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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하고도 영롱한, 이 땅에 음악

2018 서울시합창단 <명작시리즈> ‘MESSA DI GLORIA’

온건하고도 영롱한, 이 땅에 음악

2018 서울시합창단 <명작시리즈> ‘MESSA DI GLORIA’

글. 장혜선 (객원기자)

서울시합창단은 로시니(1792~1868) 서거 150주년, 푸치니(1858~1924) 탄생 160주년을 기리며 두 작곡가의 ‘Messa di Gloria’를 선보인다. 특히 로시니의 ‘Messa di Gloria’는 국내 초연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19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격변의 시대였다. 나폴레옹 정복전쟁과 프랑스대혁명, 산업혁명에 따른 자본주의 발전 등 과히 모든 것이 교차하고 있었다. 근대 철학이 무르익으며 현대 사상가들이 등장했고, 뿌리 깊던 종교는 흔들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감정 표현에 진솔하고자 했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어지럽게 얽힌 시대. 음악 또한 전환기를 맞았다. 후원자들의 구미에 맞춰 곡을 쓰던 작곡가들은 조금 더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였다. 그런데도 이탈리아 음악은 자신의 것을 지키며 조용히, 천천히 변화를 흡수했다. 전통을 고수해온 이탈리아는 주변 국가만큼 낭만주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온건과 급진의 경계에서 이탈리아 음악은 중심을 잡고자 노력했다.

19세기 전반 동안 프랑스가 유럽 오페라를 이끌었으나,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에 의해 그 주도권은 이탈리아로 넘어오게 됐다. 로시니는 성악이 중심이던 전통적인 이탈리아 오페라에 낭만주의 프랑스 오페라를 융합했다. 로시니를 비롯해 벨리니(Vincenzo Bellini), 베르디(Giuseppe Verdi), 푸치니(Giacomo Puccini), 마스카니(Pietro Mascagni) 등 이탈리아 작곡가들은 독자적인 오페라 양식을 꾸준히 고민했다. 이러한 흐름으로 곧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가 탄생하며 이탈리아에서는 자국의 색채가 분명한 오페라가 나올 수 있었다. 낭만시대 합창음악 또한 오페라 흐름과 맥을 같이 했다. 로마 중심에 가톨릭이 있었던 만큼 이탈리아는 종교음악이 굳건했다. 그러나 고전시대를 지나며 종교음악은 독일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합창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내 합창이 종교음악에 있어서 일종의 정설(定說)이 되어버렸다. 오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탈리아는 자신만의 특색 있는 합창음악을 모색했다. 당시는 감정이 범람하는 낭만의 시대였다. 새롭고도 자유로운 감정 표현이 중요한 때, 이탈리아 작곡가들은 합창보다는 아리아에 큰 비중을 뒀다. 그리하여 탄생한 음악이 바로 ‘Messa di Gloria’이다.

로시니와 푸치니의 ‘Messa di Gloria’

창단 40주년을 맞은 서울시합창단은 다양한 클래식 합창 작품을 소개하는 <명작시리즈>를 시작했다. 그 세 번째 무대가 오는 10월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로시니(1792~1868) 서거 150주년, 푸치니(1858~1924) 탄생 160주년을 기리며 두 작곡가의 ‘Messa di Gloria’를 선보인다. 특히 로시니의 ‘Messa di Gloria’는 국내 초연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우리는 흔히 로시니를 두고 ‘오페라의 선두주자’라고 비유한다. 이전의 오페라 전통을 바탕으로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변화를 이뤄낸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오페라를 감각적으로 결합했다는 뜻이다. 로시니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단연 나폴리에 머물던 때이다. 호른을 부는 아버지와 노래를 부르는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한 로시니는 엄격한 교육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음악을 익혔다. 이탈리아 북부의 훌륭한 극장들은 모두 그를 반겼다. 그러나 몇몇의 실패를 맛본 로시니는 도메니코 바르바야(Domenico Barbaja)의 요청으로 나폴리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극장장이자 지휘자로 활동했다.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주옥 같은 작품들을 분주히 써냈다. 이번에 공연되는 ‘Messa di Gloria’도 나폴리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1820년 나폴리의 한 성당에서 초연했으며,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연주되지 않았다. 로시니 종교음악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도 평가를 받는다.

반면, 푸치니는 이탈리아 루카 지역에서 성장했다. 그는 4대에 걸쳐 음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로시니와는 다르게 어린 시절의 푸치니는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음악 학교에 입학하고, 성당에서 오르간을 치면서 조금씩 음악에 관한 관심을 보였다. 푸치니의 ‘Messa di Gloria’는 1880년 여름에 완성됐다. 루카 지역에서 초연한 후 뜨거운 극찬을 받았지만, 그가 살아있는 동안 다시 연주된 적은 없다고 전해진다. 본래의 제목은 ‘Messa a quattro voci con orchestra’이다. 오케스트라와 4성부 혼성 합창, 테너와 바리톤 솔로 편성으로 작곡된 작품이다. 악보가 출판될 때에 ‘Messa di Gloria’라는 이름으로 편집돼 현재까지 불리고 있다.

이번 공연의 1부에서는 푸치니, 2부에서는 로시니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2018 몬트리올 콩쿠르 성악 부문을 수상한 테너 박승주가 솔리스트로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박승주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입단을 앞두고 서울시합창단과 함께 국내 무대에 서는 것이다. 소프라노 정혜민,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베이스 정록기가 이번 무대에 함께한다. 서울시합창단 강기성 단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으며,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음악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어지럽던 시대로부터 몇 세기가 흘러 오늘이 됐다. 그사이 무언가는 상실됐고 무언가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분명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 자신을 온전히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 19세기, 자신만의 순결과 개성을 악보에 기록한 로시니와 푸치니. 두 작곡가의 미사는 어쩌면 나를 되돌아보는 물음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넉넉한 계절, 가히 아름다운 무대가 되리라.

 

서울시합창단 <명작시리즈 III>

일정 : 2018.10.25(목)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오후 7시 30분

연령 : 만 7세 이상

티켓 : R석 5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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