. 이렇게 젊은이다운 패기와 신념을 전제로 해서 ‘도전정신’이 충만한 공연을 만들었다는 게 너무도 자랑스럽다!
또 조금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기성세대로서 왜 미안한 것일까? 서울시청소년국악단에서 이번에 다루는 음악은 ‘산조’라는 음악이다. 산조(散調)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허튼 가락’이 된다. 흐트러질 산(散)자 뜻하는 것처럼,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허물어버리는 것이 산조라는 음악의 매력이다.
그러나 지난 60년간은 그렇지 못했다. 대학에 국악과가 처음 개설(1959년)되고 산조 음악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산조는 점차 고정화되기 시작했다. 산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변화시키면 안 될 고정적인 음악이 되어버렸다. 대학에서 산조 교육이 그랬다. 더욱이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무형문화재(1964년)라는 전승제도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더욱 그렇게 되어버렸다. 스승이 한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무형문화재 제도에서 가장 이상적인 제자의 태도였다. 때로는 이런 방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산조’의 본질은 그런 속성과는 정반대다.
산조는 정격(正格)을 익힌 후에, 이에서 벗어난 탈격(脫格)에 이르러야 비로소 산조일 수 있는 음악이었다. 산조와 관련해선, 이런 명언이 있다. “스승의 문하에선 스승과 다름을 걱정하라. 스승의 문하를 떠났을 때, 스승과 같음을 경계하라” 곧 스승은 배운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새롭게 자기 것으로 만들 때 생명력을 갖는 음악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60년의 역사가 그랬다. 구세대는 신세대에게 ‘알게 모르게’ 도전을 크게 허용하지 않았다. 무형문화재라는 제도 속에서의 ‘산조’는 ‘알게 모르게’ 창조보다는 답습을 요구했다. 말을 바꾸면 도전보다는 순응을 강요했는지 모른다. 따라서 제자는 늘 스승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려고만 했다.
산조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하다
다행스럽게도 몇 해 전부터 산조음악의 답습을 거부하면서 새롭게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산조가 만들어졌다. 30대 연주가 이재하의 거문고 산조가 그렇고, 20대 연주가 김용성의 아쟁 산조가 그랬다. 이번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이 만들어내는 산조는 모두 그들에 의해서 새롭게 창조(재창작)되는 음악이다! 그동안 산조음악은 유파라는 굴레 안에 존재했다면,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뉴파대전’은 이름처럼 유파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새로운(NEW) 흐름을 만들어내는 ‘도전이 충만한’ 출발이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이번 무대를 관계한 모든 사람에게 ‘이런 각오로 의기투합했다는 것만으로, 벌써 절반은 성공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젊은이의 음악을 멘토가 되어서 이끌어 준 두 사람이 있다. 50대 거문고 연주가 허윤정(서울대교수), 40대 아쟁 연주가 윤서경(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이다. 아울러 젊은 작곡가 최덕렬도 주목하게 된다. 그는 청소년국악단 단원에게 선배의 입장으로, 산조음악을 새롭게 작곡을 하기도 하고, 기타를 통해서 산조의 본질적인 가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이렇게 말했다. 2019년, 서울시청소년국악단에 의해서 산조가 새로운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산조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산조는 이렇게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면서, 점차 이 시대의 산조의 모습을 점차 갖추게 될 것 같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뉴파대전‘을 생각하니,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도 떠오른다. 도전이 뭔지 제대로 아는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을 통해서, 다시금 나와 같은 기성세대도 ’청춘‘과 ’도전‘이란 이름으로 함께 설레게 되는 것 같다. 오래전 읽었던 글을 떠올린다. 그 글 속에서 ’청춘‘이란 단어를 모두 ’도전‘으로 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 ’청춘‘이란 단어를 ’산조‘로 바꾸게 된다면, 우리는 더욱더 ‘심쿵‘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뉴파대전‘이란 도전정신이 충만한 공연을 앞두고, 이렇게 문장을 바꿔서 되뇌어본다.
“산조!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산조의 고동을 들어 보라. 산조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람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의 새가 운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뉴파대전’을 통해서, 우리는 산조 특유의 ‘웅대한’ 구성과 ‘미묘한’ 가락을 느끼게 되리라.
장소 | 세종S씨어터
시간 | 오후 7시 30분
(공연 시간 80분, 인터미션 없음)
연령 | 만 7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