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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이 주목할 우리 민화, 그 회화성에 주목하다

<판타지아 조선> 소장가 김세종 인터뷰
 

세계인이 주목할 우리 민화, 그 회화성에 주목하다

<판타지아 조선> 소장가 김세종 인터뷰

글. 최문선 (한국미술정보개발원 연구기획팀장)

우리가 ‘민화’라고 이야기하는 그림 장르는 우리의 전통 미술에서 어떤 정도의 위상을 차지할까. 조선 말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위상이 이렇게까지 오르락내리락했던 장르는 없을 것이다. 올 여름 전통 미술 전시에서 조용한 물결을 일으킨 민화 전시가 가을에도 세종미술관에 들르게 됐다. 개인 수집가의 컬렉션으로선 이례적으로 대규모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 <판타지아 조선>의 갤러리 평창아트의 대표 김세종 씨를 만났다.

 

어떻게 민화를 수집하기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30대 초반 한 스승에게 고미술을 배우면서 미술품을 사러 전국을 돌아다니며 초보적인 수집을 시작했다. 우연히 일본인 민예 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의 글을 읽게 됐는데, 그것이 내가 민화 장르를 수집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또 당시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만든 두 권짜리 민화 책(『李朝の民畵』)을 봤다. 이우환 씨 등이 편집했던 책이다. 그간 미술시장에서 보아왔던 그림과는 다른 그림들이고, 시장에서 가격조차 책정이 되지 않아 10만원 20만원에도 팔리던 것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소장가 목록을 보니 운보 김기창 화백, 권옥연 화백 등의 이름이 보였다. 나도 신기하고 좋은데 화가의 눈으로도 좋은 작품이구나 하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가난한 한 상인이 나름의 수집 철학을 세우고 민화 수집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의 깨우침들 덕분이다. 당시는 미술품 컬렉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적인 서적도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 고미술품, 특히 민화에 대한 애정과 경험은 남부럽지 않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작품을 찾아 다니다 빼어난 미술품을 발견할 때의 기쁨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환희다. 나 자신의 부족 때문에 회의와 자책도 많이 했고, 두렵거나 외로운 일도 많았지만 점차 수집 철학이 세워지면서 흔들림 없이 천천히 나아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민화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좋아했기 때문에 수집하게 됐을 것 같다. 민화의 매력이라면?

처음에는 특이한 것, 잘 알려진 것 등을 중심으로 수집했다. 점점 맹목적으로 수집하기보다는 회화적인 강점이 많은 것들을 찾았고, 그렇게 할수록 아름답고 조형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민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계도 그렇고 다른 애호가들도 그저 민화를 사랑스럽다는 점이나 민예적인 요소, 기복이나 기원을 위한 용도 중심으로 해석하고 그러한 데에 가치를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민화는 회화로서의 가치가 너무나 뛰어나다.

외국 사람들도 그런 회화적인 부분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 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프랑스와 일본에 우리 민화가 거의 싹쓸이되다시피 팔려갔는데, 한국 미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으로서 죄책감도 들고 약도 오르고 억울하기도 했다. 내가 느꼈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도 많이 느꼈으면 한다.

민화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온 듯하다.

왜곡되고 저평가된 부분이 많다. 민예라는 말로 두루뭉술하게 다루거나 도상을 분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안타깝다. 창고 속에 있는, 역사적인 유물로 보는 것에 끝나지 않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회화적인 가치에 대해 더 많이 다뤄져야 균형이 맞을 것이다.

작품 수집의 기준도 그러한 생각과 연결됐을 것 같은데.

내 경우 수집의 콘셉트는 회화적 요소, 독창성, 미술적 완성도다. 철저하게 이를 기준으로 수집을 해 왔다. 사실 사람들은 수집된 민화들을 보면서 쉽게 이 기준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설명하고 또 변명도 하고 싶어서 얼마 전 책을 내기도 했다. 책은 컬렉션을 주제로 한 것이기는 한데, 실천적인 부분, 그러니까 민화를 감상하고 판단하고 수집하는 것에 있어서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것들을 많이 포함시켰다. 20년간 집중적으로 수집했는데 이런 분명한 기준을 밝히고 집중적으로 수집한 것은 내가 거의 처음이 아닐까 하는 자부심이 있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 이어 세종미술관이라는 대형 기관에서 개인 수집품만으로 전시를 열게 됐는데, 이런 경우가 드물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쉽게 이뤄진 일은 아니다. <판타지아 조선> 전시 이전에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렸던 책거리 전시가 나름의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서울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큐레이터와 7년간 교감하면서 일주일에 세 번씩 미팅하면서 민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 민화의 위상을 바르게 세우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개인 컬렉션에 대한 의심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학계 등에서 당시 엄청난 반대가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한 기자에게서 ‘화랑 주인이 전시하는 것이니 상업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열을 받은 나머지 나도 모르게 한 시간이 넘게 열변을 토했다. ‘해방 후 몇 년이 지났는데 누가 이 분야에서 이러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냐, 힘들게 혼자 해 온 일인데 칭찬은 못해줄망정 보기도 전에 진정성을 의심부터 하는 것이냐’ 하면서. 그렇게 말하고 전시를 다 둘러본 후에 많은 기자들에게서 오히려 응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에 대해 얘기해 달라.

추상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들, 현대 미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지만, 애정이라기보다 내게 큰 계기가 된 놀라운 작품이 몇 있다. 그 중 작년에 우연히 발견하여 구입한 책거리는 세필로 엄청난 공력을 들여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가득 채워 완전히 새로운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큰 사찰의 고승이 소장하던 그림이라고 하는데 당시 이 그림이 도무지 생소하여 자료들을 조사해 보던 중에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도록에 실린 한 책거리에서 직관적으로 공통점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민화를 작가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할까, 같은 DNA를 가진 듯한 작품 뒤에 한 무명의 화가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도저히 다른 이들이 흉내낼 수 없는 천재 작가가, 어떤 내력을 지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철저하게 자기 나름의 작가 정신을 가지고 자신을 숨겼다. 3류 작가들도 낙관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흔적 하나 그림 안에 남기지 않았다. 허접한 민화들도 많지만 이 같은 실력을 지닌 몇몇의 화가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또 고단샤의 『이조의 민화李朝の民畵』 책에서 일본 개인이 소장한 화조 8폭, 운보 김기창 화백의 화조영모 8폭 병풍 같은 작품을 좋아하여 유사한 그림을 내내 찾아 다니던 중 작년에야 한 문자도를 찾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때의 기쁨도 말로 다 전할 수 없다. 내가 개인적으로 같은 작가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그림들을 계속 수집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더해져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판타지아 조선-김세종민화컬렉션

판타지아 조선-김세종민화컬렉션

일정 : 2018.9.4(화) ~ 2018.10.21(일)

장소 : 세종미술관

시간 : 오전 10시~오후8시

연령 : 전 연령 관람 가능

티켓 : 성인 8천원 / 청소년 5천원 / 어린이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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